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나무다리를 만난 아이

#에세이 #육아 #도전 #인생

by 전종목

영주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를 만난 8살짜리는 침을 꼴깍 삼켰다.

얕은 물이라도 물살이 빨라 어지러웠고, 폭은 걸을 만했지만 여유롭진 않았다.


아이 걸음으로 15분은 걸릴 외나무다리, 선뜻 건너자 말하기 어려웠을텐데

녀석은 바로 앞에서 걷던 동갑내기 사촌의 '무서워서 못하겠다'는 포기 선언에 되려 자극을 받았나 보다.




"아빠. 저, 끝까지 가보고 싶어요. 가볼래요."

라며 나름 비장한 각오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빠지면 바로 들어가서 건져내야겠지.'

벌써부터 신발과 바지가 축축해진 것만 같았다.

운동화 하나 밖에 없는데...벌써 서글펐다. 아빠의 삶이란 게 다 이렇지.


아내와 나 사이에서 부들대며 걷는 꼬마는 그래도 곧잘 걸었다.

중간을 조금 넘어 널찍한 공간에 오니, 아내가 어지러워서 못 가겠다며 포기 선언을 했다.


넌지시 이쯤에서 돌아갈까?라고 신발을 적시기 싫은 아빠가 물어보려 했지만

모험심에 가득 차 절반의 성공을 거둔 꼬마 도전자는

어른들의 우려는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발걸음을 이미 옮기고 있었다.


부랴부랴 뒤를 따랐다.

"천천히, 급할 필요 없어. 빨리 걷는 대회가 아니야."

언제라도 붙잡을 수 있도록 녀석 어깨에 손을 올리다시피 하며 걸었다.

녀석의 발을 보며 보다 보니 빠른 물살에 나까지 어지러워졌다.

한 번 눈이 어지러워지니 코끼리코를 하고 빙빙 돈 것 마냥 세상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내가 넘어지면 안 되는데...!'

꼬맹이의 발걸음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다행히 마주오는 사람들을 피할 작은 판자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다리의 끝에 도달했다. 안도의 마음도 잠시, 돌아갈 길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내 옆의 꼬마 도전자는 스스로 얻은 성취가 충분히 뿌듯한 모양이었다.


아직 모험이 끝나지 않았음을 아는지 펄쩍거리거나 환호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녀석 뺨의 짱구 미소는 내 긴장과 어지러움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 정도로 값졌다.


돌아가는 다리 위, 기다리던 아내와 함께 사진을 여러 장 남겼다.

내 나이 언저리일까? 홀로 여행 온 서글서글한 인상의 남자가 가족사진을 남겨주었다.

그는 몹시 행복한 표정으로 영상통화를 하며 다리를 건넜다. 홀로 왔지만 외롭지 않아 보였다.




우리는 걸었다. 아이에게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걸으라 말했다. 스스로에게 하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다리의 마지막 판자를 딛고 땅에 닿는 순간, 녀석은 아직 남은 긴장 때문인지 큰 환호성을 뱉진 않았지만

충분히 기쁨을 만끽하는 소리를 내며 기다리고 계시던 외할머니에게 달려갔다.


별 것 아닌 도전이었지만 녀석에겐 충분히 별 것이었다.

오늘의 성공 경험이 요 작은 친구의 생 가운데에서 별처럼 빛날지도 모른다.

내 작은 별이 폴짝거리며 행복해한다. 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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