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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목 Oct 05. 2022

새벽녘, 공황이 왔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상실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공황이 왔다.

숨이 쉬어지지 않고(물론 질식하진 않았다.) 죽을 것 같은 (죽지 않는 걸 알지만) 공포감이 엄습했다.


지금껏 공황을 제대로 겪은 적은 딱 두 번이었다.

20년도에 한 번, 올해 7월 정도에 한 번.

두 번 모두 큰 갈등 관계로 심신이 고달파서 생긴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전혀 다른 이유였다.

돌아가신 지 30년 가까이 된 어머니, 정확히는 그녀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새벽녘, 잠자리에 누워 '상실'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차였다.

‘10년 전 세상을 떠나신 할머니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데?’라고 신기해하던 순간, ‘어머니의 목소리는 어땠더라?’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리움이 밀려와 듣고 싶어졌다. 하지만 곧 생전의 목소리, 모습을 담은 자료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초조해졌다.


‘목소리는 거의 기억도 안 나고, 모습마저 희미하게 옅어졌다는 걸 알았다. '지금의 얕은 기억마저 영영 잃어버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절망감이 들었다.


30년. 정확히는 27년 전에 떠나보낸 어머니의 목소리에 대한 기억을 잃어간다는  충격.

그동안 그리워한 적은 있어도 몸에 무리가 올 정도로 힘든 적이 있었던가?


그날 새벽녘, 나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12살 어린아이와 다를 것이 없었다.


심장 부근에 큰 압박감이 순간 느껴졌다. 무서웠다. 숨이 막히고 어지러웠다.  

 

상실이라는 것이 이토록 무섭다. 잠깐의 잃어버림은 짜증과 초조함이지만, 영원한 잃어버림은 절망과 공포, 아픔으로 다가온다.


내 삶은 상실의 연속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를, 이후 가장 의지하던 누나를 그녀의 결혼 후 1년 뒤 잃었다.


내 결혼 1년도 채 되지 않았던 때에 어머니 대신 키워주셨던 할머니를 떠나보냈고, 이후 낳은 아들은 혈액을 응고시키는 인자를 상실한 채 태어난 혈우병 환자다.


이후에 열심히 모은 돈 수억 원을 믿었던 사람을 통해 잃었고, 형제자매처럼 여긴 동료들을 10년 몸담은 회사에서 떠나보내기도 했다.


상실의 나쁜 점은 피할 수도 없고, 자주 겪는다 해서 좀처럼 익숙해 지질 않는다는 것이다.

수많은 상실을 경험한 지금도 앞으로 다가올 상실의 순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렇지만 큰 상실을 겪으며 익숙함 대신 얻은 것이 있다.

바로 상실을 마주하는 방법이다. 정확히는  내 세바시 강연의 제목처럼 '상실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상실로 삶이 흔들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적고 있다.

 

내 책이 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하나의 도구로서 인생의 위기에서 쓸모 있게 사용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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