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객,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내부고객'이란 이름의 VIP에 대하여.

by 전종목

"A야. 내 생각을 편히 말해도 될까?"


"물론이죠."


"네가 이번 강의를 망친 이유가 뭘까?"


"망쳤다뇨. 누가 그래요?"


살짝 찡그린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봤다.

"후... 맞아요. 솔직히 만족스럽진 않았어요.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도 했고... 그래도 고객 평가에서는 나쁘진 않았다고 들었어요."


"네 말대로 외부 고객들은 크게 불만을 갖지 않았을 수도 있지. 어차피 첫 구매기도 했으니 기대치가 낮았다면 더더욱. 다만 이번 강의가 망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어. 바로 내부고객들에게 실망을 줬기 때문이야. "


"동료들이 뭐라고 했나요? "


'발끈하리라 예상했다. 기분이 좋을 리 없지.'


"몇 가지 불만들을 듣긴 했지. 너 내부고객들한테 너무 신경을 덜 쓰고 있었던 건 아니냐?

너 외부고객과 내부고객이 어떤 건지는 알지?

내부고객은 니 행동이나 생산물을 필요로 하는 조직 내부의 사람을 말하지.

상사와 부하 간, 동료와 동료 간. 부서와 부서 간, 공정과 공정 간을 의미해.

외부고객은 나의 서비스나 행동, 생산물을 사용하는 조직 외부의 사람을 말해.


가치의 시점에서 분류하면

조직에서 생산된 최종 가치를 이용하는 최종 고객(가치구매고객)과,

가치를 전달하고 조직활동을 돕는 중간 고객(가치 전달 고객),

가치를 생산하는 내부고객(가치생산 고객)이 있다.


예를 들어 강의를 하는 나 같은 '강사'의 입장에서 보자. 강의의 최종 고객은 누구지?"


"기업교육을 많이 하니까, 강의를 들으러 오는 대상자... 직원들이겠죠?"


"그래. 중간 고객은 누굴까? 가치 전달 고객. "


"외부에서는 강의 요청을 하는 기업의 교육 담당자일 거고, 내부의 가치 전달 고객은 교육담당자와 소통하며 재무 및 지원 업무를 하는 운영 스태프일 것 같아요."


"또 있지. 서로 간에 강의 보조 및 정보공유, 그리고 확장 영업을 해주는 동료 강사도 내부 고객이야.

자, 그럼 너는 어떤 고객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냐?"


"결국 최종 고객이 제일 중요하겠죠. 강사는 강의로 평가받는 거니까요."


"틀린 말은 아닌데...

너의 현 상황을 좀 타개하고 싶다면 불특정한 외부고객보다 명확한 내부고객에 집중해 보는 게 어떨까?

업의 특성이 많이 반영된 사례이긴 하지만 최종 고객은 늘 일정하지 않더라. 우리 회사를 보면 잠재 고객은 대한민국 내에서 운영되는 모든 기업, 기관, 대학이라 할 정도로 폭이 넓잖아? 오래된 단골 기업을 제외하면 최종 고객은 늘 가변적이고 불명확하다는 거야. 그래야 더 많은 고객을 상대할 수도 있고.

업을 시작한 지 8년 동안 변하지 않는 고객이 있었지. 내부고객인 운영 스태프야. 재무이사와 운영팀장만 봐도 수 년째 함께 일을 하고 있고, 이외에도 동료강사들도 새로 합류하거나 중간에 독립 등으로 변화하긴 했지만 큰 변화 없이 함께하고 있지.


불확실한 외부고객보다 확실한 내부고객부터 잘 챙겨보라는 거야.

그들은 접점도 훨씬 많고, 빈도도 높아. 강의를 하지 않는 순간에도 그들은 너와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거지."


"그래도 저, 내부 고객들과 친하게 잘 지내는데요?


"그런데 그건 너와 일하고 싶어 한다거나, 협업이 수월하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야. 내가 들은 너에 대한 내부고객의 평가들이야. 상처 받지 말고.


'절차를 중요시 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처리해 주길 원한다.' '때때로 부하직원 부리듯 거만하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대한다.' '가르치려고 든다.' '힘든 일에는 핑계를 대고 피한다.'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등등...


또 이런 평가가 있네. '사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감정적이 되어 업무 진행에 차질을 주는 것 같다.'"


붉게 상기된 그의 표정을 보고 아차 싶었다. 너무 몰아붙이게 된 것 같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할 말은 없는데, 제 상황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말하기 힘든 개인사 적인 파트가 있어요. "


"미안. 비난하려던 건 아니었어. 각자의 사정이 물론 있지. 다시 집중해 보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앞으로 더 나아지는 거니까.


자, 최종 고객이 구매하는 가치를 상승시키려면(Result) 먼저 공정(Process)이 제대로 이뤄져야겠지?

-> 공정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공정 라인에 위치해 있는 사람들이 제 역할을 해 줘야 한다.

-> 각자 제 역할을 해 주기 위해서는 상호 간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 상호 간의 작용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먼저 누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 공정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제일 먼저 필요한 건 결국 큰 흐름을 이해하고, 그 안에 누가 위치해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 거지.


Q1. 너와 최종 고객 사이에 누가 있지? "


"뭐... 똑같죠. 교육담당자, 운영 스태프, 동료 강사."

"그리고 대표님도 있겠지? 우리 같은 프리랜서 계약 형태에서는 대표님이 봉급을 주는 건 아니어도, 계약, 교육, 팀 배정 등의 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니까 아주 중요한 고객이지. 다른 계약형태면 더 강력한 고객일 거고.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고객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해.

Q1-1. 방금 대표님의 사례처럼 고객들이 너의 결과물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누가 강력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봐.

Q2. 너는 그들을 떠올리면 어때? 긍정적이야, 부정적이야? "

"음... 각각 좀 다르네요. 운영 스태프한테는 고맙긴 한데 조금 더 친절하게 도와줬으면 좋겠고...

동료 강사들한테는 솔직히 조금 더 선배로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보조강사를 하러 왔으면 좀 더 저를 존중해줬으면 좋겠고요. 제가 그래도 짬이 있는데...

일단 대표님이 그 친구들이랑 저를 '동급'으로 보시는 게 제일 아쉽긴 해요. 거기에 관련해서 분명 제 생각을 어필했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제 의견을 존중해 주시진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굳이 나누자면 내부고객이 싫지는 않지만,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렇구나. Q3. 그럼 반대로 그들이 나를 떠올릴 때 어떤 느낌인지 추론해보자. 어떨 것 같아?"


"아까 말씀하신 걸 들으니 엄청 부정적일 것 같네요. 거의 뭐 저 정도면 저는 쓰레긴데요."


"아냐, 부정적인 평가만 모아둬서 그런 거지. 위의 평가가 너를 '인간적으로 싫어한다'라는 내용이 아니라 함께 일 하는 내부 고객으로서의 평가를 한 거지. 예전에 나도 한 번 너에게 말한 적이 있었던 부분과 일맥 상통하더라.

장점으로는 밝고, 유쾌하고, 친절하다는 평가도 많이 있었어. 잘 도우려고 하는 것도 장점이래.

센스 있다는 말도 있었고. 노력하는 모습에 대한 칭찬도 있었어.


다만 현재 상태를 객관화시켜서 본다면,

너의 니즈와 그들의 응답, 또 그들의 니즈와 너의 응답이 잘 부합되진 않아 보이네.


너는 운영 스태프에게 친절함을 얻고 싶어서 친하게 대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때때로 격 없이 대하는 것을 넘어 거만한 느낌을 주고, 사람 따라 차별 대우하는 강사에게 친절하기 어렵겠지?


동료들도 마찬가지야. 존중받고 싶고 선배로서 대우받고 싶은데, 그들이 너에게서 받은 메시지는 행동은 하지 않고 대우만 바라는 모습이었을 것 같다. 선배로 존중받으려면 말보다는 행동으로 힘든 일에 나서고, 실력으로 보여주면서, 열린 귀를 가지고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남 탓까지 했으니... 너의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만 많이 만들게 되었을 거야.


대표님이 너를 그들과 그룹핑한 이유도 분명 있을 텐데, 너는 거기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있어?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내가 볼 때 너를 배려하는 결정이었다고 느꼈어.


게다가 '동급'으로 본다고 표현했는데, 급을 나누는데 좋아할 동료가 또 누가 있을까 싶다. 나는 쓰는 언어에 평소 생각이 반영된다고 생각해.


"... 저는 그런 뜻으로 말했던 건 아니었어요."

고개를 숙인 채 침묵하는 그에게 잠깐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알아. 조금 쉬었다 이야기할까?"

"아뇨. 어렵게 시간 내어 주신 건데요. 그다음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래. 그럼 얼른 끝내자. 답은 혼자서 떠올려 봐. Q4. 개선을 위해 떠오르는 방안이 있어? 효율성이나 현실성 구애받지 말고 떠오르는 대로 편하게 떠올려 봐. "


"대부분 제 태도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 같아요. 억울한 게, 저는 사람을 차별 대우하거나 거만하게 굴려고 했던 게 아니었거든요. 우리 회사가 좀 격 없이 지내는 회사 문화잖아요. 호칭도 편하고 서로 알고 지낸 지도 오래되었고... 그러다 보니 스태프들에게는 친근하게 하다 보니 말실수가 좀 나온 것 같아요.


동료 강사들에게는 도움을 주려던 부분이 저도 모르게 지시적으로 느껴졌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경력이 길고, 그중에서는 메인 강사 경험도 많으니까 도와주고 싶었거든요. 힘든 일 피한다는 건 더 억울한 게 그 날 진짜로 몸이 아파서 그랬던 건데, 그런 불만이 있으면 앞에서 말을 해 줬으면 설명했을 텐데...


어쨌든 그래서 스태프 분들께는 선을 지키면서 절차를 준수하며 일 하면 나아질 것 같아요.

동료 강사들과는 오해를 좀 풀면 좋을 것 같고... 물론 행동과 결과로 보여주면서 대화를 시도해야겠죠."


"그래그래. 그것 말고도 다양하게 떠올려 봐. 그중에 Q5.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 뭔지 생각해 봐. 적은 비용(돈, 시간, 노력 등)으로 큰 기대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 중심으로 정리해 보는 거지.


그리고 Q6.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사이라면 직접적으로 질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동료 강사들이랑은 가볍게 식사하면서 이야기해 보고. 대표님이나 스태프들처럼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면, 최대한 섬세하게 준비한 다음 해당 방안들을 중심으로 대화해 봐. 알맞은 방향으로 나아갈 만한 방안인지 말이야.


내부고객들과의 관계는 지속력을 결정해. 지속력이 떨어지면 성과도 못 내게 되고, 아예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거야. 달리기도 지구력이 부족해서 완주를 못 하면 실격이잖아.


내부고객과의 관계 개선은 힘든 일이야. 그래도 꼭 해 내길 바란다. 우리 오래도록 같이 해야지.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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