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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Jul 29. 2023

프로 광고인의 자세 = 주말출근

광고업에 종사하면서 가장 힘든 한 가지는 출퇴근 일정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평일 야근은 불사하고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동료들은 "광고하는 사람하고는 절대 결혼 안 할 거야."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광고인의 삶은 '워크'가 '라이프'를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신입 시절부터 들어온 "프로페셔널하게 일 하자"라는 말은 '업무>일상'에 대한 공식이 전제되어있다. 무엇이 옳고 아닌지에 대한 기준조차 없던 신입 시절부터 선배들의 가르침은 내 의사와 관계없이 강행되고는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프로답게 일하고 있다'라는 프로페셔널과 책임감으로 위장한 채.


새롭게 이직한 광고회사 또한 이러한 공식은 변함이 없다. 광고주의 요청에는 언제나 스탠바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프로의 자세니까. 주말의 개인적 약속을 취소하고 출근해야 하는 이 상황이 다시 되풀이되는 요즈음, 라이프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퇴근 후엔 같이 저녁을 함께하고 싶은 남편이 존재하고, 평일의 일만큼이나 소중한 나만의 주말이 있다. 광고주의 요청은 일하는 시간에 대응하고, 특수한 상황이면 그 시기와 시점은 명확히 상호 간에 약속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맞다. 누군가가 내 주말까지 사용할 권리를 당연하게 주장하는 건 도리에 맞지 않다. 미안하다는 말로 양해를 구할 문제가 아니다.


나는 물론 내 일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내 일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내 일만큼 내 일상도 사랑한다. 그렇기에 내 일과 내 일상을 모두 오롯이 가져가야만 한다.


물론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높듯 이 광고업에 종사하는 이상 완벽한 일과 일상의 평온한 분리는 없으리라. 지금 이 글을 쓰는 주말에도 나는 광고주의 요청으로 오전 출근을 해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꿈꿔본다. 내 일상을 지켜줄 수 있는 업무 문화가 조금씩 바뀌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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