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한 걸까? 네가 변한 걸까?

마흔이 돼서야 깨달은 삶의 이치를 고전의 대화를 통해 말하다.

by 이로
“오늘은 정말 모든 게 다 이상하네! 어제는 평소와 다름없었는데 말이야. 하룻밤 사이에 내가 변한 걸까?
잘 생각해 보자. 오늘 아침잠에서 깨어났을 때 어제의 나와 똑같았던 걸까? 그래, 기분이 조금 이상했던 것도 같아.
하지만 내가 정말 변한 거라면 ‘지금의 나는 도대체 누구지?’ 아, 이건 정말 엄청난 수수께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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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바뀌었다? 내가 무슨 연예인이라도 된 걸까? 꿈이겠지. 꿈 일 거야. 그것도 개꿈. 내가 앨리스였다면 그냥 꿈이라 생각하며 볼 한번 살짝 집었을 거야. 어? 그런데 왠지 아픈 거 같지 않네. 설마…


자신이 변한 건지, 세상이 변한 건지. 앨리스는 어제와 너무 다른 세상을 만나자 당황스러워해. 듀스라는 한국 가수를 알았다면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라는 노래가 떠오르지 않았을까? 앨리스도 옛날 사람이니까.





그런데 만약 앨리스처럼 어제의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야 한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럴 일은 현실 세계에는 없을 테니 생각해본 적 없다고? 생각해봐. 먹고사는 문제도 중요하겠지만 그중에서도 난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너 자신을 알라‘(소크라테스)부터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데카르트).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어떻게 하면 내가 온전히 나 자신의 주인이 되는가를 아는 일이다.’ (몽테뉴) 등등. 우리는 그들이 말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수없이 많은 고민과 답을 듣고 자라왔어.


이런 명언은 바쁜 일상을 사는 우리 가슴속을 파고들게 하지. 하지만 글자에서 눈을 떼 버리는 순간, 방금 전 울렸던 가슴 떨림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다시 거친 현실 속에 파묻혀 버리게 되지.


그들 말만 잘 따르면 죽을 때까지 아무 고민이나 걱정 없이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어. 그런데 문제는 그 의미를 뼛속 깊이 느끼고 몸소 실천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는 거야.


그만큼 읽을 당시, 무언가를 느꼈다 하더라도 몸소 체험하고 실천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 그럼 어떻게 해야 그 명언을 곱씹으며 몸속 자양분으로 소화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이 말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할 수 있을까?





자신이 누구인지 돌아보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대중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여행’이야.


‘여행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영역이 얼마나 작은 것인가를 깨닫게 해 준다’ (프리벨).


‘여행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한비야)



자신을 돌아보는 일과 여행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반문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많은 철학자와 여행자 사이에선 자기 ‘자신’과 ’ 여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하고 있어.


그럼 여행은 왜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마력을 지니게 된 걸까?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할 수는 없는 걸까?


어쩌면 그건 앨리스가 처한 상황과 비슷해. 낯설고 두렵지만 새롭고 흥미로운 곳. 이것이 우리가 낯선 여행지에서 느끼는 가장 큰 부분 아닐까?


물론 앨리스는 이상한 토끼를 뒤쫓아 따라갔을 뿐, 스스로 그곳을 선택 것은 아니었어. 그렇지만 그곳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지.


일상이라는 쳇바퀴 삶에 길들여진 우리는 여행이라는 작은 일탈을 통해 익숙하지 않은 공간과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낯선 감정과 생각을 교류하게 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지.


물론 꼭 어디론가 떠나야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건 아니야. 자기가 선호하는 공간과 시간을 정해놓고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며 탁자 위에 놓인 종이에 한 자 한 자 적어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지.





그래도 나는 ‘여행’을 추천하고 싶어. 자신을 알고자 하는 행위는 단지 머릿속을 통해서만 알 수 없기 때문이야.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같은데…’ 하고 추상적으로 끝나 버릴 수도 있어. 하지만 여행은 낯선 공간과 사람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되지.


그들과의 대면으로 나누는 대화와 표정들,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이 주는 벅찬 감동은 우리 내면으로 스며들고,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삶과 인생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한 자세로 마주하게 된단다. 그렇게 온몸으로 느끼고 돌아온 자신은 그 생각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지.


만약 이런 경험을 조금 더 제대로 하고 싶다면 ‘혼자’ 떠나보길 바라. 참고로 나는 결혼 전부터 혼자 제주도 여행을 떠났고 제법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지. 또한 결혼과 출산 후에도 아내의 도움으로 두 차례 떠난 적도 있었지. 직장과 가정생활로 많은 시간을 할애받지 못했지만 짧게 다녀온 여행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되었단다.


즉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등 바쁜 일상 속에서 자주 끊겼던 나의 대답이 일렬로 명쾌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어. 그런 나의 생각과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 여행 에세이(제주, 뭘 숨기는 거야)까지 출간하게 되었지.


돌이켜 보면 나와 비슷한 나이 대를 가진 사람 모두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글로만 배웠을 뿐, 왜 자신을 돌아봐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나 방법 조차 들어보지 못했단다. 그저 남들과 비교하며 경쟁하기 바빴을 뿐, 그들보다 우위인 삶을 살고자 나의 젊은 시절을 바쳤을 뿐이었지.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봤어. 언뜻 생각하기에, 가장 필요한 것도, 가장 불필요한 것도 없어 보이는 잡다한 생각들을 파헤쳐 보면 그 속에 뭔가 반짝거리고 소중해 보이는 것을 발견하게 될 거야. 그게 바로 자기 ‘자신’이지.


물론 그것은 그냥 발견되지 않아.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있는 땅을 과감히 파헤쳐줄 커다란 굴삭기가 필요하지. 그것이 바로 ‘여행’이고.


비록 자신이 원해서 그곳에 온 건 아니지만 앨리스 자신에 대해 잠시나마 돌아볼 계기가 된 건 분명해. 오래 살아보지 않아 돌아볼게 뭐가 있을까마는 한번 돌아본 자신은 또 한 번 돌아보게 되고, 그것이 습관이 되어 자신을 의미 있고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거야.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고 혼자 떠나고 싶은데 망설이고 있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디가 말하고 내가 추천하는 명언 하나 남겨본다.


'가장 위대한 여행은 지구를 열 바퀴 도는 여행이 아니라 단 한차례라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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