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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연 Oct 29. 2021

bike는 차도로

도로교통 문화(2)

서울로 돌아오고, 우리 사는 아파트 단지에도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횡단보도를 자전거 타고 바로 건너는 사람들 또한 많다. 아예 횡단보도에 '자전거 횡단' 마크가 붙어 있는 경우도 봤다.

그게 새삼스럽게 왜 그렇게 위험하게 보이며 걱정이 되는지 생각해 보니, 영국에서는 자전거가 '차도'로 다니며, 자동차들이 그걸 많이 배려해 주었다는 기억이 났다.

우리가 살던 곳이 런던의 교외이긴 했지만, 당연히 자전거는 차도로 다녔다. 렌트한 차를 가끔 몰 때 왜 앞의 차가 이렇게 천천히 가나 의아해 하면, 거의 어김없이 그 앞에 자전거가 가고 있기 때문인 경우였다. 자전거 때문에 2층 버스가 천천히 가더라도(특히 우리 사는 곳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면 큰 유대인 남학교가 있었는데, 등교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들이 있었다) 경적도 울리지 않고 천천히 따라가던 모습..


아이들이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도 'bike to school weeks'라 하여, 환경을 생각해서 자동차가 아니라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고 등교하라는 것을 권장하며 몇 주 동안 행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교내에 자전거 주차대와 킥보드 주차대(동그랗게 생겼고 시계 바늘처럼 끼울 수 있는 곳이 있다)가 있었고, 6학년의 경우에만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혼자 등하교하는 것이 가능할 뿐 원칙적으로 보호자가 등하교 때 같이 동행해야 하는(그것 때문에 근무시간이 탄력적인 경우가 많았고, 지인들은 대부분 그런 건 excuse가 되는 사유라 했다. 영국은 우리나라처럼 출퇴근 카드를 찍거나 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주 단위, 월 단위 근무시간이 있고 그것은 서로 신뢰하며 지켜가는 것이라는 문화라고 들었다) 영국 학교를 보내며, 등하굣길 자전거나 킥보드를 탄 아이들은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울에 돌아오니 아이들은 학교에서 자전거 타고 등교하지 말라고 한다고, 왜 이렇게 다른 거냐고 묻는다. 자전거가 인도에 다니는 문화와, 차도에 다니는 문화의 차이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서울은 차도가 널찍(런던에 비해선 정말 그렇다)하고, 차가 빨리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통의 흐름을 좌우한다면, 런던은 차도가 좁고(차도를 넓히기 위해 오래된 건물을 부순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차도가 막히면 차도를 넓히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냥 아예 차가 안 다니게 만들어 버리는...) 그 좁은 길을 자동차도, 덩치 큰 2층 버스도, 자전거도 모두 알아서 잘 이용하도록 하는 문화랄까. 가끔 그렇게 편하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런던 풍경이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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