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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May 21. 2024

편견과 용서

 미녀배우로 할리우드에서 스타로 활약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헤디 라머는 공통점이 있다. 여러 번의 결혼과 얼굴 성형이었다. 둘 모두 성형 후유증으로 말년에 외모가 흉측하게 변해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둘을 구분 짓은 것 중의 하나는 헤디 라머가 놀랍게도 세계가 일상에서 쓰고 있는 원천기술의 발명가였다는 것이다.  헤디 라마의 업적은 그녀가 대학교육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미녀는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 때문인지 순수한 발명이 아닌 것으로 의심받아 생전에 값어치에 해당하는 보상을 받지 못했다. 말년에 아들의 노력으로 헤디 라머는 발명에 대한 공인을 받아 명예는 회복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헤디 라머는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의 독일 잠수함에 대한 어뢰공격이 불발로 끝나는 데서 착안해 무선통신 문제를 파고들어 오늘날 휴대폰에 응용되는 CDMA 기술의 원천개념을 창안한 것이다.


헤디 라머가 주연으로 출연한  <삼손과 데릴라> 1940년대 빅히트 영화인데 이후 스타덤에 올랐지만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착실하게 번 돈을 영화제작자로서 나서다 한꺼번에 날리는 바람에 파산지경에 이르기도 했고, 소매치기 잡범으로 신문 가십난에 오르기도 했다. 외모에 대한 강박적 집착은 성형 후유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만들었고 약물중독에 시달리기도 했다.

 

말년에는 할리우드 배우조합에서 연금으로 주는 300불이 전부였기에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었다. 무려 300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자신의 발명에 대한 보상은 특허가 없었기에 받을 수 없는 처지였다.  2000년 작고하면서 고향 오스트리아 빈을 언급하벼 자손들에게 오케스트라 소리를 듣고 싶다던 노인은 고향의 소리를 들으며 영원히 잠들었다.


헤디 라머가 말년에 한 말들은 아들에 의해 생생히 녹음되었고 억울할 수도 있는 삶이었지만 용서의 메시지가 담겼다. 그녀는 아들에게 생각을 가진 이가 작은 생각을 가진 이에게 무너질 수도 있지만 항상 세상에 최고를 주라고 당부한다. 선입견에 찌든 사람들이 결국 졌다는 걸 아들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헤디 라머의 삶이 최근 읽었던 책의 구절과 오버랩됐다.


용서한다는 것이 무엇이든 묵과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용서함으로써 성장을 질식시키는 분노나 판단, 원망과 부정, 고통의 사슬까지 끊어낼 수 있다. 즉 용서는 삶과 자유를 허용한다. 그래서 용서할 때 비로소 우리에게는 자유가 찾아온다. 이렇게 자유를 얻으면 기분이 더욱 가벼워지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다음 번에 더 나은 선책을 할 수 있다. 

   - <부서져도 살아갈 우리는> 미셸 하퍼 지음, 안기순 옮김, p.335


부처의 자비심이나 예수의 사랑도 타인과 세상의 허물에 대한 용서가 바탕에 있을 것이다.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시간을 참고 견디며 말년에 공로를 인정받은 헤디 라머는 미녀 배우만이 아닌 발명가로 기억되고 있다. 휴대폰과 블루투스, 위치추적이나 군사용으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위성 GPS 기술로 그녀의 지혜는 빛나고 있는 것이다.


Jacqueline du Pre & Daniel Barenboim - Elgar Cello Concerto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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