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책을 읽고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타인의 문체나 삶,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서 느끼고 배우는 일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다움을 찾는 여정이 아닐까.
남의 흉내만 내다 평생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경지에 오르면 주관을 가지고 어떤 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우리가 흔히 내공이라고 하는 건 끊임없는 공부와 검증의 과정에서 걸러진 자산이다.
평생 혼자 공부만 하고 세상과 소통을 게을리한다면, 이 또한 자가 아집에 빠질 염려가 있다. 그렇지만 얼마간 고독의 터널을 견디지 않고 사교의 즐거움과 북적거림 속에서 내공을 키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간파했는지 빌 게이츠는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책을 한 가방 싸서 혼자 깊은 오지에 들어가 책과 사색으로만 2주 정도를 보내는 의식을 가졌다.
바쁜 것으로 치면 둘째 가기 서러울 세계 최고 기업의 오너가 그만의 '싱크 위크'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세상에 나오는 많은 정보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려는 빌 게이츠만의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정보의 총량은 약 18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
새로운 생물학적 데이터는 약 9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
의학 분야의 지식은 약 2,3년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
미국의 3대 방송사가 지난 60년 동안 제작한 수보다 더 많은 동영상이 단 2개월 사이에 유튜브에 올라간다.
- <루키 스마트> 리즈 와이즈먼 지음, 김태훈 옮김, p.11
우리가 세상에서 습득할 정보나 지식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걸 다 흡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특정한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지성을 닦는 노력은 필요하다. 성인들의 독서량은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문화부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57%가 1년에 한 권도 안 읽는다.) 책으로 깨알 같은 지식을 흡수하는 시간에 진정한 현자인지 사이비인지 알 도리가 없는 동영상 전도사들의 압축 설명을 들으며 아는 체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알고리즘에 따라 떠먹여 주는 정보나 콘텐츠를 흡수하면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알고리즘은 확증편향과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되는 것이다. 스스로 반성적으로 사고하고 자신다움을 위해 1.4Kg의 뇌를 남들과 차별화시키는 노력은 수많은 콘텐츠에서 양서를 고르는 지식 큐레이터로서의 안목을 기르는 일이기도 하다.
몽테뉴의 세상과 차단된 자신만의 망루에서 쌓은 안목을 책으로 남겼다. 강원도 오두막에서 깊은 사색에서 길어낸 생각을 담은 법정의 책도 속진에 찌들고 조직에 심신이 지친 이들에게는 여름휴가의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 다움으로 당당히 태어날 때 당신은 몽테뉴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키케로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전문가가 되겠다.
늙음과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여라.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겨라.
진짜 나답게 되는 법을 알라.
- 몽테뉴
Mozart: Symphony No.25 Leonard Bernstein /Wiener ph モーツアルト:交響曲第25番 バーンスタイン/ ウィーンフィル (youtube.com)