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어른, 위대한 스승이 별로 없는 이유

by 전종목

최근 마친 대학생들과의 7일 과정.

나는 인간으로서도, 스승으로서도 한참 부족한데도 학생들은 마지막 날, 감사와 애정, 존경의 말들을 한껏 보내주었다.


내가 준 것은 조금의 전문지식과 노하우, 공감과 동참 정도였는데도 말이다.

부끄러웠다. 학생들이야 과정 잘 끝나서 기쁜 중에 던진 말일지라도, 나는 아주 부끄러웠다.


훌륭한 어른, 위대한 스승은 별로 없다. 별로 없을 수밖에 없다. 엄청 어려운 일이니까.


강의가 내 천직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다만 내가 가고 있는 길이며, 앞으로도 가고자 하는 목적지의 주된 경로일 것이다.


해서, 왜 위대한 스승이 되기 어려운지를 고찰해 보았다. 내가 걸어갈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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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경험은 인과에 대한 인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네.

아이가 불에 손가락을 넣어 화상을 입는 것이 진정한 경험이 되려면, 그 아이가 겪는 고통이 '불 속에 손을 넣음으로써 얻게 되는 결과'라고 지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

그걸 모른다면 단순한 물리적 변화일 뿐이지. 나뭇가지가 타는 것과 다르지 않아."


-------------'존 듀이를 만나다' 중에서-----------------------------


1. 인과에 대한 인지가 없다면 경험은 우연의 산물일 뿐, 자양분이 될 수 없다.

2. 결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 채 자신을, 감정을 결합시킨다. 성공이든 실패든.

- 실패는 덮어버리고 싶어 하며, 성공은 셀러브레이션 하느라 분석을 하지 못한다.

- 실험적 학습 마인드가 없는 상태로 마주한 삶의 현장에서 인과를 인지하고 결과를 객관화해서 분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3. '겸손'은 아주아주 높은 경지다. 정말 어렵다. 겸손이라는 것은 단지 겸양의 표현이 아니다.

-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부터 진짜 배움과 성장의 시작이다. 메타인지가 괜히 중요한 것이 아니다.

- 겸손이 없는 경우는 대부분 자기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상태, 무얼 아는지 모르는 수준이다.

- 인간은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인정의 욕구를 갖는다. 그 욕구가 어쭙잖게 채워질 때 우월감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겸손하다는 것은 우월감과 열등감에서 자유로운 상태라는 뜻이다.

- '빈수레가 요란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만큼 잘 맞는 말이 없다.

자신의 지적 수준에 대한 우월감이 있는 경우 그 수준은 대부분 초라했고, 많이 아는 사람, 오랜 노력을 기울인 전문가일수록 겸손했다.

- 더닝 크루거 효과처럼 하나만 아는 사람이 제일 말도 많고 목소리도 크다.

4. 그래서 훌륭한 어른, 위대한 스승이 많지 않다.

경험을 성찰하며 인지적인 학습을 반복하기에는 인간은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인정의 욕구를 채우려 애쓰다 보면 자연스레 우월감을 갖게 된다. 우월감은 겸손과 양립할 수 없다.


객관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얻은 편협한 경험은 잘못된 믿음을 만든다.

그렇게 형성된 믿음은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게 만든다.


꼰대가 그렇다. 그의 말이 '라떼' 취급을 받는 것은 자기 경험에 대한 우월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배움으로 이어진 경험을 한 사람은 자기 경험 또한 하나의 예시일 뿐임을 안다.


5. '겸손'과 '경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야 비로소 성장한다.

아쉽게도 놀랄 만큼 성장하는 사람을 많이 못 봤다.

소위 '생긴 대로' 사는 것이지. 그저 세월 덕에 노하우가 붙은 정도.


5-1. 특히 겸손한 사람이 드물다. 대부분 오만하거나, 오만함을 감추려 애쓰거나.

제일 어이없는 것이 종교인들이다. 그 심오한 교리, 옛 선현의 위대한 발자취를 보면서 어떻게 오만할 수 있는 걸까?

타인의 경험이 지 것인 줄 착각해서, 지가 예수고 부처인 줄 아는 건가?


6. 결론.

해서... 하루하루 겸손하게 성찰하며 나아가고자 한다.


한숨 나오는 삶의 장난질에 늘 갈대처럼 흔들리는 허접한 멘탈이지만

그래도 가진 장점은 있으니, 주변에 손 내밀면서 정진하다 보면

결국엔 꽤 괜찮은 사람, 남편, 아버지, 스승, 동료가 되어 있지 않겠나.


*8년 전 결혼사진. 저 땐 강사도, 아버지도, 남편도 아니었던 시기.

지금보다 가난하고, 가진 게 쥐뿔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열정과 진심은 넘치던 때. 지금보다 날렵한 턱선이 있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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