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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Jan 25. 2023

광고기획자가 바라본 연예인

광고회사에 있다 보면 광고모델로 유명 연예인을 접할 기회가 꽤 많다. 물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기회야 많이 없지만 이들을 실제 접하면 이야깃거리들이 꽤 많이 생기고는 했다. 내가 접한 연예인의 실체(?)를 궁금해하는 지인들에게 나는 내가 아는 선에서 단편적인 진실(혹은 관찰기)를 들려주고는 했다. 'OOO는 실제로 보니 어떻더라', 'OOO는 스태프들에게 어떻더라’, ‘OOO는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서 촬영이 너무 오래 걸렸다’…


물론 어디까지 진실인지 모르는 이야기일 뿐이다. 적당히 공개되고, 적당히 공개되지 않은. 처음 광고회사에 입사해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접할 수 있었을 때에는 이들을 직접 대면하는 날(=광고 촬영날)을 오매불망 손꼽아 기다리고는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내 본업에 집중하며 그들을 바라보자 많은 것들이 변했다.


한 번의 촬영으로 수억 원을 버는 광고 촬영인데, 콘티에 대한 이해가 빈약한 연예인을 꽤 많이 접했다. 브랜드명도 잘 모르고 오는 경우가 있었다. 반면에 콘티를 완벽히 이해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도나 이미지 브랜딩을 하려는 배우도 있었다.


그들과 내가 마주친 순간은 단 몇시간, 며칠에 불과했지만, 그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가 그들에 대한 나의 최종적인 인상 혹은 평가를 결정지었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는 나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와 같은 광고AE는 물론 광고주, 프로덕션 등 각각의 사람들에게 특정 연예인은 연기력, 진행력 등의 실력과는 별개로 ‘광고업계에서 돈값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분류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혹독한 잣대로 연예인이 판단되는 모습은 AE인 나 자신에게도 투영되었다. 회사에 지각하거나, 메일에 오타를 내는 사소한 실수 하나하나가 같이 일하는 이들에게는 뒷담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들기도 했다.


이러한 생각이 번지자,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과한 프로의식을 들이밀고 평가하던 관성을 조금씩 덜어내게 되었다. 개인사로 어떤 힘든 일이 있었을지 타인인 나는 전혀 모를 일이다. 나 역시도 직업인으로 보았을 때 늘 일관된 컨디션을 유지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연예인이라고 마냥 괜찮은 사람으로 남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광고인으로서 그들을 대할 때 최대한 나의 판단을 유보하고, 그들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자 '직업인'으로 담백하게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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