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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연 Oct 29. 2021

영국의 보행자 우선, 자전거 배려

도로교통 문화 (1)

영국에 가서 제일 먼저 적응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자동차들의 'Keep to the left system'이고, 보행자의 입장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좌우 살피고' 길 건너기가 아닌 '우좌 살피고' 길 건너기였다.

영국이 다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싹 다 갈아엎고 건물을 새로 짓는 걸 상당히 꺼려 하고 오래된 집들을 조금씩 고치면서 살아 오는 데 익숙한 영국인들은, 도로가 좁아도 별로 넓힐 생각이 없는지, 양 차선이 모두 1차선인 곳이 많았고, 게다가 지상 주차까지 허용하고 있는 곳이 많아서(지상 주차 가능한 구간이 표시되어 있고, 주차요금 정산 기계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무인으로 운영해도 문제가 없는 건지는 늘 궁금했다.) 거의 일방통행처럼 운영된다고 볼 수도 있었다. 런던의 명물이라 칭해지는 double-decker bus 같이 덩치 큰 차들도 조심조심, 반대편 차선에서 차가 오는데 길이 좁을 것 같으면 잠시 멈춰 기다려 주는 그런 운전이 일상이다. 

운전자의 입장에선 사실 굉장히 조마조마한 면이 많아서, 너무 길이 좁아서 반대편에서 오는 운전자와 서로 오른쪽 어깨가 부딪치는 게 아닌가 싶은 순간도 있다. 하지만 보행자나 biker의 입장에선, 우리나라 서울의 교통환경에 익숙해진 우리에겐, 정말 따뜻하게 느껴졌다.

일단, 뭔가 건널 것 같은 기미가 보이거나, 아이들이 차도에 가까이 다가와 있으면, '저 차 지나가고 길을 건너야지'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도, "먼저 지나가세요"라는 의미로 차가 우리 앞에서 천천히 멈춘다. 보행자가 발을 들이면 무조건 보행자 우선이고, 그에 대한 벌금도 세게 매긴다고 듣긴 했지만, 발을 들이지 않고 건너려는 낌새만 보여도 차들이 서행해서 멈춰 주는 문화란...

특히 아이들에겐 관대해서, 나중엔 아이들이 너무 영국식 도로 문화에 익숙해서 차가 오는 게 보여도 당연한 듯 건너는 일이 있었는데, 그래도 (적어도 겉으로는) 뭐라고 얘기하거나 경적 한번 울리지 않고 얼른 멈춰서 주었고, 천천히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사실 영국의 도로에선 경적을 울리는 일 자체가 매우 드문 것 같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이들 다니는 학교 앞 길은 워낙 좁기도 했지만, 아이들 등하교 시간엔 오로지 보행자와 biker들만 다닐 수 있게 하고 자동차는 못 다니게 하기까지 했다. 예전에 한국에서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 앞의 길도 서울 기준으로는 좁은 도로였는데, 그래도 그 길을 아이들 등하교 시간에 아예 자동차 못 다니게 하는 건 생각하기 어려웠는데, 영국에선 오래된 일인지 그냥 다 그렇게들 했다. biker가 포함되는 이유는, 킥보드(주로 1,2학년)나 자전거(3학년 이상)를 타고 등하교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교내엔 킥보드 주차대와 자전거 주차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Biker에 대한 관대함은, 앞에 자전거가 있어도 덩치 큰 2층 버스든 승용차든 경적을 울리거나 추월(추월할래야 길이 좁아서 하기도 어렵지만)하지 않고 조용히 자전거를 따라 가는 모습에서 잘 알 수 있었다. 나중에 왜 이렇게 앞차가 천천히 갈까 하고 의문이 들면, 앞에 자전거를 탄 사람이 가고 있나 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건 대부분 맞았다.


이런 일상의 경험은, 보행자나 biker들에게 친화적인 도로교통 문화에 대해 우리나라도 더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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