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좋은 일들로 채우는 방법

내 뜻대로 안 되는 내 인생 관리하기

by 전종목

오래 기다렸다. 아침마당 출연이라니. 가장 유명한 강연 프로그램이라서가 아니라 할머니의 최애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뻤다. 게다가 내 고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녹화하는 아침부터 들떠서 애써 아닌 척하느라 혼났다. 환한 얼굴로 인사를 건네시는 아나운서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드디어 촬영장으로 향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호응 잘하시기로 유명한 방청객 어머니들에게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재미있는 농담인데 반응이 없었다. 아니, 아예 미간을 찌푸리기도 한다. 냉담하다 못해 적대적인 느낌까지. 마른침이 꿀꺽 삼켜졌다. 아나운서들께 도움을 청하려고 옆을 돌아보는데, 그들도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발은 움직이지 않는다. 차라리 쓰러져 버릴까 고민하던 찰나, 꿈에서 깼다.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을 통해 깨달은 것을 전하고자 강사가 됐고, 그 이야기를 전하는 무대를 드디어 마주하게 됐다. 몇 년 동안 다른 연사들을 돕고 가르치기만 했던 세바시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드디어 내 사명을 다할 수 있게 됐다는 설렘이 가장 컸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다른 생각도 떠올랐다.


'강사로서도 최고의 기회가 아닐까? 강연자들의 선생님이 직접 출연해서, 스피치의 정수를 느끼게끔 해준다면?'


그래서 동료들에게 들려줄 때나 스크립트, 리허설에는 기본적인 내용만 전달하고, 웃음과 감동을 유발하는 연기 포인트와 재미를 더하는 롤플레이 등 다양한 강연 스킬을 혼자서 몰래 준비했다. 완성하고 보니 내가 봐도 썩 괜찮은 수준의, 잘 갖춰진 하나의 '퍼포먼스'였다.


그런데 참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강연 한 시간 반 전 리허설 때까지 잘 나오던 내 목소리가 잠기기 시작한 것이다. 목화솜이 목에 콱 박힌 기분이랄까? 급기야 피가 나오면서 후두암 환자처럼 쉰 소리만 나오는 것이다. 아내가 급히 사온 용각산이나 캔디, 스프레이는 아무 소용없었다. 무대에 올라가야 하는 시간은 조금씩 다가오는데 목소리는 점점 더 나오지 않게 되었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목소리까지 잃어버렸구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연기와 롤플레이 등 목소리를 사용해야 하는 부분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그 하나만이라도 전달되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내용을 싹 바꿨다. 아주 평범하고 담담한 이야기가 됐고, 많은 분들이 마음으로 들어주셨다. 감격이었고 뿌듯했다.

https://youtu.be/pxVwsV5 asY8


하지만 한편으로 아쉬웠다. 목소리 때문에 강사로서, 강연 코치라는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역시 기업이나 방송에서 내 강연을 보고 부르는 곳은 없었다. 인정받을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려 버리다니. 그렇게 씁쓸해하던 때에 아침마당 꿈을 꿨다.


......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재미있는 농담인데 반응이 없었다. 아니, 아예 미간을 찌푸리기도 한다. 냉담하다 못해 적대적인 느낌까지. 마른침이 꿀꺽 삼켜졌다. 아나운서들께 도움을 청하려고 옆을 돌아보는데, 그들도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발은 움직이지 않는다. 차라리 쓰러져 버릴까 고민하던 찰나, 꿈에서 깼다.


정말 다행이었다. 만약 내가 목소리가 잘 나와서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내며 얻은 깨달음을 전하는 데에 집중하지 못했다면, 그 강연을 통해 부와 명예를 얻게 됐다면 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게 됐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팔아 장사했다는 생각에 자기혐오에 빠졌을 것 같다. 최소한 강사는 그만뒀겠지.


그래서 이상한 꿈을 그리도 생생하게 꿨나 보다. 스스로에 대한 꾸짖음이었나 보다.

그 덕에 본질을 잊었던 나를 반성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아직까지 강사로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정신승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겐 놀라운 깨달음이었고 진정한 위안이었다.

강연 직전 목소리를 잃었던 거짓말 같은 일.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말도 안 되는 일이 나를 지켜줄 줄이야. 인생 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겪고 나서야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적어도 내 경우 그랬다. 늘 신경 쓰는 가족의 건강도 내 맘 같지 않다. 희귀 난치성 질병인 혈우병을 가지고 태어난 아들도, 편찮으신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출산 이후 몸이 약해진 아내도. 내 몸도. 일들은 또 어떤가? 15년도부터 쓰고 싶었던 책은 아직도 쓰지 못하고 있다. 하나하나 말하지 않을 뿐 갑갑한 일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전화위복이었던 일들도 많았다. 아들을 원했던 장인, 장모님께 딸만 셋이었던 이유는 어쩌면 모계 유전에 아들만 걸리는 혈우병을 피하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겪은 고난과 그를 통한 깨달음이 혈우병을 가진 내 아들 효준이를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때가 무르익지 않아서, 준비가 되지 않아서 진행되지 않았던 일들도 많을 것이다.


인생은 결코 내 뜻대로 되진 않지만 그보다 더 큰 뜻 안에서 흐른다. 물론 내게 무작정 이로우리라는 법은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최대한 이롭게 해석하는 편이 실제로도 훨씬 이롭다.


결국 내가 깨달은 것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뭔가를 애써서 바꿔보겠다는 힘을 좀 더 빼고

2. 모든 일은 결국 준비가 되고 때가 되면 잘 풀릴 거라는 시각을 가지고 (미래에 대한 시각)

3. 지난 일들을 이롭게 해석하면서 (과거에 대한 시각)

4. 일어나는 좋은 일들을 감사하며 지내다 보면 (현재에 대한 시각)


결국에는 좋은 날들을 많이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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