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의 출산율이라는 위험한 통계에 발목이 잡힌 한국에 저출산 담당 정식 정부부처가 생기는 것이 해외에는 토픽이 될 수도 있듯이 수년 전 영국의 신설 부처 소식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제 영국에 외로움 담당 장관이 생긴 지도 꽤 오래되었다. 안개의 우울과 축구의 열광이 함께 하는 나라지만 개인들의 고독과 외로움은 어느 나라보다 극심하기에 담당 부처가 생길 정도가 된 모양이다.
도시의 생활반경은 넓지만 지인 관계는 제한적이다. 익명으로 지나치는 이들이 무수히 많지만 따뜻한 시선을 주기는 쉽지 않다. 최근 데이트 폭력의 극한이 된 엘리트청년의 살인극 뉴스 또한 섬찟하다. 외로움과 고립감은 경제적 수준이나 다양한 벌전지표와는 별개로 관리되어야 할 것일까. 영국의 경제학자도 이런 점에 주목한다.
도시인은 언제나 빨리 움직였지만 외로운 세기에는 그보다도 빨리 움직인다. 도시에서 걷는 속도는 1990년대 초반보다 평균 10% 빨라졌고, 아시아에서는 더욱 심하다. 전 세계 32개 도시에서 1990년대 초반과 2007년의 걷는 속도를 비교한 연구에서 중국 광저우는 삶의 속도가 20% 이상, 싱가포르는 30% 이상 빨라졌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도시가 부유할수록 우리의 속도도 빨라진다. 세계의 부유한 도시에서 사람들은 덜 부유한 도시에서보다 몇 배나 빨리 걷는다. 시간이 돈인 셈이다. 특히 도시에서. 일반적으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화가 덜 된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장시간 일한다. 서로 빠르게 지나쳐 걷고, 이동 중에 문자를 보내고, 과로로 시간이 부족하고, 바쁜 일상을 자랑으로 여기는 우리가 주변 사람의 존재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 <고립의 시대> 노티나 허츠 지음, 홍정인 옮김, P.139
허츠는 나치 독일에 환호하고 트럼트의 독재적인 스타일에 열광하는 것은 외로움을 느낄 때 구세주를 만난 심리에 얼마간 기인한다는 것이다. 먹방이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자신과 같이 식사하는 듯한 스타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열광하게 되는 심리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고립의 시대에 서로 사랑을 찾고 가족을 형성하는 일이 어렵기만 한 것일까. 한국의 1인당 GDP수준은 이미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뭔가에 쫓기고 끝 모를 고립과 단절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선진국의 청춘들에게 지하 단칸방에서 단꿈을 꾸면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개발도상국의 아득한 추억을 얘기하는 어르신들의 훈계는 꼰대스러운 메아리로 청춘들의 귓등을 스칠 것이다. 그래도 가난한 사랑이 혼자만의 풍요보다 낫다고 가르치려는 가정의 달 오월, 흉흉한 뉴스가 쓸쓸함을 더한다.
David Garrett - VII. Träumerei (by Schumann) (Official Music Video)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