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심리 #건강 #외로움 #우울
작년부터 키토제닉 식단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탄수화물과 당을 포기한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농담도 있을 만큼 혹독하다. 밥과 면은 물론 소스부터 디저트까지, 심지어 몸에 좋다는 과일까지 못 먹으니 얼마나 슬픈지 모른다. ‘다정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탄수화물에서 온다. ‘라는 말이 온몸으로 실감될 때도 있다.
좋아하는 고기를 잔뜩 먹기 위한 명분이 아니냐고 해도 할 말 없지만, 이름처럼 세상의 모든 음식을 사랑하는 전종목이 음식을 제한하고 유지한다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덕분에 체중과 염증이 줄어든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손가락이 접히지 않는 트리거 핑거가 생겨 수술을 받을 뻔했으나 지금은 자연 완치가 되었다.
올해 큰 맘먹고 시작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잠이다.
사실 나는 잠을 많이 제한하고 살았다. 평균 수면시간이 4시간 정도일까?
특히 아이가 생긴 후 수면시간이 더 줄어들었다. 효준이가 깨어 있을 때는 분리된 시간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아이를 재운 후 아내와의 시간을 갖고, 그 이후에 비로소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 그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져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렇게 버티다 보니 어느덧 4시. ‘내일 하루도 피곤해 죽겠구먼…’이라는 생각에 4라는 숫자가 죽을 사로 오버랩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오지게 힘들겠네…라고 생각되는 5시도 자주 보게 된다. 분명 문제가 있는 패턴이다.
하지만 나는 말해왔다. 그래서, 내가 하루를 망친 적 있어? 나는 강의도 잘했고, 주변 관계도 원만한 편이고, 큰 실수도 없이 잘 살고 있잖아! 잠 부족해도 참으면 돼!라고 말이다.
그런데 문득, 내가 진짜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해 보았다. 더 잘할 수 있는데, 잠이 부족해서 덜 잘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정말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
'지금의 자신이 100퍼센트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적어도 지금까지의 나는 '그래. 나는 적어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내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고!'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내 능력'이라는 부분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내가 인지하는 나의 능력이 100퍼센트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컨디션에 따라 능력은 다르게 발휘되며, 그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NBA 선수인 안드레 이궈달라는 수면 습관을 바꾸고 놀라운 성적 향상을 이뤄냈다. 심지어 가장 중요한 NBA 파이널 무대의 MVP가 되었다. 어쩌면 우린 부족한 잠 때문에 우리 안의 수많은 가능성과 잠재력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13년 미국 로체스터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뇌는 각종 노폐물을 배출한다는 것이다. 그 말은 잠을 잘 자지 않는다면 노폐물이 축적되어 치매,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 발생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자는 동안 뇌는 기억을 정리하고 저장한다. 충분한 수면이 없으면 애써 습득한 지식도 잊히기 마련이다.
주변 사람에게 날카롭고 짜증을 내고 있진 않은가?
인지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의 말에 따르면 수면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자신이 가진 나쁜 습관을 제어하기 어려워진다고 한다.
소중한 관계를 위해 자신이 가진 약점, 좋지 않은 습관을 잘 관리하고 있었다면, 수면 부족을 조심해야 한다.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 토머스 조이너 플로리다주립대 교수와 그의 연구진이 올해 발표한 수면·우울감 관련 연구 84개를 취합해 조사 대상자 20만 명 이상에 대한 종합결과에 따르면,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을수록 외로움을 더 강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특히 악몽보다는 불면증 정도가 더 강한 것이 외로움의 크기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우울한가? 비참한가? 외롭고 소외된 감정이 드는가?
충분히 자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릴 적 존경하는 위인 하면 자주 나오는 위인 중 한 손안에 꼽힐 만큼 유명한 에디슨. 나도 효준이 정도의 나이 때 꿈을 묻는다면 발명가, 존경하는 사람 에디슨이라고 대답했을 정도로 발명가의 대명사와도 같은 인물이다.
그 에디슨이 했던 가장 한심하고 잘못된 말, 바로 ‘잠은 인생의 낭비’라는 말이다.
잠을 안 자서 그랬을까? 사업가, 발명가로선 성공적인 삶을 살았을지는 모르지만 가장으로서는 실패한 사람이었다.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다 죽은 아내의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으며, 큰 아들은 사기꾼이 되어 피해자들에게 시달리다 길거리에서 아사했다. 둘째 아들도 생활고에 시달리다 일찍 사망했다. 그나마 셋째 아들은 사업적으로 성공했지만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거의 없다고 몹시 섭섭해했다고 한다. 가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 있어서 그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30년 전에는 가장 존경하던 사람이 지금은 제일 형편없게 생각되는 사람이 됐다.
나도 가끔씩 아내와 아들에게 다정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동료들에게도 마찬가지. 그때마다 얼마나 후회스러운지 모른다. 내가 부족한 탓이겠지만 수면 부족으로 인한 요인이 조금이라도 있을 테니, 앞으로는 잠이라도 잘 자고 조금이라도 더 다정한 남편과 아빠, 동료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