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논란이 될 이야기를 적어보려합니다.
편의를 위해 경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세줄요약
1.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와 속도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글로벌 서비스와의 호환성은 매우 낮다.
2. 여러 인터넷 서비스에서 국내 독자 생태계가 강력하지만, 해외와 단절된 디지털 환경은 문제가 많다.
3. 이것이 과연 효율적인 디지털 대한민국의 모습인지, 인터넷 강국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돌아볼 시점이다.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인터넷 강국'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불려왔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속도, 그리고 전자정부 시스템이나 온라인 뱅킹의 편리함은 그 명성을 뒷받침해왔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처럼 인터넷이 잘 되는 나라가 또 있을까"라는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2025년 오늘, 과연 그 명칭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표준과 한국'만'의 서비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여행을 하거나 해외에 나가면 가장 많이 쓰이는 앱은 단연 '구글 맵스'다. 위치 찾기, 길 안내, 음식점 리뷰와 평점 확인까지 사실상 글로벌 표준 서비스가 되어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동남아시아 여행을 가도 구글 지도만 있으면 거의 모든 게 해결된다.
택시 호출 역시 마찬가지다. '우버'는 세계 곳곳에서 사실상 기본 옵션이다. 심지어 택시 인프라가 약한 나라일수록 우버 같은 서비스는 더 강력한 효용을 발휘한다.
이 두가지 서비스는 여행유튜버들의 영상만 봐도 너무 당연한 소리이고 이는 내가 직접 해외여행을 할때에도 동일했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도 서비스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주도하고, 택시 호출은 카카오T가 사실상 독점이다. 물론 이들 서비스는 한국 내 환경에서는 매우 편리하다. 길 찾기의 정확성, 상권 정보의 촘촘함, 호출 안정성은 대한민국 한정 구글이나 우버보다 200% 낫다는 점을 부인하긴 힘들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서비스들이 한국 외부에서는 거의 쓸 수 없다는 점을 오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즉, 한국의 표준은 한국 안에서는 강력하지만, 국경을 넘는 순간 효용성이 급격히 줄어드는 구조라는 점이다.
블로그 서비스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블로그 플랫폼은 워드프레스다. 전체 웹사이트 중 약 40% 이상이 워드프레스를 기반으로 돌아간다. 워드프레스는 사실상 '글을 쓰고, 발행하고, 확장하는' 글로벌 표준 플랫폼이 되어 있다. 물론 자동화도 완벽하게 지원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네이버 블로그와 티스토리가 강세다. 네이버 블로그는 검색 엔진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어, 국내에서는 강력한 유입 경로가 된다. 티스토리 역시 블로거 사이에서 뿌리 깊은 팬층을 유지한다. 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사정이 다르다. 워드프레스는 다양한 언어, 글로벌 SEO, 수많은 플러그인을 통해 전 세계적 네트워크 효과를 쌓아온 반면, 네이버 블로그는 사실상 한국 외에서는 거의 활용 가치가 없다. 당연하게도 메이크등과의 자동화도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
즉, 글로벌 표준과 한국적 표준이 서로 엇갈리며, 한국 사용자는 세계의 흐름과는 다른 길을 걷는 셈이다.
지역표준이 불편을 만드는 아이러니
사실 표준이란 아이러니한 존재다. QWERTY 키보드가 대표적이다. 처음 고안된 목적은 타자기의 자판이 너무 빨리 눌려 기계가 걸리지 않도록 일부러 불편하게 배열한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QWERTY는 전 세계 표준이 되었고, 더 효율적인 자판 배열(Dvorak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바꾸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현상이 만약 전세계가 동일하다면 문제가 없다. QWERTY키보드처럼....
문제는 한국만의 시스템이 오로지 한국내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것은 분명 앞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결제 시스템에서 한국은 독자적 구조를 오래 고수했다. 공인인증서, 액티브X, 특정 브라우저 의존성 등은 국내 환경에서는 '보안 강화'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해외에선 이해하기 힘든 불편함이었다. 글로벌 결제시스템인 비자, 마스터, 페이팔 등과의 호환이 늦어진 것도 그 연장선이다.
클라우드 시스템도 그렇다. 글로벌은 AWS, MS Azure가 주도하는데, 한국 기업과 기관은 보안 규제, 데이터 국적 문제 등으로 국내 사업자 위주로 운영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기술적 최신 흐름과 다소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이런 흐름은 모두 '우리만의 표준'이 굳어져 글로벌 환경과 어긋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물론 한국 한정해서는 지금우리시스템이 매우 편리하다. 하지만 한국을 벗어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해외에서는 구글 맵을 쓰는 게 기본이고, 택시는 우버가 표준이며, 블로그는 워드프레스가 기본 인식이다. 한국 사용자들은 국내 표준에 익숙해진 만큼, 해외에서 다시 글로벌 서비스에 적응해야 하는 이중 학습의 문제를 겪는다.
반대의 경우로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면 더 큰 혼란에 빠진다. 구글맵스의 정보는 부족하고, 블로그나 리뷰들을 보려해도 네이버 생태계에 접근하지 못하는 외국인의 입장에선 충분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 관광산업을 육성하는데에도 걸릴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내가 이 글을 통해 하고싶은 질문은 단순하다. "대한민국은 정말 인터넷 강국인가? 인터넷 강국은 뭔가?"
- 인프라, 속도, 보급률을 보면 맞다. 여전히 한국의 통신 인프라는 세계적이다.
- 하지만 인터넷을 이용한 글로벌 서비스와의 호환성, 디지털 활용 역량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갈라파고스이다.
한국의 독자적 인터넷 문화는 국내에서는 익숙하고 편리하다. 그러나 그것이 국제적 호환성에서는 오히려 불편을 만들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적으로 나갈때 새로운 것을 다시 배워야 하는 이중의 학습을 강요받고 있다.
의미없는 가정이지만, 인터넷이 한참 확산되던 그 시기에 망 같은 설비투자와 더불어, 인터넷을 이용한 글로벌 서비스 육성을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든다. 솔직히 지금이야 그 발전의 격차가 너무나 커졌지만, 초창기 지금의 글로벌 서비스라고 하는 것들의 품질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국내서비스가 훨씬 좋았다. 그럼에도 그게 왜 세계적인 서비스가 되지 못했는지는 고민해보고 개선해 봐야 할 문제이다.
어떤 결론을 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터넷 강국"이라는 말을 여전히 자랑스럽게 쓸 수 있는지, 혹은 이제는 이 강국이라는 기준을 다른 관점에서 다시 정의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글로벌 시대에 로컬의 강점과 글로벌 표준과의 호환성 사이의 균형은 점점 더 중요해진다.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서비스가 국경을 넘었을 때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것이 개인의 역량과 불편함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IT 서비스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한번쯤은 생각해 볼 주제가 아닐까?
한때 인터넷 최강국의 소리를 듣던 우리가 이제 디지털 갈라파고스가 되어선 안될 테니까...
ps. 어떤 인터넷 글에서 우리만의 서비스가 있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 미국의 거대 그룹에 삶이 종속되는것이 맞느냐 하는 글을 보았다. 타탕한 글이다.
다만 위 글의 목적은 글로벌 표준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과 서비스를 갖고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한부분에 대한 성찰의 의미. 그리고 전세계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를 유독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사용을 못한다는것은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의 글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서비스는 여러가지 이유로 한국에서의 서비스가 제한적인데 그게 정책의 문제인지, 그정책이 한국 IT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도 하거든.... 만약 로컬로만 남겠다는 생각이라면 그건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트위치 사태만 보더라도 그렇지....
ps2. 글을 올리지 않고 검토하는 시기에 화재로 인한 전자정부의 먹통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카카오톡 사채도 그렇고 인터넷 강국이라는 이름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것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것은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