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규리 Jan 26. 2023

이름 값 하는 원소주

원소주

최근 "와우 " 감탄사가 절로 나왔던 두 가지 술이 있다. 하나는 사과를 발효해 오크통에 숙성한 '문경바람 오크 40%'였고, 다른 하나는 '원소주'였다.  특히 원소주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일명 '오픈런' 하는 술이 되어버렸다.


술이 정말 맛있거나, 박재범의 술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 둘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했다. 마침 인적 드문 편의점에 갔더니 원소주가 딱 한 병 남아있더랬다. 저녁 삼계탕과 함께 곁들여보았다.


웬걸 이렇게 맛있다고?


박재범 원소주 대표, 가수에서 술 사업가로

기억을 더듬어 보니 박재범이 미국에 진출했을 때 첫 싱글 제목 또한 '소주 Soju'였다. "돈도 들어왔겠다. 우리 소주 마시고 진탕 취해보자. ♪  이건 보드카나 양주랑 달라 ♪ "


당시에는 술을 곁들인 풍류가 중 하나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은근히 소주 사랑을 외쳤던 박재범은 2020년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서는 2년 안에 은퇴하고 소주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기도 했다.

MBC 라디오스타 (2020)


소주 사업에 진심이었던 박재범. AMOG와 하이어뮤직의 대표 자리를 내려놓고 인생 3막을 술로 열었다. 그의 연예인 커리어 속에서 점점 구체화되어 가던 소주 사업에 대한 야심은 천천히 원소주의 지향점이자 방향성을 잡아나가고 있었던 것 같다.


브랜드 명은 원소주로

박재범 대표가 술 브랜드를 준비하던 시절부터 생각해 둔 이름이었다. 기본적으로 숫자 1의 의미도 있지만 발음에서 비롯한 파생 의미도 있다.


1. One : 자연수의 맨 처음 수

2. Want : 소망

3. Won : Win(승리)의 과거 분사, 나 자신을 이긴 뒤 함께 하는 소중한 한잔이 되기를 원함


노래 'Soju'에선 부어라 마셔라를 노래했던 그가 정작 만든 술은 한 잔 한 잔이 소중한 증류주였다.


원소주의 타깃과 슬로건

원소주를 만드는 사람들은 30대다.

 "우리 또래 직장인이 스스로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마실 만한 소주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인과의 대화 속에서 '30대 직장인'이란 타깃을 정했다.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소주=취하려고 마시거나 섞어 마시는 술인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원소주는 30대 직장인들에게 '인생의 크고 작은 성공을 성취한 후 스스로 응원하며 마시는 술'로 메시지를 구체화하여 소구 하려 했다.


그렇기에 슬로건은 미래를 WON 하여! (For the past, and To the future)이다. 건배사 느낌 나는 슬로건은 '과거를 격려하고 미래를 응원하는 소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원스프릿 멤버들의 바람이 담겼다고 한다.


마케팅에 효과적인 브랜드 애칭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론칭 초기부터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던 배경에는 '태진아(테라+진로이즈백', '테슬라(테라+참이슬)'와 같은 애칭에 큰 공이 있었다.  "이모 여기 태진아(혹은 테슬라) 하나 주세요."라는 요청 자체가 트렌드가 된 것이다. 또한 유통 업계에서 이런 애칭은 소비자의 입에 붙게끔 하여 브랜드의 친숙도를 높이기도 한다.


원소주 또한 SNS 콘텐츠에 'WON 해요' '영 WON 히''WON Day'와 같은 단어를 댓글을 달아 WON 브랜드 명에 재미를 부여해 왔다. 특히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원소주를 캐릭터화하여 소비자와 소통하려 한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이기도 하다.


원소주 프로필

- 생년월일: 2022년 2월 25일
- 워너비 : 술 좋아하고 광고도 잘 만드는 라이언 레이놀즈
- 가치관 : WANT 하는 걸 WON 하고 ONLY ONE이 되자
- 꿈: 대한민국 소주의 세계화
- 이상형: 오늘 하루 응원하고 내일의 파이팅을 외치고 싶은 모든 이들

출처 : 원소주 인스타그램


원소주의 두드러진 특징

1. 100% 증류식 소주

전통식 증류주를 지향한다. 곡물을 발효시킨 후 이를 증류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렸다. 뚜껑을 열어 향을 맡았을 때 알코올보다 곡물향이 먼저 느껴지는 것이 매우 독특했던 기억이 난다.


2. 차별화된 디자인

원소주의 라벨링은 수수께끼와도 같다. 로고 안을 살펴보면 4개 요소가 들었다.

① 숫자 1 ② 화폐단위 ₩ ③ 건곤감리 4괘 ④ 지구본

지극히 한국적이면서, 또 한국적이지 않게 다양한 요소를 배치했다. 세계시장을 타깃 하려는 전략으로 어느 정도 한국적인 요소와 더불어, 지구본과 화폐처럼 글로벌 요소도 로고에 적용했다.


3. 옹기 숙성

깔끔한 맛에 더 부드러운 목 넘김을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위스키나 와인을 오크통에서 숙성하듯, 우리나라 전통의 옹기를 접목한 스토리텔링을 숙성과정에 입혔다.


4. 높은 가격

일반적인 소주 한 병은 2천 원 내외. 그런데 원소주는 한 병에 14,900원이나 한다. 무려 7배 비싸다. 하지만 화요나 일품진로와 같은 프리미엄 소주와 비슷한 가격이라 고려했을 때, 보다 힙하고 새롭고 라벨도 독특하니 꽤 영리하게 시장에 안착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Writer's Note

중국에 여행 갔을 때였다. 중국의 친구들과 각국을 대표하는 술을 두고 술배틀이 붙었는데 참이슬을 마시더니 '아니 이걸 어떻게 마시냐?' 놀라워했다. 고량주도 꿀꺽꿀꺽 마시는 그들인데도, 소주의 도수가 꽤 세게 느껴졌다 보다. 그냥 알코올 같다고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 과연 소주 하나였을까. 참이슬보다 비싸지만, 원소주가 좋은 이유는 정말 위스키를 마시는 건처럼 한잔을 마시더라도 음미하면서 마실 수 있는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곡물의 구수함과 깔끔하고 부드러운 느낌. 희석식 소주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된 게 아쉬울 정도다. 이렇게 맛있는 술이 있는데.


그래서 박재범이라는 아티스트가 이러한 전통주 브랜드를 론칭해서 내심 안도하기도 했다. 박재범이라는 IP를 토대로, 적당히 한국답고 적당히 글로벌하게 꾸며둔 패키지를 통해 우리나라 전통주를 세계에 알리기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해외여행에 가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소주가 있어!"라며 한 병들고 가 자랑하기에 딱이지 않은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