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1 9.24. 금. 통증
결국 병상에 누웠다.
지난밤 약간의 불편하던 배는 새벽녘 깊은 잠을 깨우는 복통이 되었다.
아침 일찍 목동 세바시 교육이 있는 날.
마치면 약 먹고 잠 좀 자야겠다 다짐했지만
집에 오니 침대를 선점한 꼬맹이가 있었다.
감기 기운이 심해져서 약 먹고 잠들었다는 아들을 보니
그 아들을 돌보느라 피곤해 보이는 아내를 보니
쉬이 자겠다는 말이 잘 안 나왔다.
작은 일에도 늘 크게 걱정하는 아내를 잘 아니까.
약을 먹고 버티고 버티다가 많이 아프다는 걸 털어놓았다.
내 얼굴이 거무죽죽한 것이 오히려 말 안 하면 더 걱정할 판이다.
더 아프면 응급실에 가려고 했는데
다행히 약이 좀 듣는 모양이다. 조금 편해진 상태로 침대에 누웠다.
당연하게 여긴 건강이 당연하지 않음을 알게 되고
자연스러웠던 일들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오늘,
잘 산다는 게 특별한 요소로 결정되는 게 아님을 느끼고
내가 주목해야 할 것도 어쩌면 얻는 게 아니라 유지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늘 얻지 못해 조바심을 내던 나니까.
#투병일기 2 9.25. 토. 수술과 입원.
응급수술을 했다.
복막염으로 진행되기 직전의 맹장염이었고, 터지기 직전에 잘 수술했다.
위치가 안 좋았고 돌멩이? 가 생겨 막힌 상태여서 금방이라도 터질 뻔했는데
발 빠르게 병원을 찾아서 다행이었다고 한다.
맹장염의 주요 증세 중 식욕 부진이 있는데,
그것 땜에 모르고 넘어갈 뻔했다.
내 식욕은 부진한 적이 없었으니.
수술은 무사히 마쳤고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얼굴이 흑색이라 신기하다.
조직검사 결과만 잘 나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며칠 잠을 못 잤는데, 이참에 실컷 자다가 퇴원해야지.
#투병일기 3 9.26. 일. 칭찬.
아직 팔다리에 힘이 없다. 그래도 가야 한다.
배에 난 구멍이 쓰라리지만, 수액을 달고서라도 가야 한다.
그 누구보다 이 소식을 중요하게 생각할 사람에게 가고 있다.
구부정한 모습으로 한 걸음씩 옮겨본다.
오래 누워 있었는지 허리가 아프다. 머리도 조금 아프고. 그래도 내 발걸음은 가볍다.
저 멀리, 간호복을 입은 그녀들에게 말을 건넨다.
"저... 저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싶어 걱정스러운 표정의 그녀들을 향해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쑥스러운 고백이다.
"저... 방귀, 조금 꼈습니다."
"방귀 나오셨어요? 잘하셨어요!"
경어까지 붙여주시는 걸 보니 뿌듯했다.
유아기 때 이후로 신진대사를 칭찬받아 보긴 처음인 40 언저리의 아저씨는 의기양양한 발걸음으로 병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