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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May 25. 2023

못생긴 신발이 MZ의 인기를 끄는 이유

크록스 Crocs

요즘 의사들의 필수템이자 사무실에서 종종 보이는 이 신발. 그런데 정말 ‘못생기고’ ‘못 생겼다’. 개인적인 첫인상은 시장에서 많이 본 디자인. 가격을 확인하니 무려 6만 원.


이만한 신발이 없다는 지인의 말에 매장에 무조건 산다는 마음으로 갔는데 실물을 보고 사려는 마음이 쑥 들어갔다. 그 못생긴 신발의 이름은 바로 크록스. 이 신발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대세가 되었을까?


크록스의 시작

2002년 미국 콜로라도주 토박이 세 친구는 카리브해로 보트 여행을 떠난다. 이들의 이름은 조지 베덱커George Boedecker, 린든 핸슨 Lyndon Hanson, 스콧 시먼스 Scott Seamans. 세 사람은 파도를 좋아하는 서퍼들이었는데 언제나 신발이 불편하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신발에 물이 고이고 모래도 가득 따라오는 탓에 서핑을 즐기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스콘 시맨스가 신고 온 욕실형 슬리퍼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들은 사업에 착수하고 물이 잘 빠지는 신발을 만들어 판매를 시작한다.  브랜드명은 악어 Crocodile에서 따와 수륙 양용으로 활약하는 신발이라는 뜻을 담았다.


크록스의 성장

첫 타깃은 '보트를 타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플로리다에서 열린 보트쇼에 처음 크록스를 들고 갔는데 당일 수량 200켤레가 순식간에 완판 된다. 그렇게 크록스는 시작부터 순탄대로 호응을 얻으며 백화점으로 판로를 넓힌다.


그런데 크록스는 의외의 업종에서 더욱 큰 인기를 얻게 된다. 오랜 시간 신발을 신고 일해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착용감이 좋다고 입소문이 난 것이다. 의학 드라마 <뉴하트>,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의사들 대부분이 크록스를 신을 걸 볼 수 있는데, 예상치 못한 의료업계/방송국 종사자 사이에서 금세 입소문을 탔다. 이렇게 크록스는 출시 3년 만에 연평균 900% 성장을 달성하며 세계 10대 신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포스터. 의사로 나오는 배우들 대부분이 크록스를 신고 있다.

크록스의 특징

1) 가벼운 착용감

크록스의 소재는 크록스라이트(Crocs Lite)라 부르는 특허받은 폼이다. 캐나다 회사 폼 크리에이션스 Foam Creations에서 제조 공정 권리를 인수했고, 체온에 따라 신발 모양이 변해 착용감이 점점 개선되는 특징을 지녔다. 무게는 겨우 0.17kg에 불과하고 체중을 분산시켜 근육 피로도를 줄여준다.


2) 다양한 컬러

크록스는 정해진 틀 안에 재료 채우고 냉각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틀 안에 넣는 재료의 색깔에 따라 무한한 컬러의 크록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수십 종의 컬러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다.

비비드한 원색부터 산뜻한 파스텔 컬러까지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되는 크록스


3) 독특한 앞코 디자인

크록스 신발 앞코에는 송송 구멍이 뚫려 있다. 지름 8mm 크기로 구멍은 모두 13개다. 물이 빠지기 위해 고안되었지만, 통기성도 좋게 하여 여름에 신는 신발로도 제격이다.

또 하나 특징은 뚱뚱한 앞코. 가볍지만 단단한 앞코로 인해 물건이 떨어져도 발가락을 안전하게 보호한다.


4) 커스터마이징

브랜드 매출의 8%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 수익원인 '지비츠'는 크록스를 보다 예쁜 신발로 만드는 데 매우 큰 몫을 했다. 자신의 개성으로 꾸민 신발을 SNS에 자랑하기 시작하면서 못생긴 신발의 반란이 시작된 거다. 어떻게 보면 크록스 성공의 1등 공신이지만 사실 지비츠는 크록스 본사의 작품이 아니었다.


아이 3명을 키우던 미국의 가정주부 셰리 슈멜저가 아이들에게 크록스를 신겨주다 이걸 꾸며주는 액세서리를 만들며 시작하게 되었다. 2005년 창립된 지비츠Jibbitz의 존재를 일찍 알아본 크록스는 2006년 지비츠를 약 1,000만 달러(약 132억)에 인수했다.


자신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무한한 방식으로 커스텀이 가능해진 덕에, 이제는 디즈니나 마블과의 콜라보로 지비츠 종류만 5,500여 개가 넘는다.

나만의 개성으로 셀프 커스텀 할 수 있는 지비츠

Writer's Note

일전에 못생긴 신발로 스티브 잡스가 매일 신은 버켄스탁을 꼽은 기억이 난다. 생각해 보면 조금 더 못생긴 신발은 따로 있었다. 바로 '크록스'. 얼마나 조롱의 대상이었냐면, 2010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지'가 50가지 최악의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할 정도였다. 너무 못생겼다는 이유였다. 크록스는 '못생김'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이힐 등 세련된 디자인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고객의 반응은 더 나빠졌다.


점차 크록스는 브랜드 정체성을 못생김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래, 우리 못생겼다 어쩔래!" 기본으로 돌아가 구멍이 숭숭 뚫린 기본형과 샌들 제품군에 집중하고 대신 지비츠를 통해 디자인을 다양화했다.


이제 크록스와 협업하고 싶은 기업들이 줄을 섰다. 하지만 크록스는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브랜드, 인플루언서를 선별해 협업을 진행한다. 인플루언서가 자기 신발을 신은 지 확인하고 진정한 팬이 아니라면 협업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올바로 정립하여 '나. 다. 움'을 정립했을 때 진정한 자기 확신이 생기기 마련이다.


소비자를 설득할 힘은 이 ‘나다움’으로부터 생기는 것이 아닐까? 보다 보니 예쁜 거 같기도 하고, 못생겨도 썩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매력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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