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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목 Mar 25. 2021

상대를 움직이는 스피치 마인드
- 대접하라, 프로로서

#마음을움직이는스피치 #스피치 #pt #발표 #설득 #마음가짐

스피치에는 청중과 연사가 있습니다. '대화'와 똑같죠. 중얼거리는 혼잣말을 ‘대화’라고 부르지 않듯, 대화에서는 화자와 청자, 스피치에서는 청중과 연사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스피치를 강연이나 PT 등으로 한정한다면, 주고받는 대화와 다소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스피치 연사는 판매자, 청중은 구매자가 됩니다. 고정된 역할이 있다는 겁니다. 대화에서는 청자와 화자의 역할이 계속 빠르게 바뀌는 반면, 스피치는 발신자, 수신자가 정해져 있습니다. 중간에 간혹 질의응답 정도만 허용될 뿐, 거의 끝까지 구분되죠.  이 부분이 일반적 대화와의 차이점입니다.


역할이 고정되어서인지 청중은 놀랍게도 '청중'이 되면 특별한 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청중이 되는 순간 그들은 철저히 판단하는 '갑'이 됩니다.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직업인지, 성격인지, 전문가든 초심자든, 나이가 적든 많든 상관없이, 청중이 되는 순간 그들은 연사(앞에 나와 말하는 사람)를 평가하게 됩니다. 


반면 말하는 사람, 화자, 연사는 철저히 을입니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사람, 그 시간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 가치를 줘야 하는 사람, 어쩌면 더 아쉽고 불안한 입장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갑-을'이라는 표현이 요새 좀 이미지가 안 좋아서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을'이라 표현했지만 그것이 무조건적으로 불리해서 굽실대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에게 최선의 결과물을 주는 "프로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리츠-칼튼 호텔의 서비스는 일명 ‘미스틱 서비스(Mystic Service)’로 불립니다. 의미 그대로 모든 호텔리어가 신비주의자(Mystic) 콘셉트 아래 고객들을 대한다는 뜻이죠. 그들의 서비스 차별성의 시작점은 과거 왕이나 귀족을 모시던 하인들의 섬세함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모시는 사람과 관련 인물들에 대해 모르는 게 없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용무로 이곳에 찾아왔는지 반복해서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크게 티 내지 않으면서도 섬세한 부분까지 케어할 줄 아는 것이 능력 있는 하인, 집사라는 것이죠. 


리츠-칼튼은 이런 가치관을 이어받아 ‘미스틱 서비스’로 재현해 냈다고 합니다. 그들은 한 번 왔다 간 고객의 이름을 되묻는 일이 없고, 체크인 시 직원과 대화를 몇 번 나누면 얼마 뒤엔 지나가다 마주치는 직원들이 모두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해요. 


상대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섬세하게 대접하는 것이죠. '고객 최우선, 고객이 왕이다'라는 마인드에서 나온 서비스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리츠칼튼 호텔의 직원들은 가슴에 "크레도"라는 카드를 항상 지니고 다닙니다. 그곳에 가장 크게 적힌 것이 그들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을 갖는지를 잘 나타냅니다.

출처 : 리츠칼튼 홈페이지


“We are Ladies and Gentlemen serving Ladies and Gentlemen(우리는 신사 숙녀 여러분을 섬기는 신사 숙녀이다)”

스스로의 자부심을 가지고 상대를 섬기는 것이 진정한 프로죠. 나를 존중하는 만큼 상대를 존중하는 것. 높은 자존감을 바탕으로 그에 해당하는 섬세하고 따뜻한 비스를 하겠다는 다짐. 왕과 하인이 아닌, 왕을 대접하는 왕으로서,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마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을"의 마인드입니다.



추가로 스피치의 화자가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 또 있습니다.

일식의 오마카세를 주문받은 '요리사'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저는 오마카세가 뭔지 몰랐어요. 초밥집 메뉴판에서 봤는데, 저는 생선의 한 종류인 줄 알았어요. '뭐가 이리 비싸. 참치 대뱃살보다 훨씬 비싼데? 신비의 생선 뭐 그런 건가?' ㅎㅎ

어원을 보니 '맡기다'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하네요. 요리사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거죠. 


요리사는 그 날, 자신이 줄 수 있는 최상의 재료를, 상대방의 취향에 맞춰, 자신의 역량을 다해 제공하는 것이 오마카세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프로로서의 자부심을 담아 만드는 메뉴죠.


스피치를 하는 연사 또한 귀한 고객에게 오마카세를 대접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자신이 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줘야 하죠. 가진 재료를 역량을 다해 요리해 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평소에 좋은 재료(콘텐츠)를 많이 확보하고 그걸 요리하는 역량(구성 및 전달 기술)을 많이 쌓을수록 고객(청중)은 만족할 수 있죠.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상대의 취향에 맞출 수 있다면 훨씬 탁월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죠.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오마카세의 기억이 있습니다. 요리사께서 제게 질문을 많이 하시더군요. 그 날 준비된 재료를 안내하고, 어떤 식으로 조리하는 걸 더 선호하시는지, 음식의 식감, 밥과 고추냉이의 양, 회의 크기 등 작은 것까지도 하나하나 질문을 하셨죠. 


물론 그런 대화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저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만큼 저에게 맞춰 음식을 준비하겠다는 진정성이 느껴졌거든요. '배려를 위한 노력'이 느껴졌달까요.


음식은? 아주 훌륭했습니다. 제 기대보다 더 훌륭한, 질문에 답을 한 보람이 느껴지는 멋진 식사였죠. 무엇보다 '나만을 위한 식사'를 했다는 충족감이 들어서 더 기분 좋은 정찬이었습니다.

우리의 스피치를 들은 청중이 똑같은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단순히 '좋았다, 만족스러웠다'라는 반응을 넘어 '감동, 생각의 변화'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청중한테 매번, 하나하나 물어볼 수가 없잖아요?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어떤 스타일의 이야기를 선호하는지 등등. 마치 직접 물어본 것처럼 상대가 원하는 이야기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미리 알아볼 수 있으면 최고죠.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꽤나 비슷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정확하게 ‘추측’ 해야 합니다. 그 방법은 나중에 알려 드릴게요. 



정리하자면, 우리는 오마카세를 대접하는 요리사의 마음가짐, '신사 숙녀를 대접하는 신사 숙녀'로서의 마음가짐을 가진 호텔리어 같은 마음으로 이야기를 준비해야만 합니다. 


자부심을 담아 최선의 노력으로, 상대방이 원하는,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훌륭한 스피치가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해야만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피치 마인드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 있습니다.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장 많이 가진 것이 진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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