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Alignment 에 관하여
직원들이 왜 자꾸 힘들다, 동기 부여가 안 된다 한탄하고, 심지어 자꾸 그만두냐고 물었지?
일단 비전 공유는 제대로 했냐?
비전은 목표야. 목적지라고. 네비도 안 찍고 일단 출발하라고 닦달하고, 뒷자리에서 중간 행선지들만 알려주고 가라고 해. 그럼 아, 이 행선지를 보니 어느 쪽으로 가겠구나 라고 노련한 운전자들은 파악하겠지. 그치만 처음 가보는 초보 운전들은 추측도 못하고 불안해하면서 갈 것 아니야. 운전자 입장에서 힘들지 않겠어? 근데 뒤에서 하는 말들이 방향 지시도 아니고 엑셀 밟아, 떼! 다시 밟아, 브레이크! 이런 식이잖냐. 그러다가 한숨 쉬고, 욕하고. 그러니 견디겠어?
비전이란 목적지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는 전략이라는 수단을 쓰지. 그 전략 안에 다양한 전술들이 있는 거야. 그런데 보통 비전을 알려주지 않은 채, 전략도 구체적으로 안 알려주고 전술 지시만 한다고. 그러면 얼마나 갑갑하겠어.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왜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가 하는 일을 통해 어떤 것이 바뀌는지도 몰라. 그냥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만 알려줘. 그러면 부품이나 다른 게 뭐가 있겠어.
그러니 비전 좀 공유해라.
단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지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왜 가야 하는지도 알려 주고.
알려주는 걸로 끝나냐고? 그럴 리 없지.
회사의 비전과 개인의 비전이 같겠냐? A라는 회사가 있어. 2030년까지 아시아에서 100위권 내의 큰 회사가 되는 비전이 있다고 치자. 어떤 구성원의 비전이 그거겠니? 창업자나 오너, 대표는 그럴 수 있겠지만 직원들은 대부분 아니야. 구성원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을 일치시키는 걸 바라면 안 돼. 주인도 아닌데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하면 안 되는 거지. 다른 종류의 주인의식, 이를테면 동반자 의식이 필요한 거야.
동반자로서 함께 갈 수 있는 부분을 서로가 나눠 봐야겠지.
같은 방향으로 가도록 방향을 정렬한다고 해야 할까? 좋은 파트너가 되어야겠지.
그러려면 직원들의 비전이 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
그들이 꿈꾸는 미래가 어떤 건지를 알아야 일치시킬 부분이 있는지, 어떻게 그걸 맞춰 나갈지를 구상하고 전략화 시키지.
김팀장이라는 사람이 있다 치자. 그의 2030 개인 비전은 인정받는 가장, 리더가 되는 거라고 하자. 그럼 그 비전과 회사의 비전의 방향을 맞춰 보는 거야. 얼추 가능하지 않겠어? 인정의 범위가 어떻게 되는 지도 중요하겠지. 그것부터 확인해보자.
그가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으로서의 인정'은 좋은 수입을 얻는 것이야. '리더로서의 인정'은 팀이 좋은 성과를 내도록 잘 이끄는 것이겠지.
좋은 수입과 성과라. 성과를 잘 낼 수 있는 팀을 만들면 조직도 이롭겠고, 수입은 조직이 잘 운영된다면 인센티브나 급여 인상을 통해 이뤄줄 수 있는 것이겠지.
그럼 문제는 너무 쉬운 해결책인데, 왜 힘든 걸까?
'원하는 수준의 보상이 잘 이뤄지지 않는 조직이 많고, 성과를 내기에도 어려운 부분이 많다.'로 정리할 수 있겠지.
보상의 측면은 확실히 개선 좀 해야 해. 회사가 잘 되면 좀 나눠. 니들 오너들만 먹지 말고.
성과가 났을 때 보상에 대한 약속 없이 누가 동기 부여되겠냐.
성과를 내는 조직이 되는 것. 이게 쉽지는 않지. 쉽게 성과가 나면 어떤 회사가 성공 못하겠냐.
다만 몇 가지 포인트가 있지.
성과를 내는 것이 가능하려면 먼저 구성원 간 정보공유가 잘 이뤄져야 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면 그 조직이 성과를 낼 수는 없지. 네가 맡은 일이 회사의 부족한 물품을 구매하는 일이야. 그런데 부서별 물품의 재고를 파악할 루트를 몰라. 그리고 부서 별 담당자도 모르고. 지금껏 구매했던 구매처 연락처도 몰라. 그러면 일 제대로 할 수 있겠냐?
그다음은 구성원의 역량이 업무에 적절하게 배치되었는가를 파악해야 해. 네가 해외 파트너사와 소통을 해야 하는 직무인데 막상 너는 영어를 못해. 그러면 일이 잘 돼? 이런 걸로 고통받는 친구들 허다하다. 롤 하는데 니 캐릭터가 어떤 건지도 모르면 같은 팀원들이 네 부모님 안부부터 물을 걸? 스타크래프트 할 때 질럿만 잔뜩 뽑았는데 섬맵인 거랑 뭐가 다르겠어.
적절한 권한도 중요하지. 물품 구매 담당인데 한 번에 만원까지 구매 가능해. 그런데 프린터 잉크 사야 하는데 2만 원이래. 그럼 너는 증액해달라고 결제 안을 올려야겠지. 기분 어떻겠어.
책임도 마찬가지야. 너는 부산지사 지하 1층 프린터 담당인데 서울 본사 2층 프린터도 너의 담당이면 효율성이 어떻겠어. 적절한 책임을 주는 것이 이렇게도 중요한 거야.
좋은 회사 만드는 게 쉽겠어? 회사는 새로운 유기체야. 단순 구성의 합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