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길을 선택해야만 한다면

마흔이 돼서야 깨달은 삶의 이치를 고전의 대화를 통해 말하다.

by 이로


“내가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가르쳐 줄래?”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 건지에 달렸어”
“난 어디라도 상관없는데..”
“그럼 어디로든 가면 돼.”
“그러니까 어디든 도착하기만 한다면..”
“그럼, 계속 걷다 보면 분명 어딘가에는 도착할 거야”






대학 졸업을 일 년여 정도 남겨둔 때였어. 취업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난 어떤 결정도 하지 못했었지. 딱히 잘하는 것도, 별난 것도 없는 그냥 학점 공부만 열심히 한 그런 학생이었으니까. 그야말로 막막 그 자체였어.


그렇게 머리 싸매고 고민만 하던 중 같은 과 친구 한 명이 무언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어.


“뭐 공부해?”

“응, 자격증 공부”



내 눈은 신기한 듯 번쩍거렸어. 친구는 예전부터 자동차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던 거야. 당장 어디서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헤매고 있던 나와는 달리,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도 찾은 듯 열심히 몰입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정말 부러웠어.

왠지 나만 뒤처지는 느낌? 난 지금 뭐 하고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말이야.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나도 그 친구 따라 자동차 자격증 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 말 그대로 친구 따라 강남 간 격이었어.


거창한 이유도 없었어.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전공분야 와도 어느 정도 겹치고, 당시엔 유망 분야였으니까. 모 기업에 입사만 하면 최소 먹고사는 문제는 없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뭐, 정도가 이유라면 이유였을 거야.


그렇게 막연하게 선택한 나의 길이 이십오 년이라는 제법 긴 시간 동안 내 인생의 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지금 이 순간도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니 말이야. 정말 한 우물만 파고 또 판 격이었지. 어쨌든 나는 지금도 그 길을 가고 있어. 언제까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야.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성공’이라는 길을 향해 숨 가쁘게 달려왔어. 그 길은 아주 명확하고 선명한, 누가 봐도 인정하는 길이야. 하지만 아무나 성공이라는 우승컵을 들 수는 없었어. 제한된 등수 안에 들어야만 가능했기에 자신에게 채찍질까지 하며 달려야만 했지.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길은 점점 좁아지고 있어. 좁디좁은 ‘바늘구멍’이라는 길을 통과해야만 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거야.


스스로 선택한 길이 아닌, 부모 또는 사회가 등 떠밀듯 알려준 그 길을 우리는 아무 이유도 없이 달려온 거야.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오직 남들이 바라는 성공을 향해 말이야.


덕분에 머릿속엔 언제 써먹을지도 모를 수많은 지식이 쌓여있었지만, 정작 내 인생의 길을 알려 줄 지식은 그 어디에도 없었어. 그렇게 내 옆에서 ‘성공의 길’이라며 잘 알려주었던 사람들조차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했겠어.


조언은 구할 수 있지만, 결정은 스스로 해야 했어. 인생이라는 문제도 답안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으니. 너도, 나도 이번 인생은 처음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데도 말이야. 그만큼 실패하지도 않고 후회하지도 않은 길을 찾기 위해 무던히도 머리 싸매고 고민했던 거야.




그렇게 혼란스러웠던 이십 대를 지나 정신없이 일만 했던 삼십 대, 그리고 한 집안의 가장의 위치에 서 있는 지금. 나는 그때의 나를 찾아가 보기로 했어.


돌이켜보면, 친구 따라 강남 간 나의 선택은 당시 최선의 선택이었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아니, 어쩌면 내 안 그 무엇이 나를 그리로 이끌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말할 수 없는 그 막연한 이끌림. 그 후로 난 무작정 그 길만 바라보며 달려간 거야.


그럼 지금은 어떨까? 그때 선택한 나의 길,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물론 어떤 인생도 후회하지 않는 삶이 없듯 나 역시 너무 힘겹거나 어려운 때도 있었어.


또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을 한 번도 벗어나지 못한 얽매인 삶이 지겨워 때론 나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을 부러워한 적도 많았어.


그럴 때마다 지금의 길로 나를 붙잡아 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 포기가 아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선택했다는 사실이었어. 만약 내가 부러워하는 다른 사람의 길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다른 문제로 똑같이 후회하고 또 만족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현명하고 탁월한 선택의 길을 가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도 해야겠지만,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주구장창 고민만 하고 있다면 모든 걸 내려놓고 과감히 마음이 가는 데로, 끌리는 데로 한번 가보길 바래. 후회 없이 말이야.


“우리 인생길에 수많은 방향이 있다.
실패는 그 많은 방향들 중에 처음에 가고자 했던
방향에서 방향이 달라지는 것뿐이다.
다시 가면 되는 것이다.”



< 오프라 윈프리,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문에서 >



물론 실패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인생이라는 길을 선택해야 할 때도 참고해야 할 명언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세월이 흘러 사십 중반의 나이가 된 지금, 나는 또 다른 길을 선택했고 그 길을 향해 작은 발돋움을 준비하는 중이야. 막상 걸어보니 진정 내가 원했던 길이 아니었어.

하지만 당장 그 길을 이탈해서 새로운 길로 들어설 생각은 없어. 서서히 땅 위에 착륙하듯 조금씩 나의 길을 준비하고 있지.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살고 있고 이 순간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어. 또한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는 거야.


언제쯤 새로운 나의 길을 걷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이 또한 내 안의 어떤 알 수 없는 끌림에 의해 선택한 길이라는 거야.

자신 앞에 놓인 수많은 길 중에서 어떤 길을 선택해 떠나야 하는 유목민의 삶처럼, 우리 인생도 그들과 같은 길을 선택하고 걸어야 하는 건 아닐까?

잘못 선택한 길이라도 괜찮아. 오프라 윈프리의 말처럼 다시 걸어 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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