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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May 09. 2024

불편한 진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란 왕관을 쓰고 있지만 그 왕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대중들의 눈을 피하는 작품이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알려진 <살바토르 문디>는 무려 4억 5천만 달러라는 가격에 러시아 재벌에서 중동의 부호로 주인이 바뀐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작품은 <모나리자>처럼 구세주의 인자한 웃음을 박물관이나 전시장에서 보여주지 않는 것일까.

못해도 루브르 매출의 절반 이상은 모나리자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 때문이라는 상식에 비춰보면 세계 최고가의 그림이라는 화제성을 가진 작품 하나면 있으면 관람객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건 상식의 영역이기에.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코드>가 떠오른다. 은밀한 영역에서 잠자며 베일 속에서 그 가치를 더하거나 신비주의를 지향하는 톱스타의 이미지 관리를 따라 하는 것일까. 작품의 진위 여부를 떠나 신기루와도 같이 반쯤 공인된 가짜로 위대한 작품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미술품도  없지는 않다는 조심스러운 진단을 내리는 화랑가의 시선들도 있다.


<살바토르 문디>의 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미국 어디에서 잠자던 그림이 수천 달러 수준에서 유럽과 러시아를 거치고 중동에 이르러 천문학적인 가격이 이른 행적이 경이롭다. 거래에서 횡재를 안겨준 것은 안목의 힘일 수도 있지만 그 정도가 상상 이상이다. 수차례 감정의 무대에 섰지만 다빈치의 그림인지에 대해 확신을 못하는 전문가들도 다수 있었다.

 

소유주가 불분명한 <살바토르 문디>는 현재로선 빈 살만 왕세자가 자신의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위작 시비를 포함해 작품에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을 수도 있기에 계속 신비주의의 베일을 벗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네옴시티 등 거대한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엄청난 사이즈의 박물관이 모습을 드러낼 때 거기에 화룡점정을 찍기 위한 의도된 기획일까.

 

수년 전 이우환 화백의 그림에 대한 위작 시비는 결론이 흐지부지된 느낌이다. 작가 본인이 흐릿한 답을 내놓은 것을 두고도 많은 뒷예기가 있었다. 작가들도 자신의 적품값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한 것임은 상식일 것이다.


인품이 반듯한 갤러리스트 한 분도 자신의 경험담을 전한다. 유명작가의 작품이 어느 컬렉터의 거실에서 나와 손바뀜이 이루어지려는 순간 아무래도 위작이라는 확신이 들어 차마 자신에게 돌아올 코앞의 이익 때문에 눈을 감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AI시대에는 가짜 창작물이 더욱 활개를 칠 가능성 또한 커졌다. 위작의 정교함이 감정 기술의 진보를 뛰어넘는 불행한 일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스토리와 예술가의 숨결은 어쩌면 세련된 붓질이나 아름다운 선율보다 더 긴 여운을 남기기에 예술은 기술과 구별되는 것이 아닐까.


그 삶 자체가 예술을 위한 순교자 같았던 이름들이 지하에서 통곡하며 위작의 유혹에 흔들리는 검은 손들을 꾸짖을지도 모른다. 기술이 예술을 압도하는 세상으로 가는 시대에는 더 이상의 반 고흐와 베토벤은 나오기 힘든 것일까. 예술가 아닌 예술직업인들이 거래의 가치를 생각해 서푼짜리 자존심을 팔고 당대의 영화만을 꿈꾸는 건 너무나 삭막한 풍경이 될 듯하다.  


지금도 수억 원을 호가하는 '불편한 진실'은 어느 부잣집 거실에서 거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어느 아랍 부호의 수장고에서 대중들의 의혹을 피해서 잠자고 있을 '구세주'처럼.


Live from Royal Festival Hall: RAVEL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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