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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Mar 28. 2023

퇴사에 베팅해 보니 진짜 즐겁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반년이 넘었다. 좋아하던 일이었는데 왜 그만뒀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다.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는 수도 많은 이유를 댈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렇게 하고 싶어서'였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광고 기획자로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건 언제나 조심스럽다. 브랜드 전략이라는 건 언제나 운과 실력의 경계가 모호하게 결과가 도출되고, 전략에 분명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광고회사는 최선의 조언을 해야 하고 그 선택이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수많은 선택지를 만들고 검증을 병행하여 승률을 높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인생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전략'이 아닌 '베팅'의 태도를 취한다. 어차피 인생은 100% 완벽할 수 없고, 확신을 갖는다 한들 인생사에 어떤 변수가 낄지 모르는 셈이다. 변수가 끼면 그 사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퇴사의 문제에 대해서도 '최종 이직 확정을 받지 못했는데 이직을 하는 게 맞을까?'란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인생이 베팅이라는 생각이 개입하는 순간 퇴사는 타이밍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티브 잡스도 애플에서 쫓겨난 후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디즈니 역시 귀여운 화풍 그리기를 힘들어하던 팀 버튼을 내쳤지만 팀 버튼은 퇴출 후 오히려 날개를 단 듯 자신의 색을 펼쳤다. 인생에 '사고'라 여겨질 만한 일을 오히려 재미있게 헤쳐 나간 스티브 잡스나 팀 버튼이 떠올랐다. 이직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들, 마음만큼은 인생의 진짜 재미를 아는 그들처럼 가져보고 싶었다.

1984년에 디즈니 채널에서 방영 중인 단편 실사 영화 <프랑켄위니>(1984)를 제작하다가 디즈니에서 퇴출당한 팀 버튼. 귀여운 화풍의 디즈니와 맞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직할 곳의 최종면접을 보기도 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내 마음이 하라는 대로 퇴사를 하고 나니 오랜만에 삶에 주도권이 생긴 기분이었다.


이직을 진행하던 회사의 사정으로 TO가 사라지는 바람에 최종면접도 보지 못하고 얼떨결에 백수가 되었다. 그런 일련의 사고가 생기며 무직이 되다 보니 좀 더 주도적으로 살아봐도 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하고 싶은 걸 해보기 시작했다.


과연 퇴사가 올바른 의사결정이었냐 한다면 어떤 측면에선 섣불렀다고도 생각한다. 섣부른 퇴사로 '비의도적, 비자발적 백수'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그 선택이 좋은 결정이었길 바라며 또 다른 학습을 시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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