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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목 Jul 07. 2022

다른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

우리는 서로 익숙해지고 길들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작년에 사뒀던 검정 구두.

사이즈는 맞는데 아직 길이 들지 않아서인지

신을 때마다 뒤꿈치에 피도 나고 발바닥도 뻐근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신발장에 넣어만 뒀었다.


며칠 전 강의하러 가면서 그 구두가 눈에 걸렸다.

'에라 모르겠다. 언젠간 길들여야 되니까!'

'그래도 오늘은 괜찮을 수도 있잖아?'


호기롭게 신고 나갔던 걸음과는 달리

돌아올 땐 쩔뚝거리며 후회했다.

'편한 거 신을걸...'


사실 강의하면서도 발이 아파서 혼났지만, 그렇다고 벗을 수도 없어서 하루 종일 신발을 신고 낑낑댔었다.

다신 신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리고 오늘, 즐겨 신던 갈색 구두 밑창에 구멍이 났다.

하는 수 없이 검정 구두를 신으며 뒤꿈치 걱정에 미간을 찌푸렸는데, 어찌 된 일인지 전혀 아프지 않다.


아직은 좀 뻑뻑한 느낌이지만 많이 편해졌다.

나도 구두도 서로에게 조금은 익숙해진 듯하다.


즐겨 신던 수제 맞춤구두처럼 나에게 맞춰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세상에는 뻑뻑한 검정 구두처럼 규격에는 맞아도 정작 나와는 잘 맞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잘 맞지 않는다고 신발장에 넣어 놓기만 하면

때마다 마음만 불편하다.


익숙하지 못한 무언가가 자연스러워지려면

뒤꿈치가 까지고 발바닥이 아픈 그 시간을

번쯤은 꾹 참고 견뎌야 할지도 모르겠다.


서로가 더 편안해 지기 위해서.

2016년 7월의 전종목.


그림. 황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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