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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Apr 12. 2024

조금 특별한 비누, 한아조

담당하는 한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채널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참조할 만한 타기업 SNS 운영 사례를 찾아보던 차였다.


이 브랜드, 고객과도 가깝고 카피도 잘 쓰네


콘텐츠 하나로 시작해 스크롤을 쭉쭉 내리다 한 시간이 훅 가버렸다. 제품 제작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브랜드에 대한 고민을 편지처럼 잘 풀어냈다. 마치 잘 아는 친구처럼 고객에게 친구처럼 다가오는 브랜드 '한아조'가 궁금해졌다.

한아조 공식 계정에 올라온 제품 촬영 비하인드 영상. 촬영에 진심인 모습을 솔직하게 담는다.


한아조의 시작

공동대표이자 부부인 조한아&김상만 두 사람의 경험과 가치관이 만나 시작한 브랜드, 한아조.

 

조한아 대표는 H&M에서의 4년간의 근무를 뒤로 하고, 자신만의 색을 찾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다. 당장 사업을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대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을 찾는다. 산과 들을 돌아다니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몸과 마음의 평온함을 느꼈다고 한다.


상만의 영향이 커요. 그는 어릴 때부터 색깔이 뚜렷한 사람이에요. 그게 멋있어 보였죠. 그에 비해 저는 도화지 같았어요. 상만을 만나고 나라는 사람한테도 색을 입히고 싶어진 거예요.
- 조한아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그러다 '비누'라는 존재가 그녀의 눈에 들어온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비누가 아닌, 모양과 색을 마음대로 만질 수 있고 성분도, 제품력도 좋은 수제 비누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결심한다.

조한아 대표, Stickher


김상만 대표는 영화감독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던 중 H&M의 정규직 공고를 아르바이트 공고라 착각하고 지원했다가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그후, 그는 회사에서 조한아 대표를 만나게 된다. 그는 2년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조감독일을 하다, 아내의 제안으로 함께 일하기 시작한다. 브랜드의 이름도 아내의 이름을 딴 '한아조'다.

김상만 대표, longblack

 

빌런의 탈을 쓴 귀인

첫 사업은 '제과'였다. 친구가 제작을 맡고 김상만 대표는 기획을, 조한아 대표는 디자인과 브랜딩을 맡았다. 밤새 구운 과자를 플리마켓에 가지고 나갔는데 꽤 잘 팔렸다. 그런데 성공의 기쁨은 잠시, 제작 파트너인 친구는 혼자 사업을 하고 싶어 했다. 결국 부부는 모든 권리를 친구에게 넘기고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는다.

 

두 사람이 주목한 일상은 바로 세안과 샤워를 하는 시간이었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다독이는 시간이 너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 욕실에서의 매일 짧은 시간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들기로 생각한다. 꿈꾸는 모양이나 색을 마음껏 구현할 수 있는 게 비누였다.

 

그렇게 친구의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를 넘기는 걸 목표로, 디자인/제작/기획 모든 것을 직접 하는 '비누 사업'을 시작한다.


성장과정

1.    비누 제작의 시작
 : 약수동의 작은 원룸에서 비누를 만들기 시작한다.


2.     도전적인 입점
 : 2014년 겨울, 한아조는 무작정 이메일을 보내 온라인 몰에 입점하게 된다. 첫 주문이 들어오자 한남동의 도깨비시장 앞 2평짜리 공간을 계약한다. 이 공간을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 확장에 성공한다.


3.    대규모 주문과 브랜드 정체성 재확립
 : 2015년 3월, 성수동 팩토리에 정식 쇼룸을 오픈하게 된다. 대기업으로부터 역대 최대 물량을 소화하였지만, 이 때 대량 생산이 아닌 브랜드의 방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생긴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요청한 2만 개라는 엄청난 주문량이 큰 계기가 되었어요. 이를 경험해보고 나니 우리의 방향성은 대량생산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열심히 바쁘게는 일하고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모호한 상태였죠.
 
마치 사춘기처럼 인터뷰 요청이 와도 응하지 않았고요. 우리는 왜 일을 하고, 한아조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정의해야만 하는 시간이었어요.
- 조한아 대표 인터뷰 中

4.    브랜드 모토에 맞춘 공간 구상
 : 2021년 12월, LDCD 쇼품을 오픈한다. 임태희 소장과 함께한 이 공간은 한아조가 추구는 가치이자 브랜드 모토인 ‘Pause your Life’의 멈춤의 시간을 반영하고자 했다.

LCDC 쇼룸, 롱블랙

퍼그램 프로젝트

2018년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 초대되어 선보인 '퍼그램 프로젝트'는 자투리 비누를 색별로 모아놓고, 손님이 도마에 담아 사 갈 수 있게끔 하며 시작됐다. 비누 생산량이 늘어나다 보니 자투리 남는 게 고민이라 자투리 비누를 모은 것이다. 아까운 비누들이 그냥 버려지면 안 되니까 저렴하게 팔기 시작했지만, 저렴한 가격 때문이 아닌 세상의 유일무이한 디자인이라는 점으로 더욱 고객의 사랑을 받는다.

 

에코 프랜들리 방향에서 퍼그램 프로젝트를 이해할 수도 있지만, 김상만 대표는 "자투리지만 모두 내 자식 같은 마음에서 출발해, 이 프로젝트를 멈출 수 없다"라고 말한다. 지금도 이 퍼그램은 한아조의 베스트셀러다.


모든 작업자는 작업 과정에서 나온 자투리를 함부로 버리지 않아요. 한아조도 같아요. 과정에서 나온 자투리 비누를 버리지 않고 모았다가 테라조 비누로 만들거나 퍼그램 프로젝트로 활용하죠. 버려지는 것들, 누군가는 쓸모없다고 말하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이 있어요.”
 - 김상만 대표, 디자인 인터뷰 중
한아조의 퍼그램 박스. 프로젝트 설명란에는 "어떤 비누가 오더라도 반겨주세요!"라는 메시지가 적혀있다.

Writer's Note

한아조의 성장에는 언제나 ‘돌아봄’이 있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 사업을 시작하고, 매 단계에서 잘한 점과 못한 점을 돌아보며 다음 스텝을 모색한다. 그들은 겉으로만 좋아 보이는 회사가 아니라, 내부에서도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주 4일제를 도입했다. 또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과정에서는 사근하고 발랄한 소통이 빠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한아조는 완성된 상태로만 보이는 브랜드가 아닌, 돌아봄을 통해 지속해서 성장하는 브랜드로써 고객이 성장의 동행자가 되도록 만든다.


LCDC 매장을 방문해서는 새로 나온 에센스의 향과 질감에 반해왔다. 이렇게 제품까지 잘 만들면 고객은 당연히 감동하고, 한아조가 하는 고민에 함께하는 동행자가 될 수밖에!

향후 한아조의 방향성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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