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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by 곰선생


네이버 메인을 보던중에 반가운 이름을 보았습니다. 에리히 프롬.


이미 오래전 돌아가신분이 신간이 있을리도 없고, 어찌보면 조금은 오래된 이 분이 왜 갑자기 네이버 메인에 뜨는지 궁금해서 들어가 봤는데 그분의 사상을 엮은 책이 나온 모양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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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은 제가 책을 많이 읽기 시작하던 초창기에 <소유냐 존재냐>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고, 이 책은 지금 제 삶의 방향을 잡는데에 정말 큰 향을 끼친 책이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오늘은 간만에 오래 전 읽었던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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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찾을 수 없어 YES24 이미지로 대신합니다.






현대 사회가 물질의 시대임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에리히 프롬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정의하는 것은 당신이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당신이 어떤 존재라는 것입니까?"


요즘처럼 SNS가 일상화된 시대, 우리는 너무나 쉽게 남의 삶을 훔쳐보고, 또 비교합니다. 누군가의 명품 가방, 누군가의 해외여행, 누군가의 인맥과 스펙. 그리고 검증이 불가능한 성과. 우리는 그것이 그 사람의 '존재'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소유는 결코 존재의 본질을 증명해주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것은 결코 현대와서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1970년대,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이미 이런 현상을 경고했습니다. 인간은 점점 더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하며, 이로 인해 진정한 자아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말입니다. 놀랍게도 그가 지적한 문제는 지금 이 시대에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소유 중심의 삶은 단순히 경제적 구조나 문화적 흐름의 결과만은 아닙니다. 어쩌면 인간 본성 깊은 곳에 뿌리내린 불안과 결핍의 그림자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가짐으로써 '불완전한 나'를 보완하려 하고, '부족한 나'를 덮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소유는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것들입니다. 돈은 잃을 수 있고, 명예는 퇴색되며, 타인의 인정은 하루아침에 등을 돌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유에 기반한 삶은 늘 불안합니다. 잃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자아의 가치를 외부에서 찾는 사람은 외부가 흔들릴 때마다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존재 중심의 삶은 다릅니다. 내가 어떤 존재인가,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가, 내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며 성장하고 있는가에 집중하는 삶은 도둑맞을 수 없습니다. 내면에서 비롯된 의미는 외부의 변덕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는 SNS를 통해 끊임없이 타인의 ‘소유’를 들여다봅니다. 거기엔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더 많고, 더 크고, 더 화려한 것만이 '좋은 삶'처럼 보입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자기 삶을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교하고 축적하는 기계처럼 살아가게 됩니다. 더 나아가, 타인의 인정이 없으면 존재 자체가 불안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무한한 비교와 불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첫번째로 자존감의 회복이 시급합니다.

소유에 기대지 않고도 나의 존재만으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내 존재 자체에 대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실수도 하고, 부족한 점도 있지만, 그럼에도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둘째, 내면의 성장에 집중해야 합니다.

물질은 쌓을수록 외면의 만족을 주지만, 지식, 통찰, 관계, 감정, 창조성은 쌓을수록 내면의 기반이 됩니다. 독서, 글쓰기, 명상, 봉사, 진심어린 대화처럼 나를 풍요롭게 하는 활동들은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습니다. 이런 활동들을 꾸준히 하는것은 제 경험상 자존감과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물어야 합니다. "이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인가?", "이 욕망은 나로부터 비롯된 것인가, 타인의 시선 때문인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져야 합니다.

소유에 중독된 시대에는, 깨어있는 사고가 가장 필요한 자산입니다.


셋째,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관계를 맺는 연결로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타인을 부러워하거나 질투하기보다는, 공감하고 함께 존재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나와 남은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일부입니다. 존재는 소유보다 관계 안에서 더 빛납니다.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을 잃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유를 늘려가며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그 끝에는 늘 불안이 따라옵니다. 진정한 평온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내 존재의 가치가 소유가 아닌, 존재 자체에 있다는 믿음이 바로 그 시작입니다.


소유는 늘 불안과 함께하고, 존재는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이제는 ‘가지는 삶’에서 ‘존재하는 삶’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은 이후에 의식적으로 없어지는것보다는 없어지지 않은것을 채우려고 노력을 해왔습니다.

여전히 돈을 좋아하고 많이 벌고 싶은 속물입니다만, 이 책에서 얻은 교훈은 마음 한구석에 항상 상주하며 제가 어떤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에 잘 드는 브레이크처럼 제 생각을 컨트롤해주는 고마운 것이고 사실 길게 봤을때 그 선택이 별로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존재하는 법을 배운다면,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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