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게임을 잘 하는 비법

인생 게임의 최고 공략집, 종교.

by 전종목

“너희, 게임 좋아하지?”

“선생님! 좋아하다뇨! 완전 사랑하죠!”


J의 허튼소리에 익숙해 지신 걸까? 선생님은 전혀 개의치 않고 말씀을 이으셨다.


“존재, 인생은 게임과 신학을 통해서 이해해 보면 재미있지. VR을 쓰고 메타버스 안에서 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네.”

“아하, 인생이란 게임을 한다고 치는 거죠? 우리는 각자의 캐릭터를 플레이하고 있는 거고.”


J는 내 얼굴을 보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 너는 근데 왜 그걸 골랐냐?"


“… 선생님,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나는 잡은 J의 멱살을 풀며 말했다.

"게임은 알겠는데 왜 신학이죠?”


“너희 윤회라는 말 알지?”


“다시 태어나는 거요?”


“비슷해. 이 윤회라는 시스템이 꽤나 재미있는 개념이지.

이 게임 시스템은 반복되는 라운드, 즉 각 '생'마다 이뤄야 할 미션이 있다고 하지. 달성해야 할 레벨, 평판도 있고.

각자 주어진 퀘스트를 해 내야 레벨과 평판이 오르는데, 수행을 제대로 안 하거나 트롤링, 그러니까 엉망으로 플레이하면서 주변에 피해를 끼치면 안 돼.

당장 이번 생에도 제재를 받지만, 다음 생애, 즉 다음 라운드에서 큰 페널티를 안고 시작하게 된다는 거야. 이른바 똥캐, 망캐로 시작하게 되는 거지."


눈을 반짝이며 듣던 J가 또다시 안쓰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 너, 지난 라운드에 트롤링이 심했구나? 그러니까 매너 겜 좀 하지 그랬어.”


“뭔 개똥 같은 소리야! 그럼 너는 패드립이라도 하고 살았냐?”


“왜! 수천 년의 지혜가 담긴 종교의 주장이었다고!”

멱살잡이를 하는 우리를 보며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맞아.”

“네??"


“그렇죠? 얘 상태를 보면 지난 라운드가…”


“아니, 그 말이 맞다는 게 아니고. 윤회를 믿은 힌두 문화에서는 너네 말처럼 “직전 생애의 공덕, 업보로 현생이 결정된다.”는 주장을 했어. 왜 그랬을까?

바로 신분차별을 합리화하는 도구로서 사용하기 위해서였지.”


“아하! 카스트 제도처럼 신분제가 뚜렷했던 힌두 계열 문화에 더없이 필요한 강화 수단이었겠어요. 선생님, 저 상처 받을 뻔했어요."


“그래. 인류 사상 최고의 플레이어 중 하나였던 석가모니는 정면으로 반박했어.

직전 생의 공덕과 업보로 신분이나 능력 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셀 수 없이 반복된 수많은 생애의 공덕과 업보는 언제, 어떤 생에 영향을 줄지 모르는 것이라 했지.


그 반복이 어느 정도로 셀 수 없냐 하면, 세상 모든 중생이 내 부모가 아니었던 적이 없을 정도라는 거야. 그만큼 수많은 윤회 속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 아니 아예 구별하지 못할 존재 들인 거지.

그러니 너희도 서로 분별할 것 없이 사이좋게 지내야겠지?”


곰곰이 생각하던 J는 말했다.

“그렇군요...

그럼 이 녀석의 얼굴은 꼭 지난 생의 문제가 아닌 거군요. 오랜 세월 동안 업보가 참 많이 쌓였어…"


“…”


“…그럼 기독교는 어떤가요? 게임으로 적용해서 이해해 볼 만한 개념이 있나요?”


기독교는 윤회의 개념은 없지만 대신 매뉴얼이 아주 잘 나와있지.


“성경!”


“그래. 얼마 전 한 스님과 대화했는데, 기독교는 불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심자가 접근하기 좋게끔 잘 정리되어 있는 듯하다고 말씀하시더구나. 나도 동의했지. ”


“어떤 면 때문이죠?”


“먼저 구성을 보자면 이야기 기반에, 한 권으로 잘 엮여 있지. 잘 읽어보면 퀘스트 진행 방식이나 매너 게임하는 요령에 대해 접근하기 쉽게 아주 세세하게 잘 정리해 뒀어. 불교 경전도 잘 쓰여 있지만 접근성 면에서 성경이 훨씬 수월하지.


게다가 기독교에서는 신의 존재를 아주 뚜렷이 명시하고, 끊임없이 그 존재를 탐구하고 소통하려 하게끔 만들지. 그 덕에 캐릭터인 '자신' 이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초월적인 요소를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되는 것이지.


내 생각에 가장 탁월한 건 역시나 인류 역사 상 가장 전설적인 플레이어였던 예수 - 개발자이자 GM이 캐릭터 로 플레이한 행적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적어 놨다는 거야. 어떻게 하면 게임 클리어가 가능한지를 부분별, 요소별로 잘 알려주는 좋은 공략집이라 할 수 있는 것이지.


물론 두 종교에서 바라보는 엔딩 루트는 다소 차이가 있긴 해. 하지만 '결국은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네.


불교에서는 '해탈'해서 '부처'가 되어 ‘윤회’를 끊어내는 것을, 기독교에서는 '구원'을 통해 '천국'으로 가는 것을 진 엔딩이라고 말하지.


두 종교 모두 더 나은 게임 플레이를 위한 가이드가 목적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스스로를 자각해서 '인생'이라는 게임의 플레이를 마치는 걸 목적으로 두고 있는 것이니까, 유사한 면이 많지 않은가?


‘종교’는 먼저 플레이한 존재들이 남긴 공략들이니, 그 공략법을 잘 따라가면서 동시에 근원적 질문을 잊지 말아야 해.


이 공략들의 대부분은 하게 살도록 되어있지. 인류가 공유하고 있는 보편, 도덕적 가치라는 것이 종교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알지? 우리 모두 착하게 살자구.


플레이 방식도 싱글 플레이가 아닌 멀티 플레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하네. 대부분의 미션, 퀘스트들이 '상호 교류'를 통해 이뤄지도록 되어있으니, 너무 혼자만 잘 플레이하려고 하거나 싸우지들 말고.


다음 생이 있든 없든 매 순간 충실하지 않으면 손해가 막심하다고 쓰여 있으니, 기왕 하는 것 최대한 열심히 플레이 해 보라고. 절대 중간에 스스로 종료하면 안 되네!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시나리오를 잘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큰 미션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지. 시나리오는 롤러코스터보다 더 변덕스러울 수 있으니, 자잘한 분기점들에 너무 목메지 말고.


게임이라는 게 잘 풀릴 때도 있고, 안 풀릴 때도 있지 않나. 그때마다 스트레스받으면 안 된다네.

어쨌든 “게임”이니 즐기면서 나아가면 결국, 바람직한 엔딩을 볼 수 있지 않겠나?”


선생님의 말씀에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J는 미소를 띈 얼굴로 내게 말했다.


"미드 티모같은 네 녀석도 바람직한 엔딩을 볼 수 있기를."


녀석의 축복에 나도 따뜻함을 가득 담아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주며 속으로 기도했다.


'운영자님! 저런 비매너 플레이어를 왜 그냥 두시나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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