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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Jan 27. 2023

광고인에게 '옷차림'이 정말 중요할까?

드라마 <대행사>와 실제의 틈

화장 하나 옷 한 벌도 신경 써서 입으세요.
그냥 상무가 아니라 회사 모델이 된 것처럼. 알겠죠?

드라마 <대행사> 속 이보영(고아인 역)이 상무가 되었을 때 회장이 한 말이다. 능력 있는 카피라이터가 CD(Creative Director)로 승진하지 못하는 이유는 후줄근한 매무새 때문이라고 한다. 실력과 관계없이 겉모습으로 업무 능력이 판단되는 모습은 사실일까?

 

문득 친구가 "광고대행사는 진짜 이래?" 하며 해당 드라마의 클립을 보내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잘 나가는’ 선배들은 고아인에 가까웠다.


대행사가 무슨 모델 에이전시도 아니고.
넌 네가 잘하는 일만 해. 나머진 내가 할 테니까.

드라마 대행사 中 옷차림 때문에 무시당하는 직원


드라마를 보니 내가 한 광고주 보고를 가던 날이 떠올랐다. 광고주 CEO에게 보고하는 시점이었는데도 평소처럼 후줄근하게 나온 선배를 보고 살짝 놀랐다. 그런데 보고를 갈 즈음에는 멋진 재킷과 신발을 툭 걸치시는 거다. “갖고 오신 건가요?” 물어보니 광고인의 기본이라며 사무실 캐비닛에 정장을 두고 다닌다고 하였다.

이후에 주변 선배들을 관찰해 보니, 옷장에 근사한 옷 한 벌은 꼭 넣어두고 다녔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이렇게 챙겨두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똑같이 했다. 야근하다 지인의 상이 생겨 장례식장에 간 날도 있고, 광고주의 긴급 호출이 오는 날도 있더랬다.

 

그래서 드라마 ‘대행사’에서 옷을 제대로 입지 않아 사내에서 무시당하고 승진하지 못하는 배원희(정운선 분)의 모습이 진짜냐고 한다면? 적어도 내가 다닌 회사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내에서나, 사외에서나, 이른바 TPO에 맞게 옷을 걸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대행사는 엉덩이로 일하는 곳이라 좀처럼 나갈 일이 없다. 야근도 많고, 만나는 사람이라 봐야 거의 회사사람 뿐이다. 사내에서 각자 업무할 때 꾸미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나 역시도 기획팀이었지만 보고가 있지 않은 날엔 화장도 안 하고, 후드티 하나 걸치고 가기도 했다. 그래야 불필요한 데 에너지를 쏟지 않고 편하게 일할 수 있으니까. 미팅이 많은 직위는 이보영처럼 입고 다녀도 되겠다마는… 내가 일한 동료들은 차라리 ‘환복’을 택했다.

 

편한 후드티와 반바지, 때로는 상하의 체육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광고회사는 그만큼 좋은 면에서나 나쁜 면에서나 ‘일 중심’인 곳이다. 나는 그들이 무엇을 입었든 일에 열중한 모습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일하는 방식과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사람들이다.

 

광고주를 만날 때는 서로에 대한 존중의 차원에서 그들이 원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도 직업인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만큼은 옷차림과 관계없이 개인의 능력으로 존중하던 광고회사의 모습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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