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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May 19. 2024

읽기의 리듬

읽기와 쓰기, 토론과 세미나...... 공부의 방식과 지식 흡수와 전수의 방식도 다양하다. 이에 못지않게 학습환경 또한 저마다 다르다. 클래식 선율이 방 안의 공기를 진동시키거나 헤드폰을 끼고 높은 데시벨의 음악이 고막을 자극해야 몰입이 되는 사람도 있다. 백색소음도 가지가지다. 계곡의 물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같이 어쩌면 단조롭고 싱거운 백색소음으로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큰 호응을 얻기도 하는 시대다.  


“글 자체가 저에겐 음악이에요. 그래서 글을 쓸 때는 음악을 들을 수 없더군요. 듣는 음악과 제가 쓰는 음악이 서로 충돌하니까요. 조금 시끄러운 곳에서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음악이 있는 공간에서는 글을 쓸 수가 없어요.”


얼마 전 내한했던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욘 포세의 말이다.  


삶에서 지적인 허기를 보충하지 않고 그냥저냥 아는 지식에 적당한 유희로 지낼 수도 있고 그런 습관을 탓할 수도 없다. 정말 일상이 뼈가 부서져라 노동하지 않고는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생의 무게를 지닌 사람들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적 충전을 위한 시간은 약간의 의지와 용돈으로 할애할 수 있고 아직은 독서를 능가하는 유익한 수단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세계 책의 날’을 맞아 포세는 독서의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약간의 유머를 섞어 “사실 책을 읽고 싶지 않으면 꼭 읽을 필요는 없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모든 위대한 작가와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삶을 조금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여행으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얻을 수 있지만 책은 조금 더 강력한 방식으로 삶을 느끼게 할 겁니다.”


AI시대는 인류에 학습의 방식에 대해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깊이 생각하고 지적 유산을 흡수하는 오랜 인류의 습관은 그 생명력을 쉬이 잃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가장 안전한 중독은 '읽기 중독'이 아닐까. 물론 그것이 어느 정도는 검증된 양서에 한해서 하는 말이다. 클래식 음악과 책만으로 보내는 시간은 좋은 날씨를 즐기는 것만큼이나 행복감을 주었다. 포세와 달리 클래식 음악이 공기를 진동시키지 않는 공간은 뭔가 빠진 것 같아 내 디폴트 값은 언제나 베토벤과 모차르트에 주파수를 맞추는 것이 읽기의 준비 신호다.   


(140) Swan Lake - Tchaikovsky � 백조의 호수 - 차이코프스키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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