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걷고자 하는 방향을 몰라서, 뭘 지켜나가야 할지 몰라서 시작하지 못한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주 아주 유망한 기업에 Vision Alignment 교육을 했다. 수년 안에 해당 분야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젊은 기업이었다.
그들의 현재 성과, 사업모델도 뛰어났지만, 대표의 마인드, 직원들의 에너지 등 인적 자원의 수준 또한 훌륭했다.
스스로를 극도의 실용주의자라고 말하는 대표. 이전까진 필요를 느끼지 못해 명문화하지 않았지만 대화를 통해 정리해보니, 명확한 사업모델, 비전과 전략, 핵심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인상 깊은 건 실용주의자가 떠올리는 가장 성공적 미래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성장, 성취였다는 것이다. 직원의 만족과 성장이야말로 회사의 미래라는 스웨덴 철학과 일치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허울뿐인 말이 아니었다. 이번 교육 목표가 회사 비전으로의 유도, 내재화가 아닌 직원들 삶의 비전 수립에 더 중점을 둬 달라 할 정도였으니.
실행력 또한 좋아서, 교육이 마치자마자 모두에게 말했다. "이번 교육을 계기로 나도 금요일까지 미션, 비전, 핵심가치를 명문화할 테니, 여기 계신 분들도 자신의 비전과 핵심가치, 그리고 계발하고자 하는 역량을 잘 정리해 주세요. "
교육생들은 어떠한가? 팀장급 리더들임에도 전반적으로 젊은 연령층, 에너지는 밝다 못해 몇몇은 장난스러웠다. 하지만 교육에 들어가니 그 어떤 기업들의 중역들보다 진지하게 임했다.
자신을 이해를 위해 몰입하고, 조직이 바라는 바를 귀담아들으며, 그 미래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깊게 고민하는 모습에서, 단순한 애사심과는 또 다른 차원의, 새로운 동기가 그들 가슴속에 생기고 있다는 것을 완연히 느낄 수 있었다.
업무 동기부여-주인의식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주인(owner)이 아닌데 주인과 같은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주입하는 시대는 지났다.
위와 같이 주인의식을 Ownership(소유권)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Co-Leadership으로의 생각 전환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파트다
그룹의 공동 리더로서 임할 때, 사람들은 "함께 잘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능동적으로 고민하고 실행하게 된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리더가 없어도 괜찮은 그룹"이 조직이 갖출 수 있는 최적의 상태라고 말한다.
비전과 실천
비전은 그 존재가 어디로 향해 있는지 명확히 알려준다. 설정으로 마치지 않고 실천할 때 비전은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글로벌 기업 삼성은 비전을 통해 완벽히 변화한 기업이다. 고 이건희 회장의 '양이 아닌 질적 성장, 나부터의 변화'를 역설한 '비전 1993-프랑크프루트 선언'을 통해 싸구려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리며 글로벌 최상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개인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려움에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대로 살아낸 사람들이다.
그들이 인생의 구렁텅이에서 힘들어할 때, 내 오지랖이 발동했다. 나는 그들에게 삶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다시 찾도록 조언했다. 말 그대로 조언을 했을 뿐, 내가 제의한 번거로운 숙제를 해 낸 것은 오롯이 그들 자신이었다.
다음 단계로 자신이 갈망하는 미래를 떠올리게끔 했다. 달성하기 쉽진 않겠지만 진심으로 바라는 미래를 그리도록 했다. 그리고 미래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전략(Backcasting)을 수립하게끔 도왔다. 말 그대로 구상과 계획 수립을 '도왔을' 뿐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대로 살아가기 시작했고, 당시 떠올린 비전의 모습이 되어 행복하고 훌륭히 살아가고 있다.
대단하지 않은가?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이라는 명언(?)이 있는 이유는 그만큼 막상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번 실행도 어려운데 반복하기는 더 어렵고, 그렇게 살아내기란 정말 아리스토텔레스 형아의 말처럼 "탁월"한 수준이다.
핵심가치와 역량
가치가 명확해야 올바른 선택이 가능하다. 선택의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의 가치 중심으로 선택한 일은 후회하지 않는다.
김보성 씨는 '의리'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군 면제는 친구 대신 무리와 16:1로 싸우다가 맞아서 생긴 시각 장애 때문이고, 난치병 어린이들과의 의리를 위해 쉰이라는 나이에 격투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출전을 반대하는 아내에게 무릎 꿇고 부탁했다고...)
나는 김보성 씨가 누구보다 행복할 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가치는 지켜낼수록 뿌듯하고, 자신다운 삶을 살게끔 하는 중요한 요소니까.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역량이 있다.
그냥 입으로만 이야기한다고 지킬 수 있는 녹록한 사회가 아니니까.
마찬가지로 조직이 비전을 향해 가면서 지키고, 유지하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구성원으로서 계발해야 하는 역량이 있기 마련이다. 역량 미달로 조직의 프리 라이더가 되면 그렇게 비참한 것이 또 없다.
핵심가치에 이바지하려는 역량을 스스로 계발하고자 애쓰는 구성원과 함께라면 그 조직의 성장과 발전은 당연히 따라온다.
강의 말미에 '설렌다'라고 했다. 5년 후 그들이 원하는 모습이 되어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그걸 응원하겠노라며 강의를 마쳤다.
물론 세상 일은 모른다. 지금껏 겪은 변화보다 훨씬 더 큰 파도가 덮칠 테니, 예측은 별 의미 없을지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단기적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과정이 올바른 팀, 가고자 하는 방향을 함께 바라보고 있는 팀이라면, 분명 변화의 파도를 타고 넘어 그들이 원하는 곳에 마침내 도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