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와 릴스로 배우는것은 어떤의미일까?
요즘 아이들은 책보다 유튜브를 먼저 찾습니다.
아니, 책이라는 매체 자체가 그들에게는 너무 낯설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긴 문장을 따라가야 하고, 한 챕터를 넘기려면 시간이 걸리고, 무엇보다 재미가 즉각적으로 오지 않습니다. 반면, 유튜브 쇼츠나 릴스, 틱톡 같은 짧은 영상은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정보를 던져줍니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고, 그 짧은 시간 안에 결론까지 내려주니, 뇌는 만족합니다. 그리고 그 만족감은 반복을 부릅니다. 하나를 보고 나면, 알고리즘이 또 다른 영상을 추천하고, 그렇게 아이들은 끝도 없이 영상을 소비하며 세상을 배웁니다.
처음엔 그저 편리함의 문제로만 여겼습니다. 세상이 바뀌었고, 배움의 방식도 달라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그 변화가 아이들의 사고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영상 콘텐츠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아이들은 글을 읽을 때 집중하지 못하고, 복잡한 문장을 해석하지 못하며, 무엇보다 ‘정보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말하는 사람이 유명하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고, 논리나 근거보다는 말투와 확신이 신뢰를 대신하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유튜브나 쇼폼 콘텐츠는 대체로 조회수와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때로는 사실과 다른 비유나 과장된 예시를 끌어옵니다. 그런데 그 자극적인 정보가 첫 번째로 접한 정보가 될 경우, 아이들은 그 내용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프레이밍 효과라고 부릅니다. 처음 접한 정보의 틀이 이후의 모든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어떤 유튜버가 특정 과학 이론을 설명하면서 완전히 잘못된 예시를 들었다고 해도, 그 설명이 재밌고 쉬웠다면, 아이들은 그 잘못된 틀을 기준으로 다른 지식을 판단하려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정보가 틀렸다고 지적해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머릿속에서 ‘그게 맞다’는 프레임이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지식은 더 이상 유연하지 않고, 고정됩니다. 아이들이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는 것이죠. 지식은 원래 유연해야 하고, 쌓여가며 자라나야 하는 것인데, 이처럼 단단하게 굳어버린 지식은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저는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지적으로 겸손한 태도’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예전에는 모르는 것이 부끄러움이었고, 그래서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책을 읽고,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더 나은 지식을 얻기 위해 질문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쇼츠 하나만 봐도 ‘나는 이 주제에 대해 안다’고 생각합니다. 더 알고 싶어하지 않고, 틀렸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으며, 지식에 대한 판단 자체를 멈춰버리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물론 모든 영상이 문제라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영상은 정말 좋은 정보를 짧은 시간 안에 잘 전달하기도 하고, 영상이 입문자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영상이 최종 목적지가 되어버릴 때입니다. 그 이상 배우려 하지 않고, 그 영상의 내용이 전부인 것처럼 믿는 순간, 아이들은 더 이상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성장을 멈추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들에게 영상 시청을 무조건 금지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시대는 텍스트보다 영상이 더 자연스러운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균형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영상으로 관심을 얻었다면, 그 내용을 다시 글로 찾아보고, 책으로 확인해보게 하는 구조적인 연계가 필요합니다. 영상이 ‘흥미’를 책임진다면, 책은 ‘깊이’를 책임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하나의 정보가 전부일 수 없음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어떤 내용이 맞는지 고민해보는 비판적 사고력, 다양한 설명이 가능함을 받아들이는 지식의 유연함, 그리고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지적 겸손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지식은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다룰 줄 아느냐의 문제입니다. 영상 콘텐츠는 지식의 입구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이 다시 스스로 판단하고, 비교하고, 의심하고, 배우고, 정리하며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존재로 자라나려면, 우리는 지금 이 변화의 속도에 멈춰 서서 한 번쯤 이렇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지식을 소비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진짜 배우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