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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목 Aug 09. 2020

어색함 빠르게 탈출하기(1)

어색하고 불안한 상황 빠른 해소법

Q: 처음 보는 사람, 새로운 장소 등 어색한 상황, 어떻게 하죠?

빨리 친해질수록 좋은 자리, 그걸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노력하는데, 노력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요.


A: 비슷한 경험 다들 있으시죠?

지인들 사이에선 어떠신가요? 편한 친구나 동료 등 익숙한 관계에서요.  

적어도 이야기하는데 불편함은 없죠. 농담도 가끔 던지고. 근데 그게 낯선 사람들 앞에선 너무 어렵습니다.

어색한 게 단지 불편한 기분 정도로 끝나면 좋은데, 문제는 실수도 연발하게 되고 잘하던 일들도 뜻대로 되지 않게 됩니다.

원래 어색하면 머리가 잘 안 돌아갑니다. 낯선 장소와 상대 앞에서는 나답게 하는 뇌가 작동하질 않는 거죠.


낯선 상황과 환경이라는 판단이 이뤄지면 편도체가 먼저 반응하게 됩니다. 편도체는 감정 조절 뇌라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 주된 역할은 공포를 저장하고 외부의 위협에 반응하게 합니다. 즉 생존에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죠. 다만 문제는 안전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입니다. 편도체가 반응하면 피가 뇌간으로 몰립니다. 그래서 피질의 고차원적인 뇌, 즉 이성을 조절하고 자아를 인식하게 하는 전두엽 등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진다는 겁니.

이래서 정서적으로 압박을 받게 되면 능력이 발휘되지 않는 거죠.

합리적 판단을 위해서는 이성 이전에 정서적 안정감이 먼저인 이유입니다.

장교 시절, 이등병들이 실수를 많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쟤들은 원래 저렇지는 않았을 텐데, 왜 저렇게 쉬운 일도 자꾸 실수하고 말을 더듬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의욕은 앞서는데, 뜻대로 안 되어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죠. 그게 다 정서적 압박감 때문이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정서적 안정감을 얻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낯선 환경과 사람들, 어색하고 뻘쭘한 상황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약간의 친밀한 관계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낯선 사람이 약간 친밀한 관계의 사람으로 변하면 장소와 상황 등의 낯섦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게 됩니다. 두려운 입사 면접 장소에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옆집 아저씨가 앉아 계신다면? 외국 공항에서 가방을 잃어버렸는데, 무섭게 생긴 경비가 와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소리를 치는 상황에서, “무슨 일이세요? 좀 도와드릴까요?”라고 한국인 직원이 다가온다면? 약간의 친밀함이 주는 힘은 대단히 강력하죠.


그렇다면 결국 낯선 사람과 빠르게 친밀한 관계가 된다면 나의 능력을 발휘해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겠죠. 조금의 친밀함을 만드는 키워드를 몇 가지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1.     질문

2.     칭찬

3.     공감


먼저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모르는 것을 나누는 것이 관계의 기본입니다.

관계라는 것 자체가 서로 알지 못했던 점들을 공유하며 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질문이 관계의 기본인 이유죠. 그런데 질문에 대한 오해가 있습니다.

'답을 듣는 것'에만 너무 집중하면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가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어떨까요.

"영화 뭐 좋아하세요? 음식은요? 좋아하는 가수는? 형제관계는? 부모님 직업은? 이걸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건 소개팅이 아니라 취조입니다.


그런 상대에게 호감이 가지 않는 것은, 일방적으로 대답만 하는 것은 전혀 즐겁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예가중계 등 해외 스타를 인터뷰하는 프로그램만 봐도 그렇습니다. 스타들은 아주 유쾌한 목소리로 “안녕하쉐요우” 인사를 하며 즐겁게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끝날 때쯤 보면 퀭한 눈으로 “싸뢍해요 연예가즁계” 하며 지친 표정으로 마무리합니다. 애써 웃음 지으려 노력하지만 힘든 건 숨길 수가 없죠.


그런데 이 리포터가 출동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스타들이 더 신난 상태로 인터뷰가 끝나요. 심지어 이 리포터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번호를 따 가기도 하고, 자신의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자국 언론에서 하지 않은 이야기까지 털어놓고, 한국에서의 즐거운 기억으로 그 리포터와의 인터뷰를 꼽기도 합니다. 심지어 미국 활동을 할 때 자신의 소속사와 계약하도록 지시해서 실제로 계약이 이루지기도 했죠. 본업이 가수지만 리포터로 더 많이 화제가 된 남자, 대화의 레벨이 있다면 만렙을 넘어 고인 물, 거의 썩은 물 수준인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에릭남입니다.


‘에릭남 인터뷰 레전드’가 연관검색어일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는데요. 비단 리포팅뿐 아니라 그를 만나는 많은 사람이 그의 인성과 태도를 높이 평가합니다. 그에게서 질문의 핵심들을 찾아낼 수 있었는데요.


먼저 그는 상대방이 대답하기 쉽도록 물어봅니다. 상대방 입장에서 시작하는 질문과 그렇지 않은 질문의 차이는 구체성입니다. 그는 늘 구체적으로 질문해요  막연한 질문에는 단답형 대답만 나오죠. "김치 좋아해?"라 물으면 "응", "아니"만 나오는 거죠. 예를 들어 한국어에 대해 물어볼 때도 "한국말 알아?"라고 묻거나 "한국말 중에 아는 것 있어?"라고 묻지 않습니다. "한국 와서 새롭게 알게 된 말이 있어? 아니면 신기하게 들린 말이나."라고 묻습니다. 참 세심하죠.


또 그의 인터뷰를 보면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씹는 음식을 좋다는 걸 미리 듣고는 버터구이 오징어를 선물로 준비하고, 베개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서 마음에 드는 베개는 훔치기까지 한다는 노엘 갤러거에게는 ‘훔친 베개’라는 베개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성의를 느낄 수 있고, 자연스럽게 선물을 주면서 해당 화제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거죠. 질문을 위한 준비는 은근히 중요합니다. 소개팅을 누군가 주선해 준다면 ‘예쁘냐?’만 물어볼 게 아니라 취미나 취향 등을 물어보면 호감을 사는데 도움이 되겠죠.


준비한 화제를 상황과 잘 연결시킵니다. 패리스 힐튼과 인터뷰할 때 그 진가가 잘 드러나죠. 조명으로 빛나는 63 빌딩 앞을 지나면서 힐튼이 좋아하는 황금색에 대한 화제를 꺼낸다거나, 남산타워의 자물쇠 이야기를 설명하며 소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등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합니다.

리엑션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질문에 답을 했는데 반응이 시원찮으면 더 이상 대답하고 싶지 않아 질 겁니다. 근데 이 청년은 표정부터 다릅니다. ‘나는 네 이야기에 푹 빠져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죠. 다양한 감탄사를 활용하여 격하게 공감해 주기도 하죠.


결국 어색함을 떨치는, 친밀감을 가져오는 질문의 핵심은 답을 듣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질문은 상대에 대한 존중, 관심, 배려의 표현인 것입니다. 티가 좀 나도 좋아요. 상대방이 애쓴다는 느낌이 불쾌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면 상대방 역시 어색하고 싶지 않을 거니까요.

 

질문에 대한 이야기가 좀 길어졌네요. 다른 키워드는 다음에 더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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