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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경 Feb 27. 2022

연경의 유럽 자동차 여행
남프랑스 14

14화, 아를


부드럽고 매혹적인 고흐의 아를

아를은 남프랑스 여행에서 위치상으로 프로방스 서쪽 끝에 있어 이곳에서 방향을 돌려

엑상프로방스와 마르세유 쪽으로도 갈 수 있고,

서쪽의 몽펠리에, 카르카손, 툴루즈를 거쳐 루르드까지 여행을 확장할 수 있는 곳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고흐의 아를’로 기억하고 있지만

이 도시는 고대 로마인에 의해 개척돼 번영했으며

중세에는 산티아고 순례길 중 하나(French Way)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기원전 1세기에 로마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의해 로마 식민지가 된 아를은

 역사도 유구하고 상업도 발달한 항구도시였으나 

16세기 들어 론 강 하구가 퇴적층으로 기능이 약해지면서

상권이 마르세유로 옮겨가 쇠락하게 된다.


산티아고 가는 프랑스 순례길/ 사진 walkingfrance.info


쇠락해 버린 아를에 1888년 2월 20일,

폭설과 강추위가 아를을 덮친 날 파리를 떠난 고흐가 도착한다.

그날 밤 내린 눈이 20cm가 넘었다니 아를의 짱짱한 햇살을 찾아온 고흐는 잠시 낙담했으리라!


붓을 놓을 수 없던 고흐는 묵었던 호텔 건너편의 정육점을 첫 그림으로 그렸고

두 번째로는 호텔 주인의 장모 엘리자베스 가르신(Elisabeth Carsin)을 그렸는데

‘아를의 노인’은 고흐가 첫 번째로 그린 아를에서의 인물화이고

 더 유명한 그림은 ‘지누 부인의 초상화’다.

고흐는 ‘아를의 여인’이란 제목으로 7점의 그림을 남겼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알퐁스 도테’를 다시 읽는다고 썼는데

아를 가까운 님에서 태어난 알퐁스 도테('별'과 '마지막 수업'을 쓴 작가)는

1872년 '아를의 여인'을 썼고 비제가 ‘아를의 여인’ 모음곡으로 탄생시켜

 프랑스에서는 아를의 여인이 상당히 알려졌었다고 한다.

고흐가 그린 지누 부인도 전통 복장을 하고 머리에 장식을 한 아를 여인의 모습이다.


 

아를의 노인/vangoghmuseum 소장
지누 부인/ The Met 소장


고흐가 300여 점 작품 남긴 아를.

그가 동생 테오에게 남겼던 편지에서

‘예전에는 이런 행운을 누려 본 적이 없다.

하늘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파랗고 태양은 유황빛으로 반짝인다.

천상에서나 볼 수 있을듯한 푸른색과 노란색의 조합은 얼마나 부드럽고 매혹적인지’로 표현했던,

그 아를로 남프랑스 자동차 여행 떠나보자.

     

▶아를 주차장


Parking du Centre (8 Rue Emile Fassin, 13200 Arles / 좌표 43.674667, 4.629780)

아를 주차는 투어리스트 오피스 가까이 지하 주차장에 한다.

 아를에 관광객이 넘쳐나는 성수기에는 자리가 잘 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으니

숙박하는 곳에 자동차를 두고 아를 시내는 걸어 다니도록 한다.



아를 여행지도


▶아를 고대 극장과 아를의 비너스

 Théâtre antique d'Arles


아를 고대 극장 / 사진 Finoskov on Wikimedia Commons


기원전 1세기 말에 건축된 로마극장으로 원형 경기장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극장은 관객석, 무대, 아름다운 벽면으로 나뉜다.


관객석인 반원의 카베아(Cavea)는 1만 명을 수용하는 규모이고 계급에 따라 좌석이 나뉘어

 내부 계단이나 오케스트라 자리에는 귀족과 기사 계급이 앉았다.

벽감에 있었던 비너스 상은 루브르로 보내졌고,

부러진 한쪽 팔이 복원되었으며 ‘아를의 비너스’로 불린다.


 

▶아를 원형경기장 Arènes d'Arles


아를 원형경기장/ 사진 Oakenchips on Wikimedia Commons


원형경기장은 타원 모양이고 긴 지름이 136m, 짧은 지름은 107m.

최대 수용 인원이 2만 명이 넘는 경기장이다.


내부로 들어가서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아름다운 아를의 전경을 볼 수 있고 맑은 날은 아비뇽까지도 보인다.

이 경기장은 19세기부터는 투우장으로 이용됐고 지금도 프랑스식 투우 경기가 열린다.

아를의 투우는 끊임없이 소를 피해 도망 다니며,

소의 머리에 달린 리본을 끊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는 아를의 전통 스포츠이다.

18세기 경기장 안에 주택이 있었는데 정비되어 오늘의 모습이 되었다.


18세기 아레나 모습/ 사진 wikipedia

                  

▶오벨리스크와 시청
              

아를 시청과 오벨리스크/ 사진 pixabay
아를 고대 로마 포럼 / 사진 bjs on Wikimedia Commons

아를의 오벨리스크. 광장을 둘러싸고 로마 시대의 주요 건축물들이 모여 있다.

 아를 시청사 지하에는 고대 로마 포럼의 지하 비밀 통로도 있다.



▶생 트로핌 교회(Saint-Trophime Primatial Catholic Church)

중세 산티아고 순례 아를의 길에 있었던 트로핌 교회/사진 Wolfgang Staudt on flickr
트로핌 교회 입구/ 사진 pixabay
아름다운 트로핌 교회 회랑/ 사진 pixabay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 건축물로 아를에 가톨릭을 전파한 트로핌 주교의 이름을 붙였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 있어 중세 때 순례자들이 거쳐 갔던 곳 아를.

로마네스크 양식이고 성자와 사도의 모습이 조각된 정문이 유명하고 회랑이 아름답다.


◆아를의 반 고흐 패널


1888년 2월부터 1889년 5월까지 고흐가 이젤을 세운 곳곳에 그의 그림 패널이 표시되어 있다.

고흐의 그림 흔적을 따라가 보고 싶은 사람은 투어리스트 오피스에 가서 고흐 그림 지도를 구입해서

 따라가도 되지만 여행 경로 상에서 몇 곳을 보는 방법도 있다.


▶아를의 포룸 광장의 카페테라스

(Le Café Van Gogh)

밤의 카페 Le Café / 사진 Allison Meier on flickr
크뢸러 뮐러 미술관이 소장한 고흐 밤의 카페


고흐 그림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도 아를에서 밤의 카페와 그가 입원했던 병원 정도는 가 본다.

동선 안에서 가깝다. 고흐가 이 그림을 그릴 무렵부터 밤 작업도 시작했다고 한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푸른 밤, 카페테라스의 커다란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어.

그 위로는 별이 빛나는 파란 하늘이 보여.

 바로 이곳에서 밤을 그리는 것은 나를 매우 놀라게 하지.

창백하리만치 옅은 하얀빛은 그저 그런 밤 풍경을 제거해 버리는 유일한 방법이지.

검은색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아름다운 파란색과 보라색, 초록색만을 사용했어.

 그리고 밤을 배경으로 빛나는 광장은 밝은 노란색으로 그렸단다.

특히 이 밤하늘에 별을 찍어 넣는 순간이 정말 즐거웠어.”



이 집은 음식 맛이 없기로, 서비스가 좋지않기로 소문이 났는데

 우리는 아를에 화가 공동체를 만들고 그림에 온 몸과 정신을 다 바치기로 작정한 고흐만 생각하기로 한다.

낮에는 문을 열지 않아 그 앞에서 사진은 마음대로 찍을 수 있었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론 강 제방)


좌표 43.682455, 4.630148

구글 스트리트 뷰라 화질이 안 좋음/ 주차장이 바로 앞에 있다.
론강의 밤 /사진 Rolf Süssbrich on Wikimedia Commons
오르세 미술관이 소장한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아를 숙박자는 밤에 론 강에 가보면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노란 집과 가까이 있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보낸 그 시절로

다시 가보자.


 “나는 지금 아를 강변에 앉아 있어. 별은 알 수 없는 매혹으로 빛나고 있지만

저 맑음 속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두 남녀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고 있어.”


▶노란 집 (라 마르틴 광장)  


암스테르담 반 고흐 뮤지엄 소장 고흐의 노란 집


고흐가 그린 노란 집은 2차 대전 때 파괴되어 없다.

길가에 그림 패널만 뎅그러니 있다.

고흐가 아를에서 화가 공동체를 꿈꾸며 빌린 집은 건물의 그림에서 오른쪽에 있는 방 네 개다.

1층에는 부엌과 작업실, 2층에는 자신과 고갱의 침실이 있었다.

해바라기와 밤의 카페테라스도 이 집에서 그렸다.

이 집의 고흐의 침실은 총 세 개 그려졌는데

오르세 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 있다.

구글 지도에 한글로 노란 집 검색하면 나올 정도로 유명하지만 막상 가보면 감흥은 사람마다 천지 차이다.


그러니 아를에서는 내게 주어진 시간과 애호도에 따라 고흐 그림 찾기를 어느 정도 할 건지 정해 가는 게 좋다.


▶Espace Van Gogh 및 그의 병원 정원 (L'espace Van Gogh)


반 고흐 정신병원 / 사진 Marianne Casamance on Wikimedia Commons


16세기에 세워진 병원으로 1888년 겨울 고흐가 자른 귀를 치료하기 위해 입원했던 곳이다.

 이후 병원은 이전했고 병원 건물과 부속 정원을 고흐가 입원했던 당시대로 복원해 놓았고

그림 속 모습대로 색도 칠해 놓았다.



▶알리스 캉(Alyscamps) 공동묘지

알리스 캉/사진 sailko on wikimedia commons

  

고흐의 알리스캉(좌), 개인 소장/고갱의 알리스캉(우), 오르세뮤지엄 소장.


로마시대부터 있었던 공동묘지를 고흐와 고갱이 다른 화법으로 그린 곳이기도 하다.

둘의 화풍은 격렬한 논쟁을 유발할 정도로 달랐다.



아를은 통합 티켓이 있으므로 위에 소개한 곳 들 중에 볼 곳을 정한 다음 티켓을 구매하는 게 좋겠다.

                    

▶랑글루아 다리(Langlois Bridge)의 아를 투 부크(Arles-to-Bouc)
운하를 따라가는 도로(Puente de Van Gogh) / 주차장 좌표 43.656679, 4.620657
          

아를의 다리/ 크뢸러 뮐러 뮤지엄 소장


고흐가 도개교를 그린 장소는 자동 여행자는 쉽게 간다.

다리 바로 앞에 작은 공간이 있어 주차할 수 있다.

당시의 도개교는 없어졌고 남아있는 도개교를 가져와 설치했다.

  

▶루마 아를

루마 아를 / Howard Stanbury on flickr


2021년 6월 아를에 새 명소가 생겼다.

 프랑스 철도청 소유의 부지에 루마 재단에서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든 것인데

바로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랑코 게리 작품이 그 안에 우뚝 서 있다.

알리스 캉에서 가까우므로 가보길 권한다.

루마 재단은 스위스 글로벌 제약사 로슈 가문의 상속자이자 파워 컬렉터 마야 호프만이

 1억 5000만 유로를 기부해서 세운 재단이다.

원통형 건물은 아를의 원형 경기장을 상징하고

울퉁불퉁한 외관은 아를 주변의 레보드 프로방스의 절벽 같은 암석 지형을 표현한다.

해가 질 때 1만여 개가 넘는 알루미늄 패널이 빛을 반사하는데

바로 고흐 그림의 찬란한 색채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유럽자동차여행  #남프랑스여행 #아를여행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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