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아주 때때로 놀라운 통찰력을 보인다.
티브이에서 한 예쁜 여자 연예인이 나와 내가 ‘찐’으로 감탄하면 “잔털이 많은 관상이라 조금 번거로울 것 같은데”라고 혼잣말을 한다던가, 가수 청하가 열창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하면 옆에서 “근데 이모상이야."라고 되지도 않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 집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이므로 큰 문제를 야기할 것까지야 없으리라. 그런데 세상 이렇게 예쁜 연예인을 기가 막힌 이유로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하는 남편을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이런 남편이 나에게는 가끔 예쁘다고 할 때가 있으니까.
내가 실없이 누워있던 어느 주말 날,
“규리야, 오늘따라 왜 이렇게 허벅지가 두껍지?”
“그래? 나 살쪘나…?”
“방금 토끼 뒷다리 같았어.”
“토끼 뒷다리?”
몸 전체에 비해 뒷다리가 비대하게 큰 토끼가 연상되었다고 노필터로 이야기하는 남편.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상황이나 대상을 기가 막힌 통찰력으로 집어내는 남편의 이 악마적 재능(?)이 부럽다. 참 얄미우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