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작사 이야기 #2
#효도 #작사 #글쓰기 #이야기
그래...원래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자기 고향에선 인정 못 받았지. 괜찮아.
가사만 잘 나오면 돼. 뭐가 문제겠어! 전문 작가분이 알아서 잘 써주시겠지!!
그렇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레코딩 일정이 꼬여버린 작곡가 지수가 가사 진행 상황을 물을 때마다 나는 마치 수업시간에 말썽 피운 초등학생의 학부모가 된 것처럼 미안함과 난처함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께 최대한 부드럽게 여쭤보았다.
"그래서 그...글을 아주 잘 쓰신다는 작가!분께서는 멋진 가사, 아버지 마음에 쏙 드는 아주 대작!을 잘 적고 계시겠죠!?"
라고 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담고 말이다.
"아버지...가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잘 쓸려고 하다 보니 오래 걸리는가 보더라. 보통 어려운 게 아니라며,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하시더라고."
'그러게 제가 뭐랬어요. 얼마나 힘든 건데요'라는 말이 나오는걸 꾹 참고 기다렸다.
그렇게 대충 3주 정도를 날려버렸다. 내가 빚쟁이마냥 재촉해 봤자 아버지껜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그 작가분께 작곡가와의 대화가 도움이 되진 않을까요? 곡을 쓴 의도나 심상을 전하면."
"그게 좋겠네. 연락처를 주마."
그렇게 나는 작곡가에게 다시 미안한 마음으로 부탁을 하게 되었다. 흔쾌히 통화를 해 주기로 한 작곡가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연락 마치고 결과를 전해달라고 당부한 나는
그래도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그래. 전문가들이 잘해주겠지. 작곡가와 작가분이 이야기를 나눠서 쓰면 아무래도 잘 되지 않겠어?'
잠시 후 작곡가 친구의 전화가 왔다.
"종목아. 통화를 해 봤는데 이 분이 너무 힘들어서 못하시겠대."
하하하. 곡의 제목대로 정말 "인생이란."
작곡가 친구와 협의했다. 내 가사가 나쁘지 않으니, 일단 내가 쭉 적어서 그걸로 강행하자! 가수는 곡을 잘 소화하면 되는 것이지! 좋아!
그렇게 밀어붙이기 위해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어제 작곡가 친구가 작가분께 전화드렸었어요."
"그래, 안 그래도 들었다. 작가분께서 너무 어렵고 부담스러워서 하지 못하겠다고 말씀하시더구나."
'이 정도면 내 작사에 동의하시겠지 '
라고 생각했던 내게 아버지의 힘찬 음성이 들렸다.
"그래서 아예 작사 경험이 있는 분께 의뢰하기로 했다네."
...제가 그렇게도 못 미더우십니까?
그렇게 또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서운함도 흐려질 정도로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흥, 얼마나 잘 썼는지 보자' 라는 마음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순수한 응원의 마음이 내 안에 가득 찬 상태가 될 정도로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분께서는 악보에 입력까지 해서 주셨다. 어이쿠.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나!
반가운 마음에 휴대폰으로 곧장 파일을 열어봤다.
다르기...는...달랐다.
내 기대와도 많이...달랐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그러니까 음...이건...
전혀 쓸 수 없겠는데요, 아버지??
뭔가...아주 난처한 그 느낌.
얼굴이 벌게지도록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노중년 교장 선생님,
그의 가발의 삐뚤어짐을 계속 바라보게 되는 그 느낌이랄까?
뭔가 눈을 돌려버리고 싶게 만드는 느낌의 가사를 수용하기엔 아버지를 향한 내 사랑의 마음과 곡 제작에 쓴 비용이 너무도 컸다.
기억 남는 부분이 뭘 돌돌말아...이런 거였는데... 이대로는 내 인생이 돌돌 말리게 생겼다.
누나도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아버지를 회유하기 시작했다.
"아빠가 예전에 저한테 보내줬던 글이 너무 아름답던데, 그걸 가사로 써 보시면 어때요?"
카톡이었지만 누나와 나는 페르시아 군대를 향해 달려가기 직전의 스파르타 군인들처럼 서로의 눈을 마주 보고 고개로 '끄덕' 하는 사인처럼 합을 맞췄다.
"그렇지 누나? 아버지 본인의 노래니까 아버지의 글이 제일 좋을 것 같아. 직접 써 보세요! 저한테 주셨던 소스도 있고 하니 금방 쓰실 거예요! 누나도 손 보는 정도는 도와줄 거지?"
그렇게 결국 돌고 돌아 아버지께 추가로 소스를 얻는, 처음 기획 단계에서나 할 법한 일을 6개월이 지나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