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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May 19. 2023

도대체 어떻게 손만 대면 성공할까?

CNP컴퍼니

정자동에 온갖 유명한 음식점이 생기고 있어!


산책할 때마다 느껴지는 정자동의 변화는 매우 빠르고 다양하다. 백현동에서 줄 서서 먹는다는 리스카페부터 소금빵으로 유명한 키로베이커리, 한남동에서 줄 서서 먹었던 써머레인까지. 핫한 동네에서 줄 서 먹는 음식점이 정자동에 하나둘 입점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가장 최근엔 서울 도넛 3 대장이라는 '올드페리도넛'까지 입점을 마쳤다. 오픈만을 기다렸다 주말 아침 올드페리도넛에서 우유크림도넛을 하나 테이크아웃해 먹으며, 왜 이렇게 올드페리도넛이 유명할까 추측하기 시작했다. 나름의 추측을 마치고 브랜드를 찾아보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회사 올드페리도넛만 성공시킨 게 아니다! 아우어베이커리를 비롯해 도산분식, 배드파머스, 나이스웨더, 푸딘코... 나열하자면 끝도 없는 이 많은 브랜드를 모두 한 회사가 만들었다. 브랜드 이름만 들어도 "아~거기!" 싶은 브랜드를 여럿 운영하는 기업 CNP가 궁금해졌다.


CNP컴퍼니

CNP는 2010년부터 노승훈 대표와 30년 지기 친구들이 함께 만든 회사로, 문화가 있는 비즈니스를 만드는 집단을 의미하는 Culture and People의 약자다.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CNP가 현재까지 만든 브랜드만 해도 벌써 23개 이른다. 아우어베이커리, 도산분식, 나이스 웨더, 더블 트러블, 배드파머스, 무자초, 런드리피자, 브라더후드, 땡스피자, 신사치킨클럽 등. 10년 조금 넘은 회사지만 규모는 중소기업급이다. 

나이스웨더, 아우어베이커리, 도산분식 등을 론칭한 CNP컴퍼니

노승훈 대표

©노승훈 대표 유튜브 '프로오프너'

85년생 노승훈 대표의 SNS를 보면 그가 얼마나 부지런한 사람인지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는 지인의 브랜드 론칭을 돕고 있으며, 개인 유튜브 채널에는 창업의 순간이 브이로그도 올라와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패셔니스트 같기도 하며, 브랜드를 론칭하고 정리하기까지의 생각이 담긴 글을 보면 작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단순히 직업의 틀에 그를 가두기에 그의 재능은 너무나 많다. 직업인이기보다는 자유로운 디자이너, 마케터, 작가... 행동하고 기록하는 사람에 가깝다.

그런 그가 외식업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집의 부도를 겪으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그날그날 현금을 벌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니 그것이 '외식업'이었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스트리트 컬처를 요식업에 적용하자 멋없는 것도 멋있게 됐다는, 경험적인 자신감이 인터뷰에 드러난다.


CNP컴퍼니의 기획법

1) 메모광

노승훈 대표는 영감수집가이다. 메모를 많이 하고, 사진 자료도 지우지 않고 수년간 모은다. 좋은 공간을 보고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들면 그 공간에 어울리는 네이밍과 아이템을 떠올린다. 그때마다 차곡히 모아둔 메모와 사용은 유용하게 활용된다.


2) 지역에 대한 고민

그는 공간에서 영감을 얻는다. 자주 다니는 동네에 '뭐가 없지?'를 고민하고, 그 공간에 뭐가 들어오면 좋을지를 상상해 본다. 도산분식을 론칭할 때는 압구정이라는 장소에 집중했다. 대표가 어릴 때부터 지낸 압구정이라는 동네에 뭐가 없지를 생각했고 그게 분식이었다. 멋지게 소비할 수 있는 분식집 브랜드를 만들되 향수도 느낄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다 보니 평범한 분식이 힙하게 바뀌었다. 초록색 멜라민 그릇부터 어릴 적 냉장고 안에서 봤던 델몬트 유리병은 여느 분식집과 비슷하지만, 조명과 테이블은 고급스럽다. 메뉴도 돈가스샌드, 도산비빔면, 감태주먹밥. 기존 분식집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다. 홍콩식 토스트와 함께 마시는 밀크티는 또 어떻고! 로컬다움은 유지하되 기존과 색다른 메뉴와 디자인을 고민하기에 CNP컴퍼니는 트렌드를 넘어 사업적인 성공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카야잼을 넣은 토스트 위에 메이플 시럽을 뿌리고 화룡점정으로 버터를 얹는다 ©월간식당


CNP컴퍼니가 론칭한 브랜드

1) 아우어베이커리

인터뷰만 보면 아우어베이커리의 시작은 매우 심플하다. 파리바게트보다 더 잘 만들 수 없을 까라는 지극히 개인적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프리미엄 베이커리를 생각했다. 대표의 어릴 적 추억이 많은 동네에 새 매물이 나오자(대표는 웬만하면 추억에 있는 곳에 매장을 오픈한다), 친구들과 함께 "우리가 재미있게 머리 식히며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획을 시작했다. 아우어(OUR) 베이커리의 이름은 '우리의' 방앗간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비롯했다는 후문이다. 남편은 뺴빼로데이날 아우어베이커리의 빨미까레를 사다 주기도 했는데, 이곳의 초코메뉴는 전부 맛있다. 초코가루가 듬뿍 묻은 뺑오쇼콜라는 언제나 가서 사 먹는 단골메뉴!

아우어베이커리의 빨미까레 ©마켓컬리

2) 도산분식

SNS를 핫하게 달군 분신집 도산분식 ©식신

보편화된 업종 안에서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가장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한다. 종전 분식집의 틀을 넘어, 주력 메뉴로 돈가스샌드, 감태주먹밥을 개발해 새로움을 준다. 한편 옛날 학교 앞 분식집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는 놓지 않았다. 힙하게 소비함과 동시에 향수까지 자극한다. 


3) 나이스웨더 NICE WEATHER

단순한 소비를 넘어, 문화적 소비를 지향하는 신개념 편의점 ©나이스웨더

'현존하는 편의점은 더 이상 우리 세대에게 편의 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신개념 편의점이다. 일반 편의점이 식료품 위주라면 나이스웨더는 이탈리아 마비스 치약, 포르투갈 정어리 통조림 등 각 나라에 방문하면 꼭 구입하는 필수 아이템과 더불어 직접 기획한 의류를 판다. 다소 낯선 편의점을 익숙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편의점 내 '올드페리도넛'을 입점시켰는데 확실히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경험하는 기폭제가 되는 듯하다. 가로수길 매장이 먼저 히트했고, 더 현대에도 입점했다.



Writer's Note

아우어베이커리는 현재 지점이 많이 늘어나서 19개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시작은 압구정 도산공원 뒷골목이었다. 광고 후반작업을 하는 프로덕션이 압구정에 많다 보니, 한참 편집본을 보다가 당이 떨어질 때쯤 누군가 한 명은 외쳤다. "아우어베이커리 가서 빵 사 올 사람?" 그때 접한 아우어베이커리 매장은 도쿄 골목에 툭 들어선 오니기리 집처럼, 동네에 스며든 매장 느낌이 참 좋았다.

재작년 아우어베이커리가 매각되었다. 이후 오픈하는 매장을 보면 특유의 로컬다움을 잊은 것 같다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은 있다. (역시 핸들을 누가 잡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아우어베이커리를 정리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는 CNP컴퍼니가 또 어떤 브랜드로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릴지 기대가 된다. 내가 아는 CNP컴퍼니라면 분명히 동네의 풍경을 더 돋보일 방법으로, 멋있게, 돈이 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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