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력' 하는 마음으로 '노력' 하라

마흔이 돼서야 깨달은 삶의 이치를 고전의 대화를 통해 말하다.

by 이로



“제가 사는 곳에서는 오랫동안 빨리 달리고 나면 보통 다른 곳에 도착해요”
“정말 느린 나라구나. 여기서는 같은 장소에 있으려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뛰어야만 하지. 만약 다른 곳에 가고 싶으면 적어도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해”

(거울나라의 앨리스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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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5일, 청기와 집에 살고 있던 한 세입자는 낙도 어린이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어린이날 행사를 했어. 그때 한 아이가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대통령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어. 그 말을 듣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해.


“진정 어린 마음으로 노력을 절실히 하다 보면 언젠가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있을 것이다”


뭐, 여기까지는 남들 다하는 말이니까 그렇다고 쳐. 문제는 그다음 말이었지.


“간절히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정말인가요? 그냥 원하는 것도 아니고, 간절 그것도 아주 간절히 원하면 태양계, 안드로메다, 블랙홀 등이 나서서 도와주는 것 맞나요? 이렇게 라도 묻고 싶은 마음이 치밀어 올랐지만 끝내 물어볼 수 없었어.


결국 5년간 현상 유지만 하면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나라를 통째로 맡겼던 주인(국민)은 그 염원과 바람을 저버린 대가로 후세에 숫한 명언들만 남긴 채 방을 빼야만 했지.


그는 지금 주인이 따로 마련한 조금 좁은 집에 거주하고 있어. 간간이 잘 살고 있다는 말도 들려오기도 하고.


전세 만료 때까지 집주인은 세입자를 바꾸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그의 말이나 그간 행적들을 돌이켜 보면 집주인이 어떻게 4년 동안 참고 살았는지 신기할 나름이야. 다 타버린 속은 두말할 것도 없고.


집주인의 속을 긁어놓았던 말 중 어린이날에 한 그의 말은 청년들의 속을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어. 누리꾼들은


“내가 힘든 이유는 온 우주가 감동할 만큼 노오력하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고 해.


그 후부터 ‘노오력’이라는 단어는 ‘노력’이라는 말을 대신할 정도로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청년들의 힘든 삶을 대변하는 단어 중 하나가 되었지.




자신의 꿈이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꼭 해야만 하는 ‘노력’. 하지만 지금 청년들은 그것을 ‘노오력’이라 듣고 말하고 있어.


어른들의 말만 믿고 성실히 공부만 했던 청년들의 눈에는 아무리 쥐어짜듯 노력을 해도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단어라 볼 수 있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 바라는 만큼만 이룰 수 있다면. 아니 그보다 조금 못하더라도 인간답게 사는 정도만이라도. 어쩌면 그들은 소망(所望) 아닌 소망(小望)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인간이라면 지금의 처지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행복한 삶을 위해 꿈꾸고 노력하며 사는 건 응당 당연지사.


그런 삶을 위해 오늘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람들. 그런 그들이 있기에 우린 어제보다 더 나은 삶과 꿈꾸고 기대하기 마련일 거야.


두근거리는 자신의 꿈을 안고 사회로 첫 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과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에 매달리고 있는 부모들.

병들고 아프지만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적은 돈이라도 감사히 여기며 일을 해야 하는 노인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과 권력을 지키기에 급급했어.


온갖 스펙을 쌓고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을 불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청년들. 운 좋게 인턴으로 입사해 시키면 시키는 데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보지만, 돌아온 건 최저임금보다 못한 임금과 강요당한 열정 페이뿐.


설사 정식사원으로 입사한다 하더라도 하루 8시간은 기본, 무보수 야근에 주말 특근까지. 한마디로 이 정도 ‘열정’은 보여줘야 열심히 산다고, 돈 받을 만하다고 지껄이고 있는 고매한 분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이게 정말 최선인가?’ ‘꼭 이래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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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 이 속도로 부지런히 달려야만 겨우 유지되는 삶. 더 나은 삶을 추구하려 했다간 스스로 닳아 없어질지도 모를. 도대체 얼마나 더 열심히 빨리 달려야 하는 걸까? 생각만 해도 숨차고 숨 막힐 지경이야.


비록 지금은 힘들고 고되더라도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 하는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하겠지만. 기존의 기득권층과 권력자들은 그나마 있던 희망과 기대감 조차 빼앗아버렸지.


그리고 우리들에게 말하지.


‘더 노력 하라고, 네 실력이 부족한 거라고’


과연 누가 더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 당신들이 거기 있는 이유. 톡 까놓고 이야기하고 싶었어.




이렇게 ‘노오력’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어려운 현실과 기득권에 대한 조롱과 반감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필요한 ‘노력’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현상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인 걸까?


노력해봤자 꿈을 이루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으니, 지금 현실에 만족해하며 나를 위로하며 살자는 분위기가 사회 전체로 퍼지고 있어. 특히 마음껏 꿈을 펼쳐야 할 청춘들에게 말이야. 실제 판매되고 있는 책들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


물론 힘든 세상으로 인해 심적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었다면 반드시 위로가 필요해. 꿈은 꼭 높은 곳에 있어야 하고 그것을 이뤄야만 성공한 삶은 아니라는 말 역시 맞는 말이야. 나 또한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삶을 추구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살고 싶은 인생이 있다면, 그 밑바탕에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그것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간 잠시 잊고 있었던 건 아닐까?




지금이 우리 삶을 이끌어줄 ‘노력’의 진정한 가치를 되찾아야 할 때라 생각해.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노력이나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닌, 우리 사회에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먼저 깨달아야겠지. 그리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 또한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분명 ‘노오력’과 ‘노력’은 글자 수뿐만 아니라 개념도 의미도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본다면, 자신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구글 본사에서 사업 제휴업무로 근무 중인 김현유(미키 김) 상무는 어느 프레젠테이션 강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어.


“청춘이라는 나이는 자기 꿈을 생각하며 설레어 잠을 못 이루는 것이 청춘이다. 청춘이란, 힐링할 나이는 아니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그분은 말했지만, 우리 머리 위에는 유리천장, 그것도 방탄으로 된 유리가 우리의 꿈과 노력을 가로막고 있어. 그래서 우주가 우리를 못 도와주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분명한 건 지금 보다 나은 삶을 꿈꾸고 바라고 있다면, 자신의 모든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는 사실이야. 거기에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노력 또한 마찬가지일 테고.


‘노력한다고 항상 성공할 순 없지만 성공한 사람은 모두 노력했다는 걸 알아둬’


라고 말한 곰돌이 푸의 말. 잠시 잊고 있었지만, 이 시대의 청춘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슴에 새겨야 할 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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