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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속 사라진 아이들

by 곰선생


최근 사회를 들여다보면, 청소년들의 일탈적이고 경솔한 행동들이 뉴스에서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무리를 지어 폭력을 행사하거나, SNS에서 유행이라는 이름 아래 도를 넘는 장난(?)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 단순히 '요즘 애들 참 문제다라는 말로 넘어가기엔 더 깊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와중에 인터넷에서 아래와 같은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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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니체빠(?)로 살아온 나날들이 있기에 이런 얘기가 어디서 나왔지 라고 생각하고 검색을 해봤는데, 니체의 저서에서 직접적으로 이런 언급을 했던것은 아닌것 같았습니다.

다만 이 말은 니체의 사상 전반을 매우 명확하게 대변하는 요약이라 할 수는 있습니다. 니체는 '무리' 또는 '군중'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인간이 '다수'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고, 타인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었거든요.


흔시 사춘기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청소년기의 여러가지 행동은 결국 부모의 보살핌을 떠나 이제 하나의 객체로서 나아가기 위한 과정입니다. 인류는 지난 몇백년동안 사회적으로 크게 발전했지만, 신체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후로 큰 차이가 없다보니 예전엔 생식이 가능함과 동시에 부모의 곁을 떠나던 시기인 이 청소년기에 이런 부모와의 갈등이 생기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런 가정에서 떠나가야 하는 시기, 우리 아이들이 기댈곳은 친구들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무리가 지어지는 것일껍니다.


이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늘날 청소년들은 니체가 경고했던 '무리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과거 개인의 생각이나 철학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성숙함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SNS의 '좋아요' 수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사회성을 의미하는 듯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수가 좋아하는 나'를 만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입니다.


결국, 이런 군중 속에서 개개인의 생각은 사라지고, 모두가 누군가를 따라하는 존재로 변질됩니다. 자신의 판단으로 행동하기보다, 또래의 시선을 의식하며 따라가기에 바쁘고, 그 안에서 도덕적 기준이나 선악의 판단은 점점 흐려집니다. 유튜브나 틱톡에 올라오는 자극적인 영상 속 '주인공'이 되고자 무리한 행동을 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그들이 과연 자기 삶의 주인인지 묻고 싶어집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군중은 진리를 싫어한다. 진리는 그들의 습관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보다, '다수가 하는 말'을 더 신뢰합니다.(이말을 쓰고보니 입시도 그런점이 있네요 ㅠㅠ)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수가 하는 말은 안전하니까요. 그 말이 맞는지 틀린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소외되지 않는다는 것, 집단에 속해 있다는 안도감입니다.


이런 심리는 어른들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청소년 시기에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자아가 아직 단단히 자리 잡기 전인 이 시기에는 타인의 시선과 인정이 곧 자신의 가치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이들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조롱할 때, 더 쉽게 '함께' 행동합니다. 자신이 중심이 아니라 '무리' 속에서 보호받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가장 무서운 점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에요', '다 같이 했는데 왜 나만 뭐라 해요'라는 말은 집단행동이 불러오는 익명성과 무책임성을 잘 보여줍니다. 결국 그 누구도 주체가 되지 못한 채, 모두가 방관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구조가 반복됩니다.


니체는 인간이 이러한 무리 본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개념을 등장시킵니다. 많은분들이 알고 계실 '초인', 즉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고 책임지는 인간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시 말합니다.


“너 자신이 되어라.”


이 단순하지만 깊은 문장은 우리 아이들에게 꼭 들려줘야 할 말입니다. 자기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때로는 대세와 다른 길을 가더라도 스스로 옳다고 믿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아이들이 진정으로 배워야 할 용기 아닐까요?


물론 세상을 무리 없이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함께 살아가되, 휩쓸리지 않는' 자세입니다. 아이들이 무리 속에 있더라도, 스스로의 생각과 중심을 지킬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른들의 역할은 단순히 "요즘 애들은 왜 이러냐"고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무리 속에서도 자기를 잃지 않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배우고, 어른의 언어와 태도를 흡수합니다. 어른이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들도 그 힘을 자연스레 가지게 될 것입니다.


니체가 경고했던 무리의 힘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아니, 디지털 군중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더 강력해졌습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더 강한 자기 자신입니다. 아이들이 다시 '나'를 찾고, 그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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