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들이 없다.
아들 여친(?)별장(?)에 초대받아 홍천으로 방학을 만끽하러 갔다.
남편 없이 엄마들만 가는 자리라 나는 남겨졌다.
때마침 휴가철이라 강의도 없다.
오랜만에 전화한 후배가 웃으며 "형, 좋겠네?"라고 하는데
좋기는... 허전하기만 하다.
일반적인 농담으로 아내가 처가에 아이 데리고 가면 남편들은 만세를 부른다.
아마 '자기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서 그런 거겠지.
방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게임을 하거나 게임 영상 보기.
그게 내가 '자기만의 시간'에 하는 일이다. 가끔 노래도 흥얼거리고.
그 '자기만의 시간'에 있어서 아내와 아들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어느새 많이 큰 아들은 빈번히 놀자고 찾아오긴 하지만
아빠가 집중하는 일이 있으면 절대 방해하지 않는다.
그 덕에 나는 몰입해서 일하거나 글을 쓰는 등 마무리를 하고
여유 있게 시간 내어 오히려 아들과 자주, 많이 놀아준다.
아내가 온전히 집안일을 도맡아주고, 육아도 챙기는 덕에
나는 오히려 틈틈이 설거지나 요리를 한다.
아내도 내가 하는 일을 절대적으로 존중해 주기 때문에
방해하기는커녕 음료수와 과일을 챙겨주곤 한다.
가장 즐거운 시간은 저녁 이후 모든 일과를 마친 뒤 아내와 함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수다 떠는 시간이다.
천사 같은 아내와 아들 덕이라고? 그렇기도 한데, 그것만은 아니다.
충분한 대화, 역할에 대한 이해,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중 덕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맞벌이를 했더라도 자신할 수 있다. 우리는 서로 잘 맞춰서 지냈을 것이다.
아내가 아프거나 피곤하면 나는 꼭 해야 하는 강의 말고는 모든 시간을 아내와 아이를 돌보는 데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약속은 최소화했고, 불필요한 모임은 안 간지 오래다.
취미로 가족을 두고 나가는 경우는 없다. 발목이 아프기 전에는 토요일에 농구도 했었고, 더 전에는 야구도 했었지만 이제는 그만뒀다. 애초에 가족과 함께 여행 다니고, 맛집 다니는 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다.
아내가 친구를 만날 때면 '오히려 좋아' 타임이다. 효준이와 둘이서 신나게 노는 날이다.
게임도 하고, 가끔 친구들과 술 한잔 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더 예전에는 꽤나 파티피플이었던 나지만
지금은 아내와 밤에 보는 영화와 함께 떠는 수다가 더 재밌고,
아들과 부르는 노래와 함께 하는 포켓몬 게임이 더 즐겁다.
물론 아내, 아들로 인해 하던 일의 집중이 깨지는 경우가 없진 않다.
아내가 급히 도움을 요청할 때, 아들이 너무 놀고 싶어서 끼어들 때 등등.
하지만 그 정도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일이 뭐 중요하면 얼마나 중요하다고.
오히려 휴식하는 샘치고 아내를 도와주거나 아들을 덥석 안아 들고 놀아주면 더 즐겁고 일도 잘 된다.
가족이 있어 마음의 구멍이 채워지고, 삶을 살게 되었다.
그들 덕에 성장했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모든 가정이 즐겁고 화목하지 않다는 걸 안다.
자랑은 가장 멍청한 일이란 것도 안다. 자랑하려는 목적에서 쓰는 글이 절대 아니다.
난 그저 맛있는 음식 권하는 마음, 복음 전파하는 마음과 같을 뿐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건 확실한 사실이다.
쉽게 갖기 어려운 시간이라는 걸 안다.
아내도 결혼 초 내가 밤에 게임을 오래 할 때 서운해했었다.
아이가 손이 자주 갈 시기에는 두 사람 모두 시간 여유는커녕 쉬지도 못했다.
서로 많이 알아갔고, 대화했고, 배려했다.
시간이 흘러 아이가 크듯 우리 부부도 성장했고, 서로의 시간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었다.
아이는 나름의 놀이를 찾아서 혼자 놀기도 하고, 함께 놀기도 한다.
발목이 나아 운동을 다시 하겠다고 하면 아내는 얼마든지 다녀오라고 할 것이다.
신뢰는 마일리지라서 얼마나 서로를 위하는지 잘 아니까 서운할 일이 별로 없다.
처음에는 다 서툴러서 삐걱대도
대화하고, 맞춰가고,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주면서
가족도 점차 성장하고 완성해 가는 거니까.
애쓰는 만큼 보람찬 관계가 가족이니까.
직장에서 뿐 아니라 가족들과의 진짜 대화, 팀워크, 팀빌딩도 아주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
잃어버리기 전에 마음을 다하려는 것뿐이다.
거저 오는 것도 없고, 영원한 것도 없으니까.
있을 때 감사하며 잘 하려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과의 소중한 시간만큼 소중한 것이 또 있겠나' 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