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종목 Jul 22. 2022

자폐 스펙트럼 학생을 만난 강의

강사의 강의 일상 이야기 - 가르치며 배우는 일의 감사함.

이번 대구 강의를 앞두고 걱정이 많았습니다. 

목포에서 이틀을 강의하고 곧장 다음날부터 또 이틀을 강의하는 피곤함 때문? 


아니었어요. 

캠프 강의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3일을 꼬박 채워도 모자란 모듈인데 이틀 안에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어요.

게다가 예고된 인원보다 줄어드는 불상사까지 겹쳐서 전날 형성된 끈끈한 팀을 새로 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짧은 일정과 변수도 학생들의 열의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쉬는 시간은커녕 점심, 저녁시간조차 팀의 목표를 위해 사용하며 온 힘을 다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강사로서도 최선을 다해 강의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라도 더 배워서 팀에 기여하려는 눈빛들이 저를 움직였고, 새벽 3시까지 팀원들과 회의했다며 자랑스레 웃는 미소에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하루 12시간씩 이틀 내내 서서 강의하고, 돌아다니며 코칭했습니다.


특히 조금 특별한 친구가 있었던 팀이 기억에 남습니다. 

소통에 조금 어려움을 갖고 있는 친구, 자폐 스펙트럼인 학생이었는데, 우영우 3화에서 문상훈 님이 연기한 친구처럼 덩치도 큰 친구였어요. 

팀원들이 불편했을 만한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중간에 소리도 버럭 지르기도 하고, 책상을 쿵쿵 내려치며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죠. 게다가 다소 넘치는 열정 덕에 파트너의 역할까지 침범하기도 했지요. 그 파트너는 빠르게 프로그램에 익숙해지지 못했고, 팀의 역량이 하나로 모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상황을 보며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시간이 야속했습니다. ‘하루만 더 여유 있었다면 팀원들과 그 친구를 더 잘 살폈을 텐데’ 라면서 요. 그런데 팀원들은 불쾌한 내색보다는 이해와 배려로 함께 했고, 마지막에는 좋은 성과를 함께 내며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틀 내내 붙어있는 캠프라 그게 진짜 힘든 일이거든요? 그걸 해내는 어린 학생들을 보니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저보다 더 훌륭한 학생들 덕에 많이 배우는 좋은 계기였습니다. 


한편, 그 학생의 부모님에 대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큰 소리로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키거나 피해를 줄 정도의, 큰 덩치에 힘도 세다 보니 흥분하면 아마도 힘에 부치신 적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훌륭한 대학생으로서 캠프도 참여하고 나름 한몫을 담당하는 어엿한 성인으로 키워낸 분들이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저도 아빠라서, 꽤나 특별한 모습을 가진 아들을 키우는 아빠라서 더 그랬나 봐요.


교육을 하다 보면 이렇게 참 많은 걸 배웁니다. 

제가 가르치는 역할인데, 더 많이 배워 오는 경우가 참 많아요. 




며칠 전 대구 택시기사님이 제가 하는 일을 들으시곤 "참 좋은 일 하시네요."라고 하셨어요. 


좋은 일 맞죠.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는 이 일이 참 좋습니다. 


원래 엄청 좋아한 건 아니었어요. 좋은 일인 걸 그렇게까진 잘 몰랐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적성에 잘 맞고, 재능도 있는 편이었지만, 늘 다른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다른 목마름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마음가짐이 좀 달라졌어요.

좋은 일, 더 열심히 잘해 보려고요. 몸이 좀 고단하긴 한데...

일단 건강부터 잘 챙겨야겠습니다.


이 글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건강부터 챙깁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한 어린시절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