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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Jul 22. 2023

왜 이렇게 많이 싸울까?

이전 연애에서 나는 ‘싸운 적이 없음’을 자랑으로 여겨왔다. 3개월 넘게 만난 남자친구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보니 그렇게 치고받고 싸울 일이 없었고(잘 헤어지는 사람은 아니고, 전체 연애 횟수가 적다), 애초에 화내는 게 익숙지도 않았다. 서운함이 마음 속에 쌓이다가 그 서운함이 커지면 이별을 통보하는 식이었다.


남편과도 그랬다. “좀 참다가 아니면, 이별”이란 마음으로 연애한 거 같다. 그런데 남편은 세심한 탓에 소소한 내 감정변화도 잘 알아챘다. 뭔가 토라진 걸 느끼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바로바로 이야기하게끔 했고 서운함은 바로 풀도록 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는 사람, 그렇지 못한 사람. 그런데 나는 속마음을 좀처럼 이야기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내 감정을 입 밖으로 꺼내는 행위가 너무 어려웠다. 때론 이유가 너무 소소해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난 언제나 감정의 폭풍이 지나간 상태에서 내 마음을 정리한 후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 남편이 이렇게 바로바로 ‘서운함의 이유’를 분석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나와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다. 나는 혼자 시간을 가졌다가 이야기해야 하는 사람인데, 남편은 문제를 그 자리에서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어쨌듯 화해 의지가 더 큰 남편의 방식대로, 즉각 다툴 일이 잦아졌다. 그러다 보니 나도 꽤 언성을 높일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나의 싸움 방식은 수동형이었다. 서운함을 표현하지 않고 내 마음속 실망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그 실망이라는 풍선이 펑 터지면 나는 그 사람을 정리해버리는 식으로 마음을 정리하고는 했다. 그래서 상대는 이유도 모른 채 ‘쟤는 왜 마음이 갑자기 언 거야?’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 역시 피하지 않고 링 위에서 최선을 다해 펀치를 날린다. 서운한 점을 돌리지 않고 이야기하며, 내가 잘못한 건 내 입으로 정확히 이야기하고 사과한다. 이렇게 우리 싸움의 기술은 날로 발전 중이다.


“우리가 언제 마지막으로 싸웠더라?” 할 정도로 싸움의 빈도가 줄었으니, 이제는 ‘싸움의 기술’에 대해 한두 마디쯤은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한 부부에게 한 가지 꿀팁. 난 열을 내서 싸우다 말고 잠깐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사람과 싸워서 뭐 해. 이젠 이별도 못하고 이혼인데.’ 그러면 열 내는 이 에너지가 아까워 웃음이 새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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