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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May 23. 2024

'노력'이라는 말

미국의 피겨 스타 스콧 해밀턴은 허약체질의 입양아였다. 건강이 안 좋아 의사에게서 오래 살 수 없다는 얘길 들을 정도로 보통 이하의 체력을 가진 아이였지만, 양어머니의 지극한 보살핌 속에서 피겨스케이팅에 취미를 붙이고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 어려운 피겨 기술이 쉬워질 때까지 연습하는 것이 해밀턴의 목표였다. 이런 태도로 지독한 연습을 하는데 실력이 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수천 번을 빙판에서 넘어지고 ‘포기’라는 단어가 아른거릴 때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반복하며 빙판에서 우아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건 김연아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54세로 한국프로골프 최고령 우승 기록을 바꾼 최경주 프로는 지독한 연습벌레로 알려져 있다. 술 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탄산음료나 커피도 일절 안 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하루 500개 정도의 볼을 치는 루틴은 거르지 않는다.

 

퀀텀 점프의 순간이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지루한 평면으로 달리다가 어느 순간 계단식으로 실력이 느는 것을 체험했다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글을 쓰는 기자라는 직업의 한계를 말하며 자신의 글이 매너리즘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회의가 든다는 친구에게 꼭 특정 분야에 국한된 공부에 머물지 말고 좀 더 폭넓게 독서를 하는 것은 어떤지 권했다. 


좋은 글이나 아이디어는 쥐어짜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방대한 독서나 폭넓은 공부가 바탕이 되어 그런 지식들이 연결되고 넘치는 단계에 이르러서 그 폭발력을 지닐 수 있다는 측면을 얘기해 주었다. 나 역시 그럴만한 처지가 되지는 않다는 전제를 깔고 대단한 애주가인 친구에게 한마디 덧붙일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교의 마당과 술자리에서 귀동냥으로 얻어지는 지식만으로는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기도 했지만 우정에 금이 갈까 두려웠던지 생략했다.


바이올린 연주자 힐러리 한은 천재소녀로 알려졌다. 이제 40대 중반의 중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세계 무대를 누비며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스타 연주자다. 그녀는 100일 연속 연습 영상을 SNS상에 올리며 연습과정을 보여준다. 어린아이가 엄마 연주자에게 징징거리며 달려들어도 악기를 좀체 놓지 않을 정도로 연습은 그녀의 삶에서 '디폴트 값'이 되었다.


첼로의 성자로 불리는 파블로 카잘스가 아흔이 넘은 나이에 자신의 꾸준한 연습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지금도 내 실력이 느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이미 레전드의 명언으로 예술계에 잘 알려져 있다.  


대개 월등한 성취를 이룬 예체능 스타들은 숙련을 위한 과정을 노동이나 숙제로 여기제 않았다.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즐겼다.


타이거 우즈를 골프 천재로만 아는 이도 많지만 실제로는 연습벌레이기도 했다. 우승 한 번 하고 연습을 게을리하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 취해있지만은 았았던 것이다. 한두 번 우승에 그친 그저 그런 선수가 아닌 역사에 남을 선수는 달랐기에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우승 그리고 연습, 우승 더 많은 연습, 우승 또 더 많은 연습......" 그것이 대선수가 된 비결이었다.


미국의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는 전무후무할 기록으로 올림픽사에 빛나지만 한 때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판정을 받은 청소년이었다. 금메달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런 답을 내놓는다. “저는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몰라요. 날짜도 몰라요. 전 그냥 수영만 해요.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수영장에 들어갔어요.”     


보통 노력을 많이 했다는 말을 쉽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어느 수준인지는 자신만이 알 것이다.


멘델스존Mendelssohn Violin Concerto OP 64 - Hilary Hahn(바이올린)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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