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규리 Jun 09. 2024

장점을 극대화하는 법

늘 똑 부러진 남편에게 사소한 단점이 있다.


청소의 디테일이 매우 약하다는 점이다.

화장실 청소를 이 세상 무엇보다 힘들어하거나, 설거지할 때 잔여물이 남고는 한다. 매우 드물다시피 한 그의 단점이 ‘청소’ 영역에서 드문드문 발견될 때면 나는 괜스레 집요해진다.


“한 번 할 때 제대로 하는 게 어떨까? ”

(미소라고 내 마음에 쓰지만 표정은 장담 못한다)


여러 차례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남편의 ‘대충 청소력’에 불만을 표해보이만 남편은 크게 나아지는 건 없다. 한 번은 우리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고 운을 띄워보았더니 그가 하는 말은 이랬다.


"나에게 있는 단점을 개선하는 데 힘을 쓰다 보면 무난한 사람이 되고, 내가 가진 장점을 더 발전시키면 훨씬 내 인생에서 보탬도 되고 자기 효능감도 높아질 것 같은 걸. “


사실 그는 자신이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 사람인지 좌우지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살아오면서 자신이 가진 단점이 자신이나 가족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크리티컬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크게 이에 집중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사람들은 내가 가진 차별성을 기억할 것이고, 그것이 내가 가진 강점에 집중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와의 이야기 이후 우리는 설거지 이슈는 식기세척기로 해결하게 되었다. 화장실 청소는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된 청소 대행서비스를 활용하기로 했다. 2시간에 4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우리가 원하는 곳을 집중적으로 청소해 주셨고, 절약이 몸에 밴 남편도 이러한 소비에는 긍정적이었다.


지나고 보니 남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청소를 잘하지 못하는 남편의 단점을 개선시키기보다 남편이 잘하는 것에 더 집중을 해 경제적 효용성, 이를테면 투자나 경력계발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책에서 ‘분자에 한 사람의 좋은 점을 두고, 분모에 나쁜 점을 두면 그 사람의 식이 나온다’는 걸 읽었다.

남편의 말대로라면, 있는 단점(분모)을 유지하고, 장점(분자)의 크기를 키우면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값은 1보다 커질 수 있다. 그러니 그의 청소력에 계속 불만을 가지기보단, 그 단점을 이해하고 잘하는 청소 영역을 재분배해보기로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가 하기 싫은 일을 ‘장점에 부각하자’는 이유로 서로 잘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서로에게 점수를 후하게 줘가며 다툼의 빈도를 줄이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염과의 전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