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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에 관한 단상 – 우리는 자기 행성을 잘 돌보아야 한다.
어린왕자의 행성에는 어디선가 날아온 씨앗이 자란다.
좋은 씨앗도 있지만 골치 아픈 씨앗이 있다. 바오밥나무 씨앗이다.
코끼리 한 떼가 모여도 끝에 닿지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라는데, 그가 그린 삽화만 봐도 어린왕자의 작은 행성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보인다.
그의 행성 안에는 항상 바오밥나무 씨앗이 잔뜩 있다고 했다. 그것도 ‘씨앗 투성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너무 늦게 손을 쓰면 영영 뽑아버릴 수가 없다는 문구로 표현하고 있다. 작은 행성에 거대한 바오밥나무가 자라면 결국 행성이 산산조각 나 버린다고 한다.
어릴 땐 장미와 비슷해서 잘 모를 수 있는, 아침마다 ‘규율’로서 부지런히 뽑아줘야 하는 바오밥나무를 통해 저자가 담아내려고 한 것은 뭘까? 심지어 “어린이들아, 바오밥나무를 조심해!”라는 대사까지 ‘예외적으로’ 적을 정도로 절박함을 담아 교훈을 주고 싶어 한 ‘바오밥나무’는 뭘 나타낸 것일까.
행성을 자신의 심리적 공간으로, ‘마음’으로 가정해 보자.
마음에는 수많은 생각의 씨앗들이 있다. 하지만 미리 어떤 생각이 싹을 틔울지는 알 수 없다.
감정과 생각 그 자체는 옳고 그른 것으로 구분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지만, 변질되어 병리화 된 부정적 사고가 문제다. 자기혐오, 자아 부정 등 스스로를 괴롭히고 깊게 침전하여 뿌리처럼 파고드는 부정적 사고는 갈수록 스스로를 좀먹고, 결국에는 파멸에 이르게 만든다.
생떽쥐페리는 특히 혼자만의 세계에 깊이 머무르는 유형이었다. 자주 격렬한 감정 변화에 휘둘리며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비행과 사막으로의 긴 여정에 스스로를 의지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를 수용해 준 가족들에게 많이 기댔는데, 열렬히 사랑한 아내 콘수엘로와도 가족들의 반대로 이별하기까지 했었다.
죽기 얼마 전에는 정치적 모함과 자신의 무력함 등으로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그로 인해 자살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에도 꽤 무게가 실릴 정도로 내적 갈등에 힘겨워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행성의 바오밥나무, 즉 마음의 병을 경계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나 또한 마음의 바오밥나무를 늘 경계하고 살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나 유머, 또는 당장 먹을 점심 메뉴 등의 생각도 지나치지만 내 생각의 상당 부분은 인생에 대한 걱정과 고찰, 자기반성과 의미 부여, 더 나아가 내 주변 사람들의 안위, 그들과의 관계, 또 세상에 대한 걱정 등이다.
누구나 할 법한 생각들인데, 문제는 동시 다발적으로 튀어 오른다는 것이다. 하나의 키워드가 수 갈래, 많게는 수십 갈래로 펼쳐져서 종국에는 내 생각의 뿌리가 뭐였을까 했던 적도 많았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경우는 생각의 씨앗들이 자기 파괴적인 생각들로 변질되는 경우다. 후회나 걱정들로 인해 스스로를 지탄하며 공격한다. 그런 생각들이 커지면 커질수록 원래의 평온함으로 돌아가기 힘들어지고, 몸도 마음도 엉망이 되기도 한다. 너무도 거대해져서 행성을 파괴해 버린 바오밥나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생떽쥐페리 형도 그걸 두려워하며 경계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는 이렇게 충고한다. 이건 ‘규율’의 문제라고.
아침에 일어나서 단장을 마치면 행성도 단장을 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어릴 때는 장미나무와 비슷한 바오밥나무지만 구별할 수 있게 되면 규칙적으로 뽑아줘야 하며, 그건 귀찮지만 아주 쉽고, 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미뤘다간 재앙이 올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을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그게 중독이든, 유혹이든, 자기 파괴적인 부정적 사고든 간에 우리는 우리의 행성을 잘 돌볼 의무와 규율이 있다. 우리의 행성 안에는 소중한 것들이 아주 많으니까.
- 행성의 소중한 것들
1) 화산
우리의 작은 행성 안에는 불을 뿜는 작은 화산도, 불이 꺼진 화산도 있다. 평소에 잘 청소해 놓으면 폭발하지 않고 조용히 규칙적으로 타오른다고 이야기한다. 화산은 열정이 아닐까. 열정도 관리가 필요하다. 방향이 잡히지 않은 채로 열정을 발하기만 하면 소진되어 버리기도 하고, 뻗어나가지 못하게 막아두게 되면 결국 폭발해서 스스로 상처 입게 된다. 화산처럼 평소에 잘 가꾸고 관리하면 지쳐서 꺼지거나, 반대로 폭발해 버리지 않는다. 긴 시간을 일정하게 지속할 동력이 되는 것이다.
2) 장미
이처럼 중요한 화산도 있고 아름다운 노을을 관찰하는 공간도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단 하나뿐인, 어디선가 날아온 씨앗에서 기적처럼 싹 틔운 장미를 빼놓을 순 없다. (이 장미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 이야기하고 싶다.) 장미의 의미를 짧게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우리 안에 자리 잡은 ‘가장 소중한 존재’다.
쓸쓸한지조차 모르고 살았던 작은 행성을 향기롭고 아름답게 만든 존재. 금방이라도 꺾여버릴까 봐 걱정되는 가녀린 존재. 우리는 그 소중한 존재를 품고 살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확히는 그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를 귀히 여기는 마음, 즉 사랑이다.
그렇게 소중한 꽃을 상처 입힐 수 있는 마음의 씨앗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 단지 번거롭다는 이유로? 그건 절대 해선 안 될 태만이다.
행성을 돌보는 것, 그건 ‘규율’의 문제다. – 앙트완 생떽쥐페리
마음의 바오밥나무를 조심하자. 그리고 생형의 말처럼 부지런히 살피고 미리미리 제거하자. 우리에겐 자신의 행성을 돌보고 지킬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