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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Aug 14. 2023

결혼생활의 좋은 점에 대하여

결혼생활 중 가장 좋은 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러다 한 가지 키워드로 정립된다. 안정감!


우선, ‘많은 옵션에서 비롯한 피로감’이 준다. 남편만 사랑하면 되고, 다른 사람들을 안중에 들일 수 없으니 다른 사람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한 피곤함이 없다. 선물 고를 때도 마찬가지. 과거에는 수많은 가설을 펼쳐 ‘어떤 선물이 좋을지’ 며칠 전부터 고민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순간 이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히 아니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냥 그 선물을 할 수 있는 용돈만 받쳐주면 된다.


둘째, ‘함께 사는 데서 오는 안정감’이다. 무서운 꿈이라도 꾸다가, 남편이 옆에 있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 한없이 안도감이 든다. 손을 잡아 온기를 느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잠에 들 수 있다. 음식을 사더라도 함께 나눠 먹을 사람이 있으니 다 먹지 못하고 버릴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하루 이야기를 나눌 룸메이트가 저녁이면 돌아온다. 만약 혼자 산다면 악몽을 꾸고 다시 잠들기 어려울 거고, 층간 소음이라도 들리면 말 못 하고 혼자 앓을 거고, 전등이 나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전전긍긍해야 했을 것이다. 이렇게 혼자 살기 위해 들여야 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는 게 나란 사람의 에너지를 얼마나 아껴주는 지 모른다.


셋째, ‘경제적 정서적 안정망’이다. 결혼할 당시 나는 혼인 서약에서 “남편이 일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경제력 있고 멋진 와이프가 되겠노라.” 다짐했다. 마침 그 해 승진했고, 업무로 인정받고 있었던 터라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 백수가 되었다. 이직을 약속한 회사가 TO가 사라졌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버린 것이다. 연봉협상만을 앞두고 있던 터라 당연히 이직할 줄 알고 퇴사를 한 후였다. 얼결에 백수가 되었지만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남편이 있어 구직에 연연하지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남편은 회사를 벗어나 혼자 힘으로 해볼 수 있는 걸 다 해보라며 나의 ‘백수 시간’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이번엔 내가 쉬지만, 다음에는 남편이 쉬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경제적 안정적 버팀목이 되어주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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