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일부' 로 치부할 수 있나요.
"우린 억울해!"
꾹 쥔 주먹을 부르르 떨며 외쳤다.
"그 악마는 우리와 아무 상관없어! "
"이상하다… 심지어 우리 부족 이름, 그 이름을 쓰면서 자기가 그 부족장이라 하던데? 그리고 그 뭣이냐. 맞아, 우리들끼리 부르는 그 직책… 목… 뭐더라 그것도 쓰던데요?"
"아니야! 그렇지 않아!
아주 예전에 우리 마을에서 그를 쫓아내고 그 직책을 빼앗았어! 그 작자가 혼자서 직책을 가져다 쓰는 거라고. 게다가 부족으로 묶이기 싫어서 우린 아니라고 선언하고 다 부족 모임에서 나왔단 말이야. 우리와는 아주 무관한 곳이라고. 그놈을 우리랑 엮어서 모든 역병이 우리 탓이라고 말하고, 우리가 모이는 걸 못하게 하다니 이건 핍박이고 탄압이야!"
"그래요? 하지만 그는 우리와 여전히 똑같은 성을 쓰고 있던데요. 아, 우리 아버지 성함도 말하면서 자기도 아버지의 자식이라고 말했어요. 우리와 결국 형제 아닌가요?"
"어찌 그런 불경한 소리를! 그는 우리 아버지를 가짜로 칭하는 거야! "
꽉 쥔 주먹에서 피가 날 정도로 화가 나 보였다. 그 말고도 주변의 수많은 사람 모두 억울해 보였다.
"흠… 그렇군요. 그 작자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우리들의 아버지 이름을 쓰면서, 우리들과 같은 성을 사용하고, 우리들 부족을 대표한다고 말하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악행을 저지르던데… 이번 역병 사태 때도 그렇고요.
그런데. 왜 가만히 계셨죠? 왜 지금도 가만히 계세요? 우리가 존경하고 사랑하고 경외해 마지않는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데 왜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고 있는 건가요? 그냥 우리와는 다르다.라는 말을 하면서 방치해도 괜찮은 건가요?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제가 알기로는 우리 아버지께서는 행동하심으로 세상을 일깨우셨던 분이었어요. 손수 가르침을 전하시고, 우리들을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는데. 우리들은 지금 가만히 앉아서 뭘 하고 있는 거죠?
솔직히 일부의 문제다, 그 작자만의 문제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역병이 퍼지는데도 우리들의 원칙만을 내세워가며 불평하고, 어기던 사람들도 우리의 형제들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미 수십, 수백명이 어겼는데도 일부라고요?
우리의 몸처럼 생각해야 할 이웃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역병 때문에 일도 하지 못하고 굶어 죽어 갑니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고생하는 의원들도 있고요. 그런데 지금도 우리들은 피해자입니까? 억울해요? 애초에 그렇게 날뛰는 미치광이를 내버려 둔 것에 우리들 책임이 아예 없습니까?
모범을 보여야지요. 먼저 나서서 규칙을 준수하고 서로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야지요. 훌륭한 분의 자녀라는 사람들이 어째 이리도 미련하고 이기적입니까? 그러면서 세상이 우리들을 핍박한다고 여깁니까? 탄압이라고 여겨요?
우리 부족 중에 훌륭한 분들 많죠. 저도 자랑스러워요. 근데 솔직히 부끄러운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가요? 다른 마을 사람들이 그럽디다. 니들은 아버지 팔아서 장사하는 놈들 아니냐고. 그 말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나요?
사명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면, 믿음이라는 것이 있다면, 좀 제대로 삽시다! 부끄럽지 않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