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끔 선입견과 편견이 판단의 발목을 잡아 어떤 이의 본질가치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게 할 때가 있습니다.
학생들의 실력이나 본질가치는 학점 하나로 쉬이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도 잘 압니다.
그렇지만 그간의 성실성이나 제출한 자료로 학점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같이 운동이나 술을 마셔보거나 제법 진한 스킨십을 나눌 때 깊은 배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 너무나 자기중심적인 아집이 느껴지는 사람도 보게 됩니다. 평가는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도 생로병사의 주기를 겪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자연을 마음대로 지배하고 군림하며 영원히 살 수는 없습니다. 잘 설계된 골프장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욕망을 정확히 꿰뚫고 그 욕망의 트렙에 갇히게 만드는 함정을 파놓는다고 합니다. 인간은 가끔 그 욕망의 덫에 갇혀 대사를 그르치거나 해저드에 빠져서 허우적거립니다.
예술의 힘은 가끔 현실의 아등바등한 다툼을 한 발짝 떨어져서 관찰하게 만드는 안목을 주는 것이 아닐까요. 학기를 마감하고 계절의 변화를 느낄 때면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순간에 지니지 않는 짧은 삶을 어떻게 영원의 시간 속에 가치 있게 녹여낼지 또 다른 질문이 다가옵니다. 언제나 이런 빙산 같은 거대한 질문은 우리의 고민을 비켜나 있다가 불현듯 다가옵니다.
베토벤이나 다빈치의 작품을 감상하거나 예술의 깊은 울림을 느낄 때 하찮은 자신의 존재를 돌아보면 스스로가 작아지는 겸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자연 앞에서도 변화를 실감합니다. 지나고 보면 그 많은 나무들이 무성한 잎의 푸르름을 뽐낸 여름, 화려한 단풍도 잠시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언젠가는 컬러의 시간을 마감하고 흑백의 시간으로 가는 겨울을 지날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면, 자연의 변화 앞에 겸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가끔 많은 배움으로 규칙이나 지식을 머리에 차곡차곡 쌓아서 매뉴얼과 규정에 익숙해지고 세상살이의 보편적인 문법을 따르게 됩니다. 그렇지만 거대한 변화를 이끈 사람은 그런 질서를 벗어나 생각할 수 있는 독창성이 있었습니다. 반 고흐는 미대 나오지 않았습니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대학을 중퇴했습니다.
석사학위 하나가 굳건한 라이선스로 어떤 것도 보장해주지 않는 시대라는 것을 알 것입니다. 제도권을 벗어나 독창적으로 사고하는 재야의 많은 고수들에게도 배우면서 자신의 사고의 넓이와 깊이를 부단히 키워갔으면 합니다.
예술가에게 규칙은 때로 피괴되어야할 무엇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도 창조적으로 파괴할 때 다른 기회를 안겨줄지 모릅니다.
혼자서 성장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때로는 경쟁에 지쳐 넘어진 친구의 손을 잡아주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경우라면 손을 내밀어 끌어줄 사람을 찾으면 세상은 마냥 각박하지 만은 않기에 응답신호를 보낼 것입니다.
이제 제가 맡았던 여러분 인생에서 아주 짧은 수업을 마치고 자연의 시간, 우주의 시간 속에서 새로운 수업을 받을 시간입니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교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