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회상될 나를 상상해 보니...
#에세이 #자기인식 Part1
- '아들, 효준이가 바라보는 나'를 떠올려보다.
아들 효준이와 함께 하며 자주 특별한 관점을 가지게 된다.
만약 이 녀석이 커서 독립을 하고 가정을 이뤄서 자주 못 보게 된다거나, 혹은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어 영영 못 보게 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때 나를 회상하게 된다면 이 친구는 아빠인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표현할까?
영화에서 자주 표현하는 방식, 그러니까 내레이션을 통해 주인공이 누군가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사실 아빠가 되기 전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관점이다. 내가 가족들이나 지인들을 회상하곤 했지만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의 주변인으로 떠올려진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하고 살았으니까.
상상해보면 재밌다.
일하러 갈 때면 녀석은 아빠가 일 하러 안 갔으면 좋겠다면서 붙잡는다. 아빤 왜 그리 자주 일해야 하냐며.
그럴 때면 아내와 나는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평소 강의가 없는 경우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기 때문에 함께 보내는 시간이 다른 아빠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인 데다가,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지나칠 정도로 많고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는데도, 이 녀석에게는 내가 바빠 보이나 보다.
그래서 이 친구는 나를 이렇게 떠올릴 것 같다.
“어릴 때 아버지는 늘 바빠 보이셨다. 그런데 알고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아버지가 다른 아버지들보다 더 많이 놀아주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사실을 내가 아빠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라고.
또 방에서 게임하는 나를 찾아오는 녀석의 입장에서는 “아버지는 강의가 없는 날이면 글을 쓰시거나 가족들과 함께 보냈다. 그 시간 외에는 방에서 혼자 게임을 즐겨하셨는데, 내가 찾아가면 늘 나를 무릎에 앉혀놓고 등과 배를 토닥이며 게임 설명을 해 주곤 하셨다. 하지만 치열해 보이는 게임을 하실 때는 대답도 잘하지 못해 주셨는데, 커보니 그래도 저리 가라고 안 하신 것만으로도 나를 참 사랑해 주셨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식으로 떠올리지 않을까?
녀석의 시선이 내 모든 부분을 완전히 대변해 주진 않겠지만, 아들의 입장에서 보는 아버지로서의 전종목의 모습을 잘 보여주리라. 그런 상상을 하니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더 제대로 행동하게끔 만들었다.
내 입장에서는 생각도 해보지 못한 행동들이 녀석의 시선으로 떠올린다고 유추해 보면 보이게 된다.
혼을 내며 무서운 표정을 짓거나, 협박 섞인 으름장을 놓는 것처럼, 내가 아들을 사랑하는 감정과는 달리 행동은 그렇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었겠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상대의 시선을 유추해 보니 행동이 바뀌게 되었다.
모처럼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아 집중하고 있는데, 자러 갈 시간이 됐는데도 바둑 가르쳐 달라며 자꾸 보채는 것이 아닌가? 내일 가르쳐 줄 테니 오늘은 그만 자라고 달래 봤지만 소용없었다. 자꾸 칭얼거리는 녀석에게 얼른 자러 가라며 엄포를 놓으려다가 녀석이 회상하는 지금을 떠올리니 내가 져 줄 수밖에 없었다.
괜히 서운하게 했다간 서운하고 매몰찬 아빠로 묘사될 수도 있으니까.
하는 수 없이 침대로 함께 들어가서 바둑을 조금 가르쳐 주고 나왔다. 녀석은 만족했는지 방긋거리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휴 진작에 와서 이렇게 가르쳐줄 걸... 뭐 얼마나 중요한 글을 쓰고, 바쁜 일을 한다고.
아빠의 사랑 표현을 이렇게 좋아하는 녀석에게 잠깐이면 되는 작은 일을 나중으로 미뤘나 싶었다.
이렇게 나란 놈은 하나도 모르고 나만 알고 사는 부족한 인간이기에,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노력이 더 의미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아들 뿐 아니라 아내, 동료 등 소중한 타인의 시선을 자주 연습하고 노력해서 내가 보지 못하는 내 모습을 잘 살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