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 일,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마흔이 돼서야 깨달은 삶의 이치를 고전의 대화를 통해 말하다.

by 이로


“특별 수업도 받았니?”
“물론이에요. 프랑스어와 음악을 배웠어요”
“그럼 세탁하는 방법은?”
“그런 건 당연히 배우지 않죠”
“아! 그렇다면 진짜 좋은 학교는 아니구나”
“바다에 사니까 세탁할 일은 없을 텐데요”





우연히 포털 검색을 하던 중 핀란드 교육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어. 공교육의 나라에도 학원은 있다 라는 기사인데, 제목부터가 흥미로웠지. ‘아니, 세계 교육 랭킹 1위라 불리는 나라에도 학원이 있다니!’ 바로 내용을 들여다보았어.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생 1학년 정도 되는 한 아이가 방과 후 요일 별로 연기와 댄스, 밴드 활동 그리고 스포츠클럽을 다닌다는 기사와 중학생 정도 되는 한 아이는 지역 청소년 축구 클럽에서 훈련을 받는다는 기사였어.


그 학생 장래희망이 축구선수 아니냐고? 전혀. 그는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을 뿐, 나중에 무엇을 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저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다는 말을 남겼어.


여기서 잠깐!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다고? 정말? Really? 보통 은퇴하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 중학생이 한 말이 맞나 싶어 다시 한번 기사를 확인해야 했어.


그의 어머니가 한 말 또한 의미심장했어. 아이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아아, 이거 실화야? 내가 정말 기사를 제대로 보고 있는 건가? 아무리 복지국가라지만 아이들에 대한 교육 마인드가 이 정도 일 줄 이야! 당장 짐 싸서 아이 데리고 날아가고 싶은 심정이었지.


핀란드는 일정 자격을 갖춘 교육기관을 선별해서 다양하게 학원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해. 건축, 공예, 음악, 춤, 연극 등 아이들의 관심에 따라 다양하게 배울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지.


학교에는 과제나 숙제가 없으며, 그 시간에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예술이나 운동 등 자신이 원하면 배울 수 있다고 하니, 정말 학생들에겐 천국과 같은 나라가 아닐 수 없어. 부럽다 부러워.




갑자기 주마등처럼 묵묵히 학교만 다녀야 했던 그때가 떠올랐어. 16년 동안 외길만 바라보며 ‘왜 공부만 해야 하지?’ ‘공부 말고 다른 걸 해보면 안 될까?’ 하는 고민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


왜냐고? 공부 말고 다른 일에 관심을 둔다는 건 바로 실패한 인생의 시작이라 생각했으니까, 인생의 낭떠러지라고 생각했으니까. 어떻게든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공부라는 줄을 잡고 떨어지지 않도록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야 했으니까.


온 국민의 머릿속엔 이미 인생의 정답이 들어가 있었어. 바로 성공이라는 정답. 열심히 공부해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돈 많이 벌고 좋은 집에 살며 남부럽지 않게 떵떵거리며 살라는.


대부분의 부모와 사회가 학생들의 머릿속에 심어놓은 ‘공부’라는 프로그램을 실행시켰고, 우린 그 프로그램에 따라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공부만 해야 했지.


그 프로그램은 특별한 기능이 내장돼 있었어. 가족모임이나 사소한 집안일이 생기면 바로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도록 하는 놀라운 기능.

가족모임에 참여 안 해도, 집안에 어떤 문제가 생겨도 상관 안 해도 되는 일종의 면제를 받는 아주 좋은 기능이지. 오로지 공부만 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에서만 가능한 일이야.


아무리 다른 분야에 관심 있거나,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절대 프로그램. 그렇게 우린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똑똑한(?) 바보로 자라 온 거야.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보다, 부모님 말 잘 듣고 획일화된 교육제도 틀 안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은 회사가 바라는, 사회가 바라는 인재상이었어.


그렇게 만들어진 우린, 자신을 높은 가격에 사줄 곳을 찾아야 했어. 이왕이면 규모도 크고 연봉도 높은 그런 곳 말이야. ‘나를 뽑아주기만 한다면 정말 열심히 일할 자신 있는데..’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속으론 다들 한 가지 마음뿐이었지.


이런 마음이라도 전해져 원하던 곳에 취업이라도 하게 되는 날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기분마저 들기 마련이야. 남들이 말하는 성공의 탄탄대로 위에 올라섰으니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일 뿐이었지.


그렇게 처음엔 회사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어. 그리고 내 인생의 모든 걸 책임져 줄 거라 믿었지. 지겹도록 책만 보며 자란 것에 대한 보상이랄까? 20대 후반. 이제 내 인생엔 꽃 길만 열릴 거라는 환상 속에 사로잡히게 된 거지.




그런데 나 혼자 짝사랑하고 있었던 걸까? 회사는 내 마음 같지 않았어. 인재를 소중히 여긴다는 문구가 보였지만, 어디까지나 말뿐이었을까? 한 없이 냉정하고 냉혹한 곳도 회사였어.


상황이 조금만 어려워져도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보단, 줄(line)도 백(back)도 없는 시키는 데로 묵묵히 일한 직원만 골라 압박하기 시작했어.


누가 봐도 열심히 일했고 야근까지 밥 먹듯 일했던 그 직원. 회사는 본인 스스로 퇴직한다는 일명 ‘명예퇴직’이라는 수식을 붙여 보냈어. 이게 말로만 듣던 ‘명예퇴직’이라니. 말이 ‘명예’지 절대 명예롭지 않았어. 회사는 본인의 의사였다고 말 하지만 분명 뒤에는…


정년을 채우든 중간에 퇴직을 하든, 먹고살기 위해 반 평생 한 가지 일만 했던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하는지 조차도 알지 못한 채 또 다른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어. 그리고 여전히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해야만 가치 있는 삶을 보내는 거라고 생각하지.


물론 나와 내 가족의 생계가 힘든 상황이라면 그 어떤 가치도 생각도, 입에 풀칠하는 일보다 우선일 수는 없는 일. 다시 힘들고 고된 삶의 현장 속으로 뛰어드는 게 누가 봐도 당연한 일이지만, 언제까지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본다면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어. 우린 언제까지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리며 나의 인생을 보내야 할까?


조금이나마 여력이 된다면, 약간의 삶의 여유라도 누릴 수 있다면, 먹고사는 일 외에 자신이 무엇에 흥미를 느끼고, 무엇에 의미를 느끼고 있는지 생각하고 찾을 수 있다면, 조금은 보람된 삶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예전부터 찾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이미 그 방법조차 잃어버린 건 아닐까? 어쩌면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할지도 몰라.




핀란드가 그와 같은 교육을 실행할 수 있었던 건 든든한 사회복지제도의 뒷받침과 국민의식 수준의 향상 등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거야. 회사를 그만둬도, 해고를 당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배우거나 일 해도 인간답게 사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사회였기에 가능했던 일들.


핀란드의 한 교사는 이렇게 말했어.


“미국에서 아이들에게 “네가 어른이 되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어”
라고 했지만 거짓말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핀란드에 와서는 그게 더 이상 거짓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 아이들은 그렇게 되고 있다.”




학교는 행복을 찾는 곳. 아이들이 행복한 사람이 되도록 가르친다는 말에 한 없이 부러움을 금하지 못했어. 이런 일들이 과연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것일까? 우리가 필요성을 인식하고 개선해야겠다는 공감만 있다면 머지않아 우리 아이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닐까?


더 나아가 자신을 평생 한 가지 일만 한 사람으로 기억하는 게 아닌 또 다른 삶, 즉 소설가나 화가 또는 사진가처럼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그런 세상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너와 내가 그런 꿈을 버리지 않는다면 거짓이 아닌, 실제 그런 세상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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