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a process, not an event
"너 똑바로 안 하면 혼 난다!"
아침밥으로 장난치는 효준이에게 나도 모르게 뱉은 말.
아이에게 협박을 하면 안 되는 걸 알지만 같은 일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속이 상했었나 보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눈치를 보는 그 녀석이 안쓰럽고 미안해서 슬쩍 자리를 피했다.
소리치거나 협박하면 잠깐 해당 행동이 바뀌는 '순간적 결과'는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공포에 대한 자극에 무뎌져서 더 화를 내야 듣는 척이라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를 키우는 것과 잠깐 놀아주는 것의 차이도 여기에서 나온다. '점'을 톡 찍듯 잠깐 놀아주는 건 참 쉽지만 육아는 '선'을 끝없이 주욱 이어가는 거라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바르게 행동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끔 하려면?
서로의 생각을 올바르게 주고받지 않고 행동만 바꿔내려 하면 안 된다.
개선이 이뤄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스웨덴의 Lovak 강사들이 조직문화에 대해 우리에게 해 줬던 말이 있다.
한국과 북유럽은 문화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조금은 "Event", "Result"가 아닌 "Process"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그 당시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는데, 이제 더 많이 이해가 된다.
기업이든 아이든, 더 나아가서 삶에서 우리는 '과정'에 좀 더 의미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말.
굳이 틀렸다고 하긴 좀 그렇지만 다음에도 서울 잘 찾아가려면 제대로 알고 가야 하지 않나.
"시험만 잘 보면 돼, 아니. 대학만, 아니, 취업만 잘하면... "
그래서 길을 잃는다. 결과에만 집착해서.
'Life is a process, not an event. 잊지 말자.' 되뇌었다.
나는 돌아와 효준이를 바라보며 왜 아빠가 속상했는지를 말하고, 어떤 걸 위해서 효준이에게 장난을 치지 말라고 했는지를 말해 주었다. 녀석도 이제는 이해하게 되었다며 싱긋 웃어주었다. 멋지게 남은 식사를 마친 효준이를 꼬옥 안아주며 말했다.
"아빠는 효준이를 믿어. 아빠도 서툴지만 노력해 볼게."
나의 과정을 함께 해 나갈 소중한 동료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씩씩하게 유치원에 갔다. 돌아오면 또 안아줘야겠다.
-2019.12.3
2년이 흐른 뒤에도 효준이는 서툴지만 애써가며 커 나가는 중. 오늘도 학교에 씩씩하게 갔다.
오히려 과정을 믿어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빠인 나... 암 쏘 쏘리...
아빠도 다시 이 날의 마음처럼! 힘내자! Life is a process, not an ev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